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속촌박물관, 30일부터 8월 5일까지 감물염색체험행사

▲ 익기 전에 풋감을 따서 빻으면 많은 감물을 얻을 수 있다 ⓒ 정희종
제주도에서는 감물을 들인 옷을 '갈옷'이라고 부른다. 감물들인 저고리는 '갈적삼', 바지는 '갈중이'라고 불렀다. 제주도는 화산섬으로서 논 농사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밭농사이다. 밭들은 화산회토로서 물이 잘 빠지고 흙도 푸석푸석한 '뜬땅'이 많다.

자연 환경이 척박하여 옛 제주인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갈옷을 입고 밭에서 일을 하였다. 갈옷은 제주인들의 노동복이자 일상복이었으며, 지금은 제주도의 상징물 중 하나이다. 제주에 오는 관광객들은 길거리에서 갈옷을 입고 있는 제주인들을 보면서 다른 지방에서 볼 수 없는 느낌을 받는다.

옛날에는 목화에서 실을 뽑아서 집에서 짠 무명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는데, 옷감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헌옷을 재활용하기 위하여 감물을 들여서 입었다. 무명으로 만든 갈옷은 바람이 잘 통하고, 땀에 젖어도 몸에 달라붙지 않고 잘 마르며, 빳빳하고 질겨서 먼지나 흙, 지푸라기 들이 잘 붙지 않으며, 붙어도 털면 잘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또한 갈옷은 흙 색깔과 비슷하여 더러움을 덜 타고, 때가 잘 빠져서 밭일을 하는데 흰옷보다는 훨씬 좋았다. 그 밖에 감에 들어 있는 방부제 성분 때문에 잘 썩지 않고 옷감이 더 질겨지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 감을 빻을 때 감물이 튀면 옷에 빨간 얼룩이 생기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 정희종

일제시대에 '몸빼'가 들어와서 여성들의 노동복으로 자리를 잡고, 1960년대 이후 화학섬유로 만든 의복이 풍부해지면서 갈옷은 점차 뒤로 밀려나서 자취를 감췄다. 할머니들이 옛날 생각이 나서 가끔 만들기도 하고, 시골에서 여름철에 감물을 들이기도 했지만, 화학섬유에 밀려서 갈옷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관광상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갈옷은 화려하게 부활하였으며, 지금은 많은 제주인들이 평상복으로, 또 밭에 나가서 노동을 할 때 일부러 찾아 입기도 한다.

갈옷은 땡감을 빻아서 나온 감물로 염색했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 효과가 탁월하고 발수성과 항균성이 뛰어나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에는 무명 대신에 광목이나 여러 가지 다양한 옷감을 사용하고, 염색하는 기술도 발전하여 보기 좋고 다양한 옷맵시를 자랑할 수 있는 갈옷들이 제주도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무명이 아니기 때문에 예전에 갈옷이 가졌던 바람이 잘 통하고 빳빳하고 질긴 특징들이 사라져 버린 면도 있다. 그래도 제주인들은 여름에는 갈옷이 시원하고 최고라고 한다.

갈옷을 만들기 위한 감물염색은 지금이 제격이다. 덜 익은 풋감을 따서 빻으면 감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감이 익기 전에 따서 물을 들인다. 감물 염색하는 과정은 먼저 감을 빻는 것부터 시작한다.

 

▲ 일주일동안 계속 물에 담갔다 널어 말리기를 반복해야 밝은 갈색으로 변한다. ⓒ 정희종

기계가 없었던 시절에는 도고리에 감을 넣고 덩드렁마께(짚을 두드리는 방망이)로 일일이 빻았다. 그 다음은 옷감에 감물을 들인다. 감물 들인 천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널어 말려서 골고루 햇볕을 받도록 한다.

햇볕을 골고루 받지 못하면 색깔이 얼룩지고 비가 와서 제대로 말리지 못하면 풀기가 죽어 후줄근하고 색깔도 거무튀튀해진다. 약 일주일 동안 계속 물에 담갔다가 널어 말리기를 여러 차례 되풀이하면 밝은 갈색이 난다. 갈옷은 처음에는 매우 빳빳하고 색도 빨갛지만 입고 지냄에 따라 점차 부드러워지고 갈색으로 변해 입기에 적당해진다.

제주민속촌박물관은 오는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 매일 오후 2∼4시 박물관내 관아 및 잔디광장에서 감물로 옷감을 물들이는 제주 고유의 감물염색 체험 행사를 개최한다.

관람객들은 직접 풋감을 으깨고, 으깬 풋감에 옷감을 버무리고 햇볕에 널어 말리는 체험을 하며, 감물을 들인 손수건을 기념으로 갖고 갈 수 있다. 이와 함께 봉숭아꽃으로 손톱에 꽃물 들이는 행사도 마련해 관람객들에게 추억을 선사한다.

▲ 감물염색체험행사에서 손수건에 감물을 들이는 어린이들 ⓒ 정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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