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임의 오름기행] 자연의 신비가 연출되는 거문오름

지난 6월 2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1차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신청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키로 최종 결정했다.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한라산 국립공원과 성산 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등이다. 또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다시 거문오름,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 기생화산(오름) 1개와 용암동물 5개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하나인 거문오름을 다녀왔다...<기자 주>

 
▲ 경방초소가 있는 거문오름 정상,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확정됐지만 아직 달라진 것은 없다.
ⓒ 김강임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속으로

사람들은 제주도를 일컬어 신비의 섬이라 말한다.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한라산을 중심으로 368개의 오름들이 펼쳐지고 이와 함께 생겨난 용암동굴계는 화산섬을 신비의 세상으로 만들었다.

지난 7월 1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부대오름 탐방을 끝낸 우리 일행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 거문오름을 탐방했다. 오전 9시, 거문오름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인들의 환호와 열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장맛비에 촉촉이 젖어 있었다.

어쩌면 거문오름은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대부'인 셈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인 만장굴은 잘 알고 있으나, 만장굴을 비롯한 벵뒤굴과 김녕굴, 용천동굴 등이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화산폭발로 인해 생겼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우리는 화산섬의 지질학적 부가가치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져왔던가?

 
▲ 거문오름 표지석은 검은이오름으로 표기돼 있다.
ⓒ 김강임
 
짙푸른 초록 야생화 어우러진 정상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연결되는 번영로를 따라 30분 정도 가면 선흘리 입구, 그곳에서 500m쯤 가다 보니 왼쪽에 '검은이오름'이라는 표지석이 나타났다. 검은이오름은 '숲이 무성하게 덮여 있어 검게 보인다'하여 검은이오름이라 불린다고 한다. 오름 표지판을 보자, 여느 오름 표지판에서 느끼지 못했던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장맛비를 먹고 자란 거문오름 숲은 오름 전체를 짙푸른 초록으로 물들였다. 우리는 목장을 가로질러 표고 456m로 이어지는 등반로를 찾았다.

 
▲ 오름 등반로 길은 무성한 잡초와 띠가 길을 인도한다.
ⓒ 김강임
 
이슬을 먹고 자란 잡초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등반로에 어깨를 내려놓았다. 조금은 급경사를 이룬 언덕을 10분 정도 오르자 거문오름의 정상이 나타났다.

거문오름은 산수국, 산딸기, 엉겅퀴와 갖가지 야생화가 어우러졌다. 그리고 또 하나 오름을 지키는 것이 있다면 경방초소 옆에서 힘차게 펄럭이는 깃발, 그 깃발은 산불조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을 뿐, 지난달 세계자연유산 등재 확정에 대한 제주인들의 희열을 알지 못하는 듯했다.

 
▲ 정상에 서면 선흘마을과 오름들이 보인다
ⓒ 김강임
 
 
▲ 분화구 안은 곶자왈 지역, 멀리 제주오름의 왕국 송당군 오름들이 아스라히 떠있다.
ⓒ 김강임
 

우리는 깃발 옆에서 거문오름을 말했다. 2개의 굼부리가 동서로 나뉘어 있다지만 육안으로 드러나 보이는 분화구는 반쪽 얼굴만 보였다. 그 얼굴은 숲이 무성한 곶자왈 지역. 다만 곶자왈로 둘러싸인 분화구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송당군들의 제주오름이 아스라이 떠 있을 뿐이었다.

 
▲ 능선을 걸으면 또 다른 숲길이 이어지고, 꼭 남이섬의 숲길처럼 포근하다
ⓒ 김강임
 
능선 숲, 남이섬 숲길처럼 포근하다

거문오름 최고의 진수는 화구를 중심으로 유출된 용암류의 침식계곡을 들 수 있다. 이 침식계곡은 국내 최대 규모로 4km 정도라 한다. 하지만 무성한 자연림은 밀림지역을 연상시킬 뿐 조망하지 못함이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이에 대한 지질학적 가치를 좀 더 자세히 알지 못하는 무지 또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오름 정상에 이런 숲길이 있다니!"

정상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숲길, 삼나무 샛길을 걸었다. 철조망으로 이어진 삼나무 길을 걸어보니 마치 이국땅에 온 느낌이었다. 잘 정돈 된 숲길 속은 언젠가 걸었던 남이섬의 가로수 길처럼 포근했다. 더욱이 촉촉이 젖은 화산의 터를 걷는 또 다른 이색체험.

 
▲ 능선을 걸으며 2개의 동굴을 발견했다.
ⓒ 김강임
 
오름 능선을 걸으며 우리는 2개의 동굴을 발견했다. 장마기간이라서 그런지 동굴 속에서는 하얗게 김이 피어올랐다.

 
▲ 등반로 길은 마치 밀림지역 같다. 사람의 키보다 더 큰 잡초를 헤치고 나가야 한다.
ⓒ 김강임
 
용암류 침식계곡의 경이로움

거문오름의 또 다른 능선이 우리를 기다렸다. 그 숲길 끝에서 만난 밀림지역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없는 등반로는 사람의 키보다 더 큰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한마디로 밀림지역을 걷는 기분이었다. 온갖 습지식물과 제주오름에서 서식하는 자연림이 한데 어우러져 여름교향곡을 연출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초록의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이 초록의 생명을 지탱하는 화산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능선을 따라 걷는 내리막길과 오르막길, 그때야 우리는 2개의 봉우리 능선을 걷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 능선을 끼고 있는 말굽형 분화구는 곧 선흘곶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 분화구 곶자왈 지역은 고요와 평화가 흐른다.
ⓒ 김강임
 
하늘도 보이지 않는 숲을 따라 30분쯤 걸었을까. 선흘교회로 통하는 초원을 등지고 우리는 다시 산책로처럼 길이 나 있는 곶자왈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제주의 곶자왈. 그곳에 들어가 본 사람들이라면 제주 오름이 왜 소중한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청정의 제주를 낳게 하는 원조 곶자왈. 그곳에서 우리는 고요하고 푸른 세상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용암류 침식계곡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하지만 거문오름 숲은 그저 고요와 평화가 흘렀고 처량한 산새소리만이 계곡을 지켰다. 참으로 경이로웠다.

 
▲ 거문오름,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생화산이 되었으면 좋겠다.
ⓒ 김강임
 
기생화산, 세계자연유산 가치 얻기를

지난해 8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베트남 하롱베이를 다녀온 적이 있다.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이라는 인식만 갖고 있던 나는 베트남으로 떠나는 관광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자연 그대로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가를 알았다.

인간의 욕망은 다양하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자연이 아닌가 싶다. 자연 중에서도 그대로를 간직한 순수함. 그것이 주는 메시지야말로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

그런 의미에서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계는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관광자원이다. 특히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중 거문오름에 대한 기대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어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나가기 위한 각고의 노력은 우리들의 몫이다. 세계 속에 비쳐지는 제주화산섬, 자연의 신비와 인간의 조화가 아닐는지.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거문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산 102-1번지에 있으며, 표고 456.6m, 비고 112m, 둘레 4,551m이다. 거문오름 분화구는 거물창이라하며 이는 숲이 무성하게 덮여있어 검게 보인다 해서 불려진 말이다. 오름 등성이를 사이에 두고 2개의 굼부리로 나누어져 있다.

거문오름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확정되었으며, 화구로부터 유출된 용암류 침식계곡이 도내 최대 규모를 이룬다.

☞ 찾아가는 길 : 제주시- 번영로(동부관광도로)- 선흘입구- 대천동 쪽 500m- 왼쪽 오름표지석(검은이오름)으로 40분 정도가 걸린다. 거문오름을 답사하는 시간은 1시간정도가 걸린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김강임의 제주테마여행>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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