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쓰레기의 반격, 위기의 제주] ③쓰레기 매립, 봉개-동부-서부 줄줄이 포화 ‘폐쇄’

인간이 입고, 자고, 먹는 모든 순간 쓰레기가 발생한다.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는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쓰레기는 완전히 없앨 수 없다. 태우거나 땅에 묻는 방법밖에 없다. 제주는 섬이기에 더욱 그렇다. 정주 인구와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로 제주섬은 최근 10년 사이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했다. 기존 매립장은 포화돼 압축 쓰레기가 쌓이고 노후화 된 소각장은 줄줄이 폐쇄를 앞두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는 해마다 처리 대란이 반복되고 있다. 발생 대비 처리량을 줄이기 위한 재활용 비율은 여전히 절반 수준에 머물고 해양쓰레기와 하수슬러지는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됐다. 소위 '쓰레기의 반격'이다. [제주의소리]는 2022년 신년특집으로 제주의 쓰레기 발생과 처리 현주소를 순차적으로 톺아본다. / 편집자 주  

제주에서 매립 처리한 폐기물이 2010년 하루 122톤에서 2016년에는 303톤으로 크게 늘었다. 도내 10개 매립장 중 봉개와 동부, 서부매립장은 시설이 포화돼 줄줄이 폐쇄됐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에서 매립 처리한 폐기물이 2010년 하루 122톤에서 2016년에는 303톤으로 크게 늘었다. 도내 10개 매립장 중 봉개와 동부, 서부매립장은 시설이 포화돼 줄줄이 폐쇄됐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019년 3월 경기도 평택항에 필리핀으로 수출됐다가 반송된 쓰레기가 되돌아오면서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폐기물의 발원지로 지목된 제주도와 경기도는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급기야 환경부가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방치된 폐기물에 대한 추가 조사에 나섰다. 현장에서 한국 쓰레기 5177톤을 확인했다. 이중 1716톤은 제주에서 업체를 통해 반출한 폐기물이었다.

제주도와 경기도는 결국 쓰레기를 국내로 다시 반입시켜 자체 처리하기로 했다. 30억원으로 추산된 처리 비용의 35%는 제주도가 책임지고 나머지 65%는 경기도가 분담했다.

그해 제주에서는 제주환경운동연합이 도내 쓰레기 매립장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언론에 공개했다. 가연성 등 각종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매립돼 전 시설이 포화상태에 놓였다는 내용이었다.

도내 매립용 쓰레기 처리시설은 모두 10곳이다. 이중 제주시가 운영하는 봉개(231만9800㎥)와 동부(4만7265㎥), 서부매립장(10만8675㎥) 3곳은 현재 시설 포화로 운영이 중단됐다.

제주도는 매립 대란을 막기 위해 2017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601억원을 투입해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내 옛 채석장(21만㎡) 부지에 242만㎥ 규모의 도내 최대 매립시설을 지었다.

제주도가 601억원을 투입해 2019년 완공한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내 매립장 모습. 매립 규모는 242만㎥로 기존 제주시 봉개매립장을 능가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도가 601억원을 투입해 2019년 완공한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내 매립장 모습. 매립 규모는 242만㎥로 기존 제주시 봉개매립장을 능가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조성된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내 매립장 모습. 3공구에 매립용 쓰레기가 복토제와 함께 쌓여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조성된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내 매립장 모습. 3공구에 매립용 쓰레기가 복토제와 함께 쌓여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이곳에서는 연탄재와 고철류, 고무제품 등 소각과 재활용이 불가능한 불연성 폐기물을 매립하고 있다. 하수슬러지도 탈수 등 감량 작업을 거쳐 이곳으로 향한다.

최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오전부터 덤프트럭이 매립시설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전체 6개 공구 중 3공구에 진입한 차량은 적재함을 들어 연신 구덩이에 폐기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매캐한 매연을 뚫고 가까이 다가가니, 먼지 사이로 흙으로 뒤덮인 폐기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용물을 알 수 없는 각종 포대가 흙 사이로 여럿 모습을 보였다.

찢겨나간 포대 사이로 플라스틱과 섬유 등이 삐져나온 흔적도 역력했다. 대형 외피 안에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이 즐비했다. 그 옆으로 흙과 낙엽이 뒤섞인 쓰레기도 쌓여 있었다.

흙 주변에는 재활용품으로 분류돼야 할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 일회용 커피 용기, 빨대 등이 나뒹굴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배출 당시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내 매립장에 쌓인 불가연성 폐기물. 제주도는 매립량을 줄이기 위해 가연성 물질은 최대한 소각 처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내 매립장에 쌓인 불가연성 폐기물. 제주도는 매립량을 줄이기 위해 가연성 물질은 최대한 소각 처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덤프트럭이 제주(도두)하수처리장에 위치한 광역 슬러지 자원화시설에서 나온 하수슬러지를 제주시 동복리 매립장에 투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덤프트럭이 제주(도두)하수처리장에 위치한 광역 슬러지 자원화시설에서 나온 하수슬러지를 제주시 동복리 매립장에 투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잠시후 대형 덤프트럭이 줄지어 들어서더니 적재함에서 차량 크기 만한 대형 포대를 구덩이로 밀어냈다. 포대가 터지면서 먼지와 함께 안에 있던 검은색 물질이 사방으로 퍼졌다.

제주(도두)하수처리장에 위치한 광역 슬러지 자원화시설에서 나온 하수슬러지다. 제주시 동지역에 거주하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만들어낸 하수를 처리하고 남은 찌꺼기다.

이곳에서 하루에 매립되는 폐기물만 180톤에 달한다. 현재 발생량을 유지하면 연간 7만톤씩 최대 35년간 사용할 수 있다. 제주도가 기대하는 매립 포화시기는 2054년까지다.

도내 폐기물 매립량은 2010년 하루 122톤에서 2012년에는 203톤으로 급증했다. 이어 2016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300톤마저 넘어서며 매립장 포화 사태를 야기했다.

매립은 토양 오염과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위험도를 높인다. 이에 제주도는 매립장에 옆에 60억원을 투입해 침출수를 자체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고도화 설비를 건설 중이다.

김은수 제주도 환경자원순환센터팀장은 “토양 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립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불가연성을 제외한 폐기물은 최대한 소각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립량이 늘면 그만큼 매립장 포화시기는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며 “철저한 분리수거로 재활용 비율을 높이고 생산과정에서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동부매립장. 1999년 5월 조성된 해당 매립장은 시설 포화로 현재는 폐쇄됐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동부매립장. 1999년 5월 조성된 해당 매립장은 시설 포화로 현재는 폐쇄됐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덤프트럭이 제주(도두)하수처리장에 위치한 광역 슬러지 자원화시설에서 나온 하수슬러지를 제주시 동복리 매립장에 투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덤프트럭이 제주(도두)하수처리장에 위치한 광역 슬러지 자원화시설에서 나온 하수슬러지를 제주시 동복리 매립장에 투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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