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교육春秋](1) 학생 가까이 친밀한 교사가 늘 있어야 한다 /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 이사장

눈이 가까이 닿는 곳에
손이 쉽게 가는 장소에
발걸음이 쉬운 곳에 친밀한 교사가 늘 있어야 한다. 

최근 연도 기준 OECD 회원국의 청소년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명) 평균은 5.9명이고, 한국은 10.4명('19년)으로 4위이며, OECD 평균보다 1.8배 높다. 청소년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뉴질랜드로 청소년 자살률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12.5명('16년)이다. 그럼, 제주도의 청소년 자살률은 어느 정도일까? 안타깝게도 전국 시도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 2019년 기준으로 16.3명이다. OECD 평균보다 무려 2.7배 높고 가장 자살률이 높은 뉴질랜드보다 1.3배나 높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9년 제주 청소년의 높은 자살률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원인에 대해 몇 가지 추론은 가능하다. 2021년 정부가 발행한 자살예방백서(보건복지부, 2021.7.)에 따르면 ‘학교생활에 만족하는 학생’에 비해 ‘불만족인 학생’의 자살충동률이 2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진=안재홍. ⓒ제주의소리
2020년 학교생활 만족도에 따른 자살충동 현황. 사진=안재홍. ⓒ제주의소리

지역사회의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같은 책에 따르면 “충남은 2017년부터 연령표준화 자살률이 모든 시·도에서 가장 높고, 제주는 2018년에 급상승한 이후 2019년에도 두 번째로 높으며”라고 밝히고 있다. 몇 년 사이에 갑작스럽게 높아진 제주 전체의 높은 자살률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위 백서에서는 청소년의 자살생각률을 스트레스, 우울감, 건강상태, 학업성적 등 13가지 항목으로 조사했다.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는 우울감 경험 정도에 따라 청소년들의 자살생각률은 가장 큰 차이를 드러냈다. 우울감 경험이 있는 학생이 없는 학생에 비해 6.7배 더 자살생각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학생들의 정신건강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의 2022년 주요사업 중 하나로 전문상담교사 정원을 증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구체적으로“학교폭력 피해, 교우관계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상담을 지원하기 위해 공립학교 전문상담교사를 역대 최다 증원”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사진=안재홍. ⓒ제주의소리
2019년 우울감 경험에 따른 청소년 자살생각 현황. 사진=안재홍. ⓒ제주의소리

그러면, 제주의 전문상담교사 현황은 어떨까?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 말 “도내 학생정신건강 컨트롤 타워로서 과단위 한시 기구였던 <학생건강증진추진단>을 2022년 1월부터 정규 기구화한다. 전국 최초로 지난 2015년 설립한 지 약 7년 만이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7년 전부터 운영된 ‘학생건강증진센터’는 학생 정신건강 증진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학생의 학교생활 적응력 향상과 마음건강증진을 견인해 왔다. 또한 안전사고, 폭력, 재난, 사망 등 학교 응급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긴급 심리 지원을 했고, 학교 자문, 특별상담실 운영 등을 통해 학교 일상 회복과 정상화를 지원해 왔다.”고 그간의 성과를 밝히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의 학생건강증진추진단(이하 ‘추진단’)은 전문의(단장 포함) 2명, 장학사 1명, 학습심리지원관 2명, 전문상담교사 6명, 교육행정직 2명 등 13명으로 구성되어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전문의를 배치해 전문성을 높였다고 한다. 

제주도교육청의 노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지만, 방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상담은 평소 관계의 신뢰도를 비롯해 접근성 또한 중요한 요소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사회적 제약이 많아 물리적 거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기본적인 요소들이 무시된 채 전문상담교사들이 제주도교육청에서 학생상담이 아닌 행정보조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증언은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주도교육청의 추진단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상담교사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신규교사 2명이 자진퇴직하기도 했다”고 지난 10일 제주교사노조는 밝히고 있다. 교육부가 2022년에도 증원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전문상담교사는 아직 법정 정원(초·중등교육법 제19조의2(전문상담교사의 배치 등))을 충족하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교육청에 학교를 순회하는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청에 찾아오는 학생이 아니라 학교현장에서 수시로 만날 수 있는 상담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나마 부족한 전문상담교사를 전문의들의 업무보조인력으로 활용하는 것을 탁상행정이라 부르면 무리일까? 교사는 학생들 곁에 머무를 때 빛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필자 안재홍은?

안재홍은 간디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제주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내로 옮겨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교육이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라도 시작해보자는 고민으로 2016년 10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설립해 애월지역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두 딸의 삶을 앗아가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부터 애월중학교에서 기후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귤 농사지으며 휴학 중이다. 제주의소리 '교육春秋'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격주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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