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금권선거로 총장을 뽑는 패러다임은 바꿔야한다”

이 글은 8일 오후 ‘제주의 소리’ 자유게시판에 필명 ‘부끄러운 교수’란 이름으로 실린 내용입니다.  ‘제주의 소리’는 지난 8월 이와 유사한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만 이 글은 총장선거와 관련해 교수사회에서 벌어지는 불법선거의 단면을 자성의 목소리로 전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비록 이 글이 익명으로 쓰여 졌으나 특정인을 겨냥한 음해성이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기 보다는 제주대 총장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는 차원이며, 이는 최근 제주지역사회에서 벌어진 각종 선거에 사례에 비쳐 대학내부의 자성을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문을 싣습니다. 이에 대한 반론은 보장합니다. [편집자]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그렇군요. 저는 현재 제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교수라는 직업에 큰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경력으로 치면 중견교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너무나 부끄러운 저의 참회록이라고 독자들은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 여름방학 중 현재 제주대학교 총장후보로 거론되는 모 후보측에서 제공한 ‘향응’에 대한 건입니다. 당시 그 쪽에서 다른 몇몇 동료교수들과 함께 골프나 치자고 연락이 왔을 때 별 생각 없이 그 제의에 응했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골프를 쳤고, 골프 후 식사 및 술자리(아주 비싼 단란주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를 같이 했습니다. 아마 돈으로 계산하면 여기에 들어간 비용이 족히 일백만원이 넘을 것입니다.

그 후 이런 일련의 향응과정이 제주대학교 총장선거와 관련된 접대라는 사실을 알고, 엄청난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저에게 골프를 초대했던 그 후보가 최근에도 여러 다른 동료 교수들에게 골프초대를 제의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교수사회가 이래도 되겠는가?’ 하는 분노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라는 사실이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총장선거를 약 100여일 앞둔 시점이고, 후보군이 확정된 마당에 저는 용기를 내어서 이러한 사실을 고백함으로써 후보자나 유권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합니다. 맹수들이 자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고통을 무릅쓰고 자기의 혓바닥으로 그 상처를 핥듯이, 이러한 차원에서 저의 고백을 이해해 주시고, 여기까지 오기에는 수많은 번뇌가 있었다는 점도 양지해 주셨으면 합니다.

분명히 12월에 치러질 총장선거는 지난번 있었던 제주도 교육감선거의 재판이 되어서는 결코 아니 됩니다. 그렇게 될 경우 국립대학인 제주대학교 간판은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간의 역대 총장선거가 ‘많은 부분’ 금권선거ㆍ향응선거ㆍ연고선거 등을 그 특징으로 해왔다고 진단합니다. 이에 대해 많은 교수님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제는 총장선거행태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후보도 저에게 ‘골프접대’나 ‘술자리 같은 향응’을 제의해 올 경우, 저는 단호하게 그 제의를 거절할 것이고, 제의한 후보자의 실명을 제주대학 가족들에게 밝히겠습니다.

또한 최근 모 후보로부터 여러 차례의 선물이 저에게 전달되었는데, 이러한 선물을 통한 ‘환심사기’행태가 선물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교수의 명예를 폄하시키는 일임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선물을 통해서 표를 얻겠다고 하는 발상 자체가 시장바닥의 선거와 뭐가 다른 것입니까. 선물수수의 당사자들은 대오각성하기 바랍니다.

역사는 그 시대를 사는 구성원들의 ‘공적문제’에 대한 ‘과감한 자기성찰’과 ‘고발’을 전제로 진보해 왔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충정을 제대가족 여러분들은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의 유일한 종합대학인 제주대학이 유능한 총장을 뽑아서 일취월장할 때, 제주국제자유도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어떠한 후보를 선출할 것인가에 대한 제대인 여러분들의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12월에 있을 총장선거가 모든 제대인이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9월 제주대학교에 재직하는 교수가 썼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