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02) fusion 융합

fu·sion [fjúːʒən] n. 융합(融合)
하간 게 서꺼진다
(온갖 것들이 섞인다)

fusion에서의 fus는 ‘섞다(=mix)’ 혹은 ‘붓다(=pour)’의 뜻이다. 이 fus라는 어근(語根)에서 나온 낱말로는 confuse ‘혼란시키다’, infuse ‘주입하다’, transfuse ‘옮겨 붓다/수혈(輸血)하다’, diffuse ‘흩뜨리다’ 등이 있다. 최근 문화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융합 현상에서의 fusion이란 이질적인(heterogeneous) 것들의 뒤섞임(mix), 조합(combination), 조화(harmony)를 뜻한다. 예술의 각 장르(genre)들이 기존의 고유함(uniqueness)을 해체하고 다른 것과 합쳐지면서 새로운 대안(alternative)을 모색하는 시도로 등장한 퓨전 문화에서는 일상의 고정 관념(stereotype)이나 틀(framework)을 과감히 제거하고 새로운 어울림의 문화를 창출(creation)하고 있다.

21세기는 수직적 위계질서(hierarchical order)를 벗어나 다양성(diversity)을 인정하는 복합적(complex) 사회구조(social structure)의 시대이다. 포스트모던(post-modern) 시대의 해체주의(deconstruction)를 바탕으로 한 ‘탈중심화(decentering)’ 추세를 따르면서 기존의 장르를 파괴하여 새로운 장르를 만들기도 하고, 하나의 장르에 한정되기보다는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기도 한다. 이런 해체주의 융합 현상은 퓨전(fusion)과 더불어 하이브리드(hybrid), 컨버전스(convergence),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크로스오버(cross-over) 등과 같은 새로운 용어(terminology)들을 만들어 냈는데 그 의미는 조금씩 다르지만, 둘 이상이 연합하여 새롭고 유익한 형태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gasoline) 엔진에 전기 자동차(electric car)의 배터리 엔진을 함께 장착해 도로 여건에 맞게 자동으로 엔진이 전환되도록 만든 차다. 차체의 무게도 가볍고, 연비(fuel efficiency)도 좋을 뿐 아니라 유해(toxic) 배기가스(exhaust gas)량이 적어 대기오염(air pollution)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컨버전스’의 대표적인 사례는 디지털(digital) 컨버전스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단일 제품 중심의 제품 경계(product boundaries)가 사라지고 음성·데이터·영상과 같은 정보의 융합, 방송·통신·인터넷 등 네트워크의 융합, 컴퓨터·통신·정보 가전과 같은 기기의 융합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성하고 있다. ‘컬래버레이션’은 서로 연관성(correlation)이 있는 유사성(similarity)을 기반으로 실행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이종(異種)산업 간 협업(協業)으로 더욱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퓨전 문화는 일상의 고정 관념이나 틀을 과감히 제거하고 새로운 어울림의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일상이 된 퓨전 문화는 앞으로도 계속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 사진=pixabay.

이와 같은 융합 현상은 동양(the East)과 서양(the West)이라는 공간이나 과거(past)와 현재(present)라는 시간의 벽을 과감히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예술(art)뿐 아니라 요리(cooking) · 패션(fashion) · 영화(movie) · 인테리어(interior) 등의 각종 분야에서 개성(individuality)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모방(imitation)이 아닌 창조(creation)를 이루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퓨전이 기존의 문화 장르를 배격하거나 완전히 해체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각각의 문화가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을 기본 바탕으로 하며, 포스트모던의 해체주의 의식과 전 세계가 공동체(community)라는 의식이 함께하면서 표출되는 미래지향적인(forward-looking) 문화현상(cultural phenomenon)인 것이다.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된 퓨전 문화는 앞으로도 계속(now and for ever) 대중문화(popular culture)의 획일성(conformity)에 식상해 있는(tired of) 현대인들의 감성(sensitivity)을 자극하며 새로운 트랜드(trend)로 자리매김(positioning)해 나갈 것이다. 이런 퓨전 문화를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원래 자연계의 진화(evolution)가 잡종화(hybridation)의 역사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개방화(globalization)와 다양성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정통성(orthodoxy)을 중시하는 순종(pure breed)의 역사가 온갖 것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잡종(mixed breed)의 역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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