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욱의 제주기행(6)]맑은 물과 푸른 숲을 볼 수 있는 곳

▲ 서귀포 신시가지 경기장 서쪽에서 엉또폭포 진입로를 찾을 수 있다. ⓒ 장태욱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신시가지 서북쪽 1km 지점에 월산마을이 있다. 원래 천연산림지대였던 곳을 '종복이'라는 농부가 개간하여 옥토를 만들었다고 하여 과거에는 '종복이왓' 혹은 '종백이왓'('왓'이란 제주방언으로 밭이나 들판을 의미한다)이라고 불렀는데, 인근의 월산봉의 이름을 따서 월산마을로 부르게 되었다.

이 마을도 4·3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다. 단독정부를 수립한 이승만 정부는 해안선에서 5km 이상 떨어진 중산간(中山間) 지대를 적성 지역으로 파악하여 '중산간 초토화 작전'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48년 10월부터 중산간 마을에 대해 소개령(疏開令)을 내려 마을 주민들을 모두 해안가 마을로 내려보냈고, 명령을 어겨 중산간에 남아있던 자들은 폭도로 간주하여 처단했다.

소개된 마을에 대해서는 모두 불태워 없애버리는 전략을 사용했는데, 중산간 마을 주민들이 무장대에 도움을 주거나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월산마을도 당시 소개령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주민들이 강정 해안마을로 집단 이주해야 했고, 자신들의 집은 군경에 의해 불타 없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 엉또폭포는 월산마을 안쪽에 있다. ⓒ 장태욱

월산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강정동 1587번지에 일대 악근천 상류에 '엉또폭포'라는 폭포가 있다. 제주 방언인 '엉'은 바위 그늘 집(Rock Shelter)을 의미하고 '또' 혹은 '도'는 입구를 의미하므로, '바위 그늘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의미를 갖는다.

강정 일대의 안산암 지질이 경사급변점(傾斜急變點) 아래에서만 지하수를 용출시키기 때문에, 엉또폭포는 인근의 천지연폭포나 정방폭포와는 달리 비가 내린 후에만 낙수(落水)를 구경할 수 있다.

  

▲ 엉또폭포 진입로. 천연 난대림이 아름다운 곳이다. ⓒ 장태욱

그렇다고 엉또폭포가 비 내린 후에만 찾아가는 폭포라는 편견은 버리는 것이 좋다. 엉또폭포는 폭포의 물줄기 못지않게 아름다운 진입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엉또폭포 가는 길
붉은 동백꽃
어찌나 곱게 피어났는지
꽃향기에 반해 입맞춤하다
숲속 동박새 하늘 날으며
시샘하듯 일제히 지져를 댄다

- 채바다의 '엉또폭포 가는 길'

▲ 관람객들을 위해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 장태욱

 엉또폭포는 오랫동안 세인들에서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폭포로 들어가는 악근천 상류에는 천연 난대림이 잘 보존되어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진입로가 잘 정비되어서, 이 진입로를 따라가다 보면, 시인이 표현하듯 푸른 천연림과 새 짖는 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철 만끽할 수 있다.

▲ 비가 내리지 않는 날에는 웅장한 기암절벽을 구경할 수 있다. ⓒ 장태욱
 폭포 아래에는 폭포수가 떨어져 만들어낸 천연 소가 있는데 이를 '엉알'이라 부른다. '엉(바위그늘 집)의 아래'라는 뜻을 갖는데, 이곳에는 항상 맑은 물이 고여 있다.

▲ '엉알'. 폭포수가 떨어지며 만들어낸 소 ⓒ 장태욱
평상시에는 물이 내리지 않는 이 폭포에, 비가 70mm 이상 내리면 세찬 물줄기가 벼랑의 끝에서 하얀 포말을 만들어내며 움푹 패인 웅덩이(엉알)로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 비가 내리면 엉또폭포는 웅장한 물줄기를 뿜어낸다. ⓒ 장태욱

비가 많이 내린 날에는 폭포의 물줄기를 구경할 수 있는 반면, 비가 내리지 않는 날에는 기암절벽의 웅장함을 만끽할 수 있어서 좋다. 폭포수를 구경하지 못하더라도 절대 실망을 되돌려주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사철 이곳을 방문하셔도 좋다고 자신있게 권한다. 아직까지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참고하시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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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또폭포 찾아가는 길 : 서귀포 신시가지 종합경기장에서 중산간도로를 따라 1Km정도 서쪽(중문방향)으로 가면 엉또폭포 입구라는 팻말이 있다. 이 팻말을 따라 1km 쯤 북쪽으로 들어가면 월산마을이 나온다. 월산마을에서 엉또폭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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