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제주행동 "자전거 활성화 계획, 실효성 없고 집행 엉망"

제주 공공자전거 스테이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공공자전거 스테이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특별자치도가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 CFI)2030' 계획에 따라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제시했지만, 실효성 없는 정책만 남발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차량을 늘리는데 수천억원의 예산을 반영한 반면,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자전거 관련 정책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제주지역 13개 시민사회단체·정당으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21일 발표한 '제주도 기후위기 정책점검' 자료를 통해 "탄소 없는 섬을 지향하는 제주도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 관련 정책이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계획은 실효성이 없고 집행도 엉망"이라고 성토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난 2018년 수립된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은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고,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자전거 전담부서 설치나 자전거 이용 활성화 위원회 구성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 대한 평가다.

특히 나날이 늘어난 차량대수에 대해 제주도의 책임을 추궁했다. 이들 단체는 "도내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는 수송으로, 2019년 기준 47.8%에 해당한다"며 "육상, 항공, 해상 순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큰 분야인 육상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바로 자동차"라고 진단했다.

이어 "제주도는 가구당 차량보유 대수가 전국에서 가장 높고, 렌터카 차량 대수는 10년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제주도의 버스준공영제, 차고지증명제, 렌트카총량제, 전기차 확대도입 등 여러 정책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이용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며 "2013년부터 전기자동차 구매 보조금을 지우너한 지도 벌써 10년이 됐지만,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던 목표는 사라지고 내연차와 전기차가 같이 증가해 전체 자동차 대수를 늘리는 결과만 낳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제주시 벤처마루 앞 공공자전거 스테이션. 시스템 오류로 인해 자전거를 대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
지난 8일 제주시 벤처마루 앞 공공자전거 스테이션. 시스템 오류로 인해 자전거를 대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

실제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제주지역 도로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1년 107만4000톤에서 2019년 146만8000톤으로 37%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행동은 CFI2030 계획에 전기자전거 구매를 위한 보조금 지원은 애초부터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자전거야말로 '탄소 없는 섬'에 가장 걸맞은 교통수단이지만, 이를 활용하기 위한 고민이 없다고 비판했다.

제주행동은 "자동차 이용을 줄여 교통체증 등 교통불편을 해소하고 도민의 건강을 지키는데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자전거 이용이지만,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전거는 제주도심지에 발달한 경사지형으로 인해 이용에 다소의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래서 전기자전거를 늘려 제주의 지형에 대응하고 기후위기와 교통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제주행동은 "그럼에도 정작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에는 보급 촉진에 대한 의지가 담긴 예산계획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기자전거 관련 업무를 포괄해 자전거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는 상황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제주 도심지 내 공공자전거가 설치·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제주시 시내권에서만 국한돼 있고, 그마저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스템 오류로 인해 자전거 대여가 불가능한 경우도 빈번하고, 자전거가 고장나 대여장치에서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 등 이용자들로부터 불편사항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적게나마 이용자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보급 부족과 관리 미흡 등으로 인해 정책이 빛을 발하지 못한 사례다.

도내 자전거 이용현황에 관한 통계자료조차 없다는 점도 문제시됐다. 행정안전부 생활공간정책과에서 발표한 '2020년 기준 자전거 이용현황'을 보면 제주도의 자전거 등록제 운영 현황에는 22년 전인 1999년 통계자료가 올라가 있다. 

제주행동은 "제주도에 정보공개 청구로 자료를 요청해 내용을 추가로 검토해 본 결과 서귀포시는 자전거 등록제를 아예 운영하고 있지 않았고, 그나마 운영하고 있는 제주시의 경우에도 등록 대수가 100대가 안되는 해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자전거 판매가 급상승한 2020년과 2021년에 등록된 자전거의 합계가 고작 76대밖에 되지 않아 사실상 등록작업을 포기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제주행동은 "제주도는 기후위기 대응과 교통환경 개선을 위해 체계적이고 안전한 자전거도로 설치 및 개선, 공공자전거 대폭확대, 전기자전거 보조금 지원 등을 포함하여 실효성 있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며 "계획이 효과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미뤄왔던 자전거 전담부서 설치와 자전거 이용 활성화 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반드시 제시된 계획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자동차가 늘어나는 것은 제주도의 기후위기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환경수용력만으로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제주도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동차가 활보하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와 보행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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