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철 의원께 드리는 공개서한문'…홍순칠님

제주의 소리 독자이신 홍순칠님이 17일 자유게시판에 '강원철 의원께 드리는 공개서한문'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리셨습니다.  강원철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해외 외유에 대한 입장과 사과를 담고 있는 글에  대한 홍순칠님의 온화하면서도 성찰을 할 수 있게 하는 글로 판단해 필자의 허락을 받고 올립니다.<편집자 주>

강원철 의원님, 해외에서 연수는 잘 하고 계십니까.

제주 동부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인해 엄청난 재난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두고 강 의원이 다른 동료의원들과 함께 해외연수를 떠나면서 홈페이지에 사과의 글을 남겼다는 9월16일자 '제주의 소리'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강 의원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전날 강 의원께서 올린 글 잘 읽었습니다.

6천300여 수해가구·1만8천여 이재민의 눈물 겨운 고통을 뒤로 한 채 어찌 그리 무심하게 해외연수를 떠날 수 있느냐는 지역언론의 지적에 대해 그만한 글이라도 올린 것을 우선 높이 평가합니다. 평소 느껴온 대로 역시 강 의원은 의식이 있는 지방의원이구나 하는 생각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1일부터 이틀에 걸쳐 동부지역에 쏟아진 폭우는 강 의원과 그밖에 도의회 의원들이 직접 살펴봤듯이 제주지역 사상 최악의 피해를 우리에게 안겨주었습니다. 720여건·89억원 규모의 피해상황이 잘 말해주듯이, 우리에게는 실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너무나 참혹한 재난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일찍이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이같은 엄청난 참상을 직접 확인하고서도 해외로 훌훌 떠나는 강 의원 일행을 보고 지역언론에서 어찌 무심하다 나무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같은 사정을 헤아려 강 의원께서는 사과와 해명의 글을 남긴 것으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강 의원께서는 도민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밝힌다는 이 글에서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경험과 안목을 넓혀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기 위한 것이며, 이에 따른 경비는 다른 명목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시기가 하필이면 이 때냐 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강 의원께서는 요즘이 비교적 의회가 한가한 시기이며, 이번 연수는 지난 7월부터 추진해 보름 전에 결정한 터여서 일정을 바꿀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번 연수를 취소하면 30%의 위약금도 물어야 하기 때문이라지요. 물론 경비의 일부나마 위약금으로 날리는 것은 아까운 일이지요.

강 의원님. 하기는 이 판국에 의원들이 그냥 눌러앉아 있으면 무얼 하겠습니까. 정해진 법정 회기일수에 올 하반기 의사일정도 대체로 잡혀 있을 터인데, 그러나 고작해야 임시회를 열어 집행부의 대책이나 묻고 복구와 피해보상을 채근할 밖에 더 있겠습니까. 피해상황은 이미 돌아보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피해복구란 게 아시는 바와 같이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아무리 강인한 기질을 지니고 있는 동부지역 주민이라 할 지라도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서 아우성들입니다. 다행히 피해 읍·면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문제는 도당국이 정부에 건의하면서 강 의원 일행이 아니어도 애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가령, 자신에게 이번과 같은 재난이 직접 닥쳤다 하더라도 위약금 30%가 아까워서, 그리고 이 때가 아니면 연수기회가 없다는 이유로 그냥 해외로 떠나시겠습니까. 연수경비는 다른 명목으로 사용할 수 없으니 사정이야 어떻든 써놓고 보자는 생각이십니까. 물론 아니라고 대답하겠지요.

문제는 우리의 정서입니다. 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한 도민들의 시선이 예전부터 그리 곱지가 않았다는 데에도 있다 하겠습니다. 예산에 책정된 연수비용은 반드시 사용하라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일부 지방의원의 경우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해외로 나가고 있다지 않습니까.

앞에서 저는 해외에서 연수 잘 하고 계시냐는 인사말부터 드렸습니다. 이 인사말에 자신 있게 "예" 하고 답할 수 있으면 강 의원께서는 이번 연수에 대해 그리 괘념할 필요가 없을 것같습니다. 쌓은 경험과 넓힌 안목의 결과물을 의정활동을 통해 도민에게 돌려드리면 그만이니까요.

강 의원 홈페이지에 좋은 글 올라있더군요. 갈등을 겪고 나면 마음이 맑아진다고 말입니다. 강 의원께서는 연수를 떠나면서 이미 갈등을 겪었을 테고, 이 글을 보고나면 이번에는 마음 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깨끗해진다고 강 의원 홈페이지에 있는 글은 적고 있더군요.

이왕 가신 길에 보람 있는 연수 잘 하시고 무사히 귀국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편지로 부디 강 의원의 마음이 맑고 깨끗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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