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과 함께 한 제주대병원 20년] ④ 지역 의료시스템 선진화 견인...치료-재활-예방 등 연계 초점

제주를 대표하는 거점 의료기관이자 도민의 의료 안전망 역할을 자임하며 지난 2001년 문을 연 국립 제주대학교병원이 지난 11월 1일 개원 20주년을 맞았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열악한 의료체계를 극복하고, 인술을 펼치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뒤따랐다. 제주대병원의 역사는 곧 제주 공공보건의료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의소리]는 약 100여 년 전 제주 근대 의료를 태동시켰던 제주자혜의원으로부터 오늘날 제주대학교병원이 의료자치 실현에 도전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되돌아보고, 미래 100년을 향한 비전과 과제를 다섯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 편집자 주
제주시 아라동 시대를 개막한 제주대학교병원. 사진=제주대병원 ⓒ제주의소리
2009년 3월 제주시 아라동 시대를 연 제주대학교병원. 제주대병원의 아라동 신축 이전은 상대적으로 뒤쳐져있던 제주의 의료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한 대전환점이 됐다. 사진=제주대병원 ⓒ제주의소리

제주시 삼도동에 둥지를 틀고 있던 제주대학교병원은 갖가지 고비를 넘어 2009년 3월 '아라동 시대'를 열었다. 제주대병원의 이전 신축은 단순한 건물 신축뿐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뒤쳐져있던 제주의 의료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한 대전환점이 된 사업이었다.

2000년대 제주대병원의 예상 병상 수요는 약 400병상 규모였다. 당시 의료 수요로 미뤄보면 오히려 400병상 계획시에도 시설 규모가 과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병상을 늘리는 설계만 적용해도 총 사업비가 약 1000억원 가까이 껑충 뛰었다. 계획했던 건축 면적에서 약 2만여㎡를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반대 속에서도 미래 수요를 내다보고 500병상을 수용할 수 있는 건축에 들어갔다. 내부 유휴공간을 확보해 추후 600여병상으로 전환 가능하도록 건축했다. 총 사업비 1468억원이 투입된 신축병원은 8만2200㎡ 부지에 지상 6층, 지하 2층, 연면적 7만5552㎡ 규모로 지어졌다.

병상은 531개로 종전보다 231개 늘렸다. 여러 반대를 감수한 결정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이 결정은 '신의 한수'가 됐다. 2010년도에 접어들며 제주도의 인구수는 급격한 성장세를 이뤘고, 현재 제주대병원은 상급의료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위해 800병상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새 병원에 도입할 최신 장비구입 예산 확보도 관건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보건복지부가 때마침 지역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공공의료 개혁 정책을 발표했고, 지방국립대학병원 9곳에 암센터를 설치하는 사업을 시행했다. 제주대병원도 3차년도에 센터건립이 확정됐고, 140억원에 달하는 장비 구입비를 확보하게 됐다. 2007년에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사업이 시작돼 장비비로 48억원이라는 예산을 확보했다.

신축병원 개원과 함께 실시된 전자의무기록 시스템(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구축 사업, 차트, 슬립, 필름, 종이를 없애는 4Less(chartless, slipless, filmless, paperless) 프로젝트 등도 핵심적인 사업이 됐다.

제주대학교병원은 지역암센터 설립 등 괄목할 성장을 이뤄냈다.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병원은 지역암센터 설립 등 그동안 지역의료시스템의 선진화를 향한 괄목할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주의소리

삼도동 병원에서 아라동 신축병원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의 진료공백은 단 3일 뿐이었다. 엄동설한에 난방도 되지 않는 신축병원에서 모의환자 진료를 통해 새로운 의료정보시스템을 익히고 적응하려 노력한 의료진들의 헌신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제주대병원의 발전은 지역 의료시스템의 선진화를 견인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도내 병의원과의 협력진료가 꾸준히 이뤄졌고, 최첨단 의료장비 도입은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발하는 계기가 됐다. 환자의 증상에 따라 전원을 시키며 제주대병원은 중환자 위주의 환자를 보고, 타 병원은 경증 환자를 돌보는 등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병원의 존재는 새로운 도심 개발의 활력소였다. 단일 기관 직원으로만 1800여명에 달하는 병원의 유무에 따른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자못 컸다.

최근에는 의료체계 못지않게 공공보건 측면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몸이 아프기 전 건강관리를 돕는 개념이다.

별도의 조직으로 구성한 공공의료본부의 역할도 병원의 사회적 영향력을 넓혔다. 권역뇌혈관질환센터를 비롯해 류마티스 및 퇴행성관절염 공공전문진료센터, 권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등 전문센터를 유치해 공공의료 영역을 강화했다.

제주대학교병원은 의료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의료장비를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병원은 의료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의료장비를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주의소리

각 센터는 집중치료 기반을 구축함은 물론, 진단 및 치료, 재활, 예방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각적인 환자 교육을 통해 질환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 약자를 대상으로 보건의료와 복지서비스를 연계·조정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원을 주 목적으로 한다.

가령 관절 수술을 한 대상자에 대해서는 수술 후 재활 뿐만 아니라, 환경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집을 개조하는 사업까지 지원하고, 안전봉 시설을 설치하는 등 사후관리까지 연결하는 사례다. 조직 체계 상 공공의료본부장을 부원장급으로 승격시킨 것도 병원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경훈 제주대병원 사무국장은 "지역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병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힘을 모아 의료서비스 개선을 노력하고 있다"며 "좋은 의료진들이 합류하면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격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 사무국장은 "특히 지역의 취약계층에 대한 건강관리에 매진하고 있다. 치료, 예방, 교육 등을 전반적으로 진행하면서 지난해 공공의료사업 실적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며 "병원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사회공헌의 영역을 점차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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