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욱의 제주기행] 금악마을의 넓은 초원 위에 펼쳐진 맥그린치 신부의 꿈
▲ 금악 마을로 가다 보면 넓은 초원 위에 펼쳐진 이시돌 목장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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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제주도에 전래된 천주교는 활발한 선교활동을 펼쳤으나, 이재수 난의 영향과 일제 말기의 기독교에 대한 심한 탄압으로 1940년대까지 침체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는 의료, 교육, 축산업 발달에 기여하는 적극적인 선교 활동과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신자 수와 교회 수가 급증하였다. 제주지역 천주교의 왕성한 교세확장의 뒤에는 이시돌목장의 큰 역할이 있었다.
이시돌목장이 처음 만들어진 배경에는 아일랜드 태생의 맥그린치 신부의 노력이 있었다. 1954년 한림리에 있는 천주교 한림 교회의 주임신부로 부임한 맥그린치 신부는 전쟁 이후 어려운 농촌의 현실을 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미 농무성을 비롯한 우방 나라들을 돌면서 기금을 모집했다.
▲ 천주교 한림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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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에 한림읍 금악리마을에 이시돌 실습 목장을 개설하여 농민들에게 목초지 개량법이나 가축을 기르는 방법을 익히게 했고, 1962년 10월에 '재단법인 이시돌 농촌 산업개발협회'를 창립하였다. '이시돌 농촌 산업개발협회'는 지금까지도 이시돌목장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 60년대 초에 맥그린치 신부는 이곳에 이시돌목장을 설립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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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돌 농촌 산업개발협회'는 씨돼지를 개량하기 위하여 1964년 7월 뉴질랜드에서 바크샤 씨돼지 2천 마리를 비행기로 실어 오기도 하였고, 1964년 9월 살찐 돼지고기 303두를 홍콩으로 처음 수출하였다. 그리고 1970년 일본 스미도모상사와의 계약으로 1971년부터 연간 1만 마리를 직접 냉동 처리하여 수출하였다.
하지만 1979년 하반기에 이르러 돼지 값이 폭락하여 양돈 사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래서 협회는 1980년 2월 양돈 사업부를 해체하고, 당시 이시돌 농장에서 사육하고 있던 돼지 7천여마리와 그 양돈 시설들을 양돈 사업부에서 일하고 있는 20명의 종업원들에게 인계하여 주었다.
또 1969년 제주도와 손을 잡고 개척 단지 조성 사업에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면서 축산 단지 40세대와 양잠 단지 90세대의 정착을 도왔고, 1970년 10월 한림읍 금악리에 이시돌 농업기술 연수원을 설립하였다.
이 연수원에는 건평 420평에 기숙사·도서관·식당 등이 갖추어져 있다. 숙박비·수업료·교재 등 일체 경비를 연수원에서 부담하고, 연수생들에게 양돈·면양·비육우 등의 사육방법, 목야지 조성법, 목초 건조법, 사일레지 처리법과 가공법, 트랙터 운전과 정비법 등 농업 전문 지식들을 전문가들로부터 교육을 받게 하였다.
▲ 이시돌사료공장. 한림항 입구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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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돌목장의 강영구 목장장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목장의 현황에 대해 알아보았다.
▲ 이시돌목장 안에는 많은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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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 평 부지의 이시돌 목장에서는 40명의 직원이 경주마 100여두, 비육 소 200여두, 젖고 700여두를 키우고 있다.
▲ 한림성당 앞에 있던 성이시돌 의원. 최근에 금악마을에 있는 이시돌목장 안으로 이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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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돌요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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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악리 이시돌 목장 안에는 금악 성당, 수녀원, 양로원 숙소 및 성당, 삼뫼소 은총의 동산, 성이시돌 회관, 연수 기관인 젊음의 집, 호스피스 병원 등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한림 성당 앞에서 운영하던 성이시돌병원까지 이시돌목장 안으로 이주했다. 이곳에서 하나의 천주교 촌락을 이루고 있다.
금악마을의 주민들을 현지에서 만나보니, 이시돌목장이 왕성한 사회활동에도 현지 금악마을 주민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에도 맥그린치 신부의 꿈과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일궈낸 이시돌목장은 종교가 낙후된 사회에서 절망의 늪에 빠져 있는 현지 주민들에게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모범 사례라 여겨진다.
낯선 이국에 목숨을 담보로 수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우리나라의 교회들이 현지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