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 제주, 꿈틀대다] (1) ‘안 쓰고 안 버린다’ 선언 매장 줄이어

‘환경(Environment)’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관광지 주변이나 거리에 버려져 나뒹구는 테이크아웃용 일회용 컵은 쓰레기 문제를 겪고 있는 관광도시 제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편리와 효율을 위해 일상화된 일회용품은 청정제주의 수용력을 위협하고 있다. 이같은 위기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친환경 중요성에 공감한 시민들의 직접 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통해 작은 실천과 연결로 해법을 찾고 있는 곳곳의 노력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카페소녀는 일회용 테이크아웃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쓰레기를 줄이려는 마음에서 시작한 실천이다. ⓒ제주의소리
카페소녀는 일회용 테이크아웃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쓰레기를 줄이려는 마음에서 시작한 실천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비자림 인근에 위치한 카페 '제주소녀'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텀블러 등 개인용기를 가져오지 않으면 테이크아웃이 불가능하다. 물티슈도 플라스틱 빨대도 사용하지 않는다.

제주소녀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선언한 매장이다. 제로 웨이스트는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재사용을 극대화하자는 운동이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재활용 이전에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의 프리사이클링(Precycling)인 셈이다.  

남편과 함께 제주소녀 카페를 운영하는 정소녀 대표는 처음에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을 갖다 환경문제에 눈을 떴다. 쓰레기와 침출수, 지하수와 토양, 바다 모두 연결돼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부터 하자”는 생각에 카페에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손님들의 불만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불편해도 감수하려는 모습이 늘어났다. 특히 제주 곳곳에 일회용품 금지, 제로 웨이스트에 동참하는 카페가 늘어난 것은 큰 힘이 된다.

정 대표는 “저 혼자서는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더라도, 확산이 되면 결과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따르면 제주지역에서 운영중인 휴게음식점 중 커피숍으로 등록된 곳은 1590곳에 이른다. 일반음식점 내 카페 수까지 합하면 실제 커피전문점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페 제주소녀의 메뉴판에는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한다는 문구와 함께 일상 속 쓰레기 줄이기 실천 방안에 대한 안내문을 만나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카페 제주소녀의 메뉴판에는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한다는 문구와 함께 일상 속 쓰레기 줄이기 실천 방안에 대한 안내문을 만나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소상공인진흥공단 상권분석에 따르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우도에 있는 커피전문점, 카페, 다방 수는 42곳이다. 노형동(156곳), 연동(127곳) 등 도심지역은 물론 김녕, 월정 등 해변 관광지가 몰린 구좌읍에는 178곳이나 몰려있다.

관광객이나 도민이 사용하는 테이크아웃 용기의 숫자는 천문학적일 것으로 추산된다. 매년 관광객이 버리는 플라스틱 컵 규모가 연간 6300만개라는 통계(2021 제주플러스 국제환경 포럼 제주관광공사 발표)부터 7500만개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1인당 하루 1.5개 기준x평균 체류일수x제주관광객 1200만명 기준)까지 나온다.

이 상황에서 최근 테이크아웃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거나 ‘제로 웨이스트’를 선언하는 카페가 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움직임이다.

다회용 컵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주푸른컵은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노력하는 친환경 매장을 발굴했는데 이 캠페인에 동참의사를 밝힌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는 70곳이나 된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9월 자원순환사회연대,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와 함께 제주도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를 실천하는 가게 12곳을 발굴해 ‘일회용 플라스틱 안 줄 지도’를 발간했다.

제주국제공항에 설치된 스타벅스 다회용컵 반납기. 사용한 컵을 넣으면 보증금이 반환된다. ⓒ제주의소리
제주국제공항에 설치된 스타벅스 다회용컵 반납기. 사용한 컵을 넣으면 보증금이 반환된다. ⓒ제주의소리

스타벅스 제주 4개 매장은 작년 7월부터 일회용컵 없는 매장 프로젝트를 시작해 매장 내 다회용컵 반납기를 설치하고 포장 주문 시 일회용 컵을 제공하지 않는다. 테이크아웃을 원하면 보증금을 내고 다회용컵을 이용할 수 있는데, 사용한 다회용컵을 지역 4개 매장과 제주공항에 있는 무인반납기에 넣으면 보증금이 반환된다. 

텀블러 등 개인용기를 가져올 경우 음료 할인을 제공하거나 세척공간을 마련한 카페도 늘고 있다. 

카페 제주소녀 정소녀 대표는 “제주는 섬지역인 만큼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시도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적 노력 뿐 아니라 생산자, 공급자 측의 과대포장과 일회용품 사용 등을 제한하는 정책적 방안이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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