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태환 제주도지사 선거법위반혐의와 관련한 대법원 태도를 비판한다

우리나라 법현실의 신뢰여부 가르는 중요한 사건

김태환 제주도지사 선거법 위반혐의와 관련한 판결이 ‘전원합의부’로 넘어 갔다. 대법원은 그 동안 김태환 제주도지사 선거법 판결과 관련 공직선거법이 정한 시한을 두 달 이상 넘기며 이 사안을 끌어 왔다. 1심과 2심에서는 대법원 예규로서,  6개월, 3개월을 적용해하며 엄중히 대처해왔던 대법원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정작 대법원 판결에 이르러서는 선거법이 정한 시한인 7월12일(2심은 4월12일 선고)을 두 달이나 넘긴 지금 시점까지 질질 끌다가 이제야, 그것도 ‘전원합의부’로 넘겼다는 것이다.

말도 생소한 전원합의부 방식의 판결은 이 사건을 맡은 4명의 대법관의 합의가 어려워 13명의 대법관 전체의 합의로 넘겼다는 것이다. 적어도 9명 이상의 대법관의 출석이 있고, 그 중 5명이 동의해야 비로소 선고가 이뤄진다.

문제는 이번 사건의 쟁점이 사건을 구성하는 ‘팩트’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그 팩트를 둘러싼 절차의 정당성 여부로 모아진 데 있다. 즉, 선거법 위반 사실은 이미 드러났으나, 검찰이 이를 증명하기 위해 불법 압수수색을 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수집된 증거도 무효라는 것이 김태환 지사 변호인측의 주장인 것이다. 이는 주장이라기보다 김태환 지사측의 ‘전략’이었다.

실제로 김지사는 1심과 2심 과정에서 재판부와 검찰측의 심문에 ‘묵비권’으로 일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마디로 대법원까지 가서 붙어보자는 것이었다. 이번 김지사 선거법 재판은 소위 ‘위법수집증거’ 논란에도 불구하고, 범죄사실이 드러난 이상 스스로 물러날 줄 아는 김태환 지사의 정치적 도덕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 ‘전략’에 대처하는 대법원, 아니 우리나라 법현실의 신뢰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사건이다.

더구나 이는 국민들에게 있어서 최근 정몽구, 김승연 두 재벌회장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사례와 더불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초호화 변호인단에 흔들리는 대법원?

그런 관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전원합의부 방식을 채택하게 된 것은 일단 그 신뢰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판결이 전원합의부로 넘어간 이유가 뚜렷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2008년 1월부터 적용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이유로 작용한 듯 하다. 이번 개정 형사소송법은 ‘위법수집증거’에 대해 이를 인정하지 않기로 못박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소급적용이 안된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과정의 논의대상이 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그것이 일부 법조계에서 운운하는 것처럼, 형사소송법 개정내용과 맥을 같이하는 ‘법의식의 변화’영향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이 필요한 분야에 어쩔 수 없이 이뤄지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 누가 봐도 명백한 선거법 위반사건을 놓고 형사소송법 개정 정신을 들춰가며 재판부 합의가 어려워 ‘판례변화’를 이유로 전원합의부에 넘겼다면 이는 국민적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개정 형사소송법 적용여부를 둘러싼 재판부내 논쟁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진행됐는지 모르지만, 국민적 상식에서 ‘판례 변화’를 이유로 전원합의부로 넘겼다면 이는 ‘이유’가 아닌 ‘명분’에 불과할 것이다.

김태환 지사측은 이번 사건의 변호를 위해 서울의 유수 변호인 그룹을 선임한 바 있고, 뿐만 아니라 전직 대법원장 비서실장, 전 서울 고법 부장판사등 전직 법조인들도 대거 등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도 해군기지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거취문제와 연결시키려 한다는 세간의 의심이 심심찮게 회자되는 등 김지사 측의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집착은 이미 여러종류의 ‘설’로 난무하는 실정이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판례변경과 같은 재판부측의 고민이나 변호인단 주장의 법리적 타당성 여부 보다는 어떤 ‘정치적 로비’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팽배해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그 진의를 의심받고 있다.
김태환 지사가 추진했던 가장 민감한 사안인 행정계층구조개편 주민투표가 있었던 지난 2005년 제주지법원장을 지낸 판사가 담당 대법관으로 배정된 것도 이런 의구심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전히 미심쩍은 대법원의 마지막 행보

보도에 따르면, 이달 28일 전원합의부 첫 심리가 열리면 빠르면 10월 중에 선고가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직선거법의 경우 대법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한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엄격성은 이미 지난 대법원 계류과정에서 산산히 깨졌다. 선거법상 판결 시한은 두 달이나 훌쩍 넘기고, 이제 와서 전원합의부로 가자는 재판부에게 어떤 상식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지금 제주는 당면한 해군기지 추진으로 인한 갈등문제, 한미FTA 대응 문제, 최근의 사상초유의 수해피해 등 그 어느 때 보다 엄중한 시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의 해법을 제시하고 해결해나가야 할 도정 리더십은 연속성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그 자체의 문제로 도민사회의 신뢰를 급격히 상실하고 있다.

사실상 도정 현안과 다가올 제주미래와 관련된 사안을 주도할 수 있는 자기역량을 잃어버렸다고 봐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만의 하나 김태환 지사의 선거법 문제를 ‘정치적으로 핸들링’하려 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법논리를 내세울지라도 상식의 칼 끝에서 위태롭게 서게 될 것임을 대법원은 알아야 할 것이다. 건전한 국민적 상식에 기댈 것인가? 호화로운 정치적 로비에 놀아날 것인가? 대법원은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고유기(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려있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