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이승택입니다. 

올해의 신년사는 질문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2022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2019년 발생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전의 바이러스처럼 곧 지나가겠지 생각했지만 벌써 햇수로 4년째 코로나라는 이름을 우리 주변에서 지울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이렇게 기막힌 상황 속에서도 생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예술은 모든 이의 위로와 위안이 되면서 그 존재 가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문화예술의 흐름은 코로나19 전과 후로 구분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은 서로 만나고 교감하면서 예술을 즐기고 문화의 흐름을 만들어왔던 시기라고 한다면 이후는 물리적 만남에서 온라인, 디지털적인 만남이라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어쩌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클럽하우스, 카카오음mm, 흐름드살롱 같은 디지털 기반 플랫폼에서 음악이 흐르고, 문학 작품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시대가 되었구요.  

다시 한번 질문을 해봅니다. 

2022년에는 문화예술계에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우리의 시간이 흐를 거라 생각합니다. 

하나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메타버스를 통한 예술 활동이 더 활발해질 것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생존을 위해서 메타버스의 세계로 진입하는 예술인들이 속속 등장할 것입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메타버스를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한번 만들어놓고 사라지는 메타버스가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는 ‘제페토’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제주의 청년 작가 작품을 보여줌으로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의 시작은 미미합니다. 하지만 가야하는 길이라면 늦지 않게 출발하여 이정표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또 하나의 방향은 소규모의 체험과 향유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많은 숫자의 인간이 모이지 못하도록 제어하고 있습니다. 결국 다양한 소규모의 활동이 수없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역문화진흥법에서 이야기하는 목표와 비슷합니다. 지역문화는 다양성의 보고입니다. 마을마다의 역사와 사람과 생태에 관한 이야기들이 예술인들의 생각과 손을 거쳐 다양한 예술적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고, 지역주민들은 체험하고 향유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코로나19 시국에 위로와 치유가 되고 있습니다. 지역문화가 빛을 보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법론이 필요합니다. 중앙에서 기획되어 전국이 비슷한 콘텐츠로 채워지는 것이 아닌 지역의 예술인들이 지역의 이야기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변해야 합니다.

2021년에 열심히 진행했던 제주문화예술섬 프로젝트가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설계되고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공공이 가지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작은 공간을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문화거점으로 만들고, 이미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이상 활동하는 문화공간과 지역의 문화기획자들이 연계해서 공간과 기획자들이 가장 잘 하는 방식으로 지역과 지역주민들이 문화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획안을 선정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하향식(Top Down)이 아닌 상향식(Bottom Up)입니다. 상향식 과정은 지역에 대한 이해와 함께 심사 과정에서 다양한 기준으로 들여다봐야하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방식이지만 지역의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한 번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고 과정에 익숙해진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현장으로, 현장으로 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창작 지원과 생활문화에 대한 지원, 제주의 독특한 지역문화에 대한 가치 발굴, 국제 문화교류 등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기본 기능이 있고, 2022년에도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 여기에 제주의 미래만이 아닌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구 환경을 위한 예술적 활동에 대해서도 지원을 할 것입니다.  

2021년 재단의 활동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2022년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제주도 전역에 각 마을색으로 문화봉화를 올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힘든 2021년을 잘 견뎌내신 예술인들과 제주도민들께 위로의 말씀과 함께 아름다운 2022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 제주문화예술재단 10대 이사장 이승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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