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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공단 제주압수물사업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지난 2020년 7월 작업 도중 크레인차량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의 재판에서 원청인 환경공단과 하청업체가 서로 안전관리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논란이다.  [그래픽 이미지=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제주의 한 폐기물 처리 시설에서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원청과 하청 업체가 서로 책임이 없다고 떠넘기고 있다. 원청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다. 

지난 14일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심리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 등 2명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피고인 측은 사망사고의 책임은 하청 업체에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한국환경공단 제주압수물사업소(이하 환경공단)는 제주시 조천읍에 ‘제주압수물보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압수물보관시설은 압수된 불법게임기 등을 인수한 뒤 폐기하거나 모니터와 메인보드 등 부품을 자원화하는 시설이며, 영농폐기물 처리 시설과 함께 운영되고 있다. 

환경공단은 해당 사업장과 관련된 영농폐기물 수거와 처리, 압수물 보관 등 각종 업무를 하청했다. 

2020년 2월24일 환경공단은 영농폐기물 수거사업소 운영 및 시설관리용역에 대한 입찰을 마감했고, 입찰 결과 C업체가 투찰률 약 88%로 낙찰됐다. 

입찰금액은 2221만9870원인데, 입찰액에는 노동자 1명의 임금도 포함됐다. C업체는 같은 해 3월2일자로 압수물보관시설에 직원 1명을 파견했다. 

파견된 노동자는 휴일을 빼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급 약 8807원을 받고 일하다 2020년 7월23일 후진하던 중장비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직원이 사망하자 경찰과 검찰은 수사를 진행, 환경공단 제주지사 직원 A씨와 폐기물 운송업체 관계자 B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A씨 등 2명이 사업장 안전관리 등을 소홀히 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환경공단 제주지사 A씨 등 2명은 C업체의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하청인 C업체 과업에 영농폐기물 수거와 검수, 계량, 재고관리, 시설물 관리, 민원처리, 진출입차량 안전사고 예방 등 업무가 포함됐다는 주장이다. 

피고인 측은 “과업지시서에 명시된 대로 파견 직원에 대한 안전관리는 하청 업체가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측은 C업체의 과업지시서 등을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피고인 측의 주장에 따라 재판부는 C업체 관계자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도 했다. 증인석에 앉은 C업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하청받은 주요 업무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하청업체 과업지시서에는 민원처리와 안전사고 예방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질적인 안전관리 등의 업무는 환경공단이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압수물보관시설에 파견한 하청업체 직원이 단 1명이라는 현실적인 점도 고려됐다. 

C업체 관계자는 “과업지시서에 나온 내용 말고 하청 업체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주 업무가 따로 있다. 우리(C업체)는 영농폐기물 반입·공급 과정의 계량 등이 주요 업무며, 각자 고유의 업무라는 것이 존재한다”라고 밝혔다. 

또 “압수물보관시설에 다양한 하청업체가 있는 것으로 안다. 하청이 파견한 직원 등 규모는 알지 못한다. 어떤 직원이 어떤 업무를 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안전관리가 가능하느냐. 특히 사망한 직원은 고유의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하다 사망했다. 우리도 피해자”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정부 산하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한지 1년이 지나도록 정부기관인 원청과 하청 업체가 서로 책임이 없다고 떠넘기는 모양새다. 

재판부는 오는 3월 A씨 등 2명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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