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5% 제한 완화라고 좋아할 만한 일이 아니다"

미디어 다음이 20일 공개한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골프장 건설규제 개선방안(이하,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의 지난 7월 내부 보고서는, '경악' 그 자체다.

미디어다음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보고서에 첨부된 '골프장 건설규제 개선 건의사항'을 보면, 총 27건 중 골프사업자 및 경영협회가 건의한 23건 가운데 20여건이 반영되는 등 골프장 건설업자나 재벌들의 요구를 거의 전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골프장 규제완화 정책은 이미 올해 초인 1월경 전경련과의 간담회에서 노대통령이 규제완화를 약속했고, 이후 보름 후인 2월 초 국무회의에서 골프장 규제 실태분석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지시한 이후 6개월 이상의 사전검토 및 협의를 통해 준비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는 지난 7월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검토 발언'이 경기부양을 위한 부총리의 돌출적 의견이 아니라 정부 부처 내에서 오랫동안 조율돼 왔다는 것을 말해 준다.

주목할 것은 이 방침이 단지 정책적 검토에 그치지 않고, '향후 추진계획'을 통해 8월∼12월까지 관계법령 정비 등 후속조치를 추진토록 하고 '부처별 조치사항'을 적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재경부를 필두로 산자부, 문광부, 건교부는 물론 심지어는 농림부와 환경부까지 골프장 규제완화 방침을 앞다투어 발표한 것도 바로 이런 시나리오에 따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개선방안은 어떤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가?

보고서는 골프장 건설과 관련, ▲입지·시설 관련 규제 개선 ▲인허가 절차 개선 ▲세제 및 운영 관련 개선 등 3개 범주로 나눠져 있다. 각 항목별로 살펴보자.

농지,보전임지,산악지역,그린벨트,상수원보호지역에도 골프장 건설 가능

그 중 먼저 '입지·시설관련 규제 개선' 항목을 보면,

△농림지역(농업진흥지역)을 전면 재조사, 한계농지 활용 확대 △농업진흥지역 밖 농지에 대해서도 골프장 부지 편입시 농지전용 면적을 1만m²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규제를 폐지 △자연지형을 이용한 코스의 설계와 골프장 이용객의 편리 등을 위해 획일적 시설 규제 폐지 △회원제 골프장에 대해 보전임지(산지) 편입을 총 사업 부지의 50%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규정을 지역 특성 및 환경 여건 등을 고려해 차등 완화 △현행 산지표고 100m 이상 산지의 5부 능선 이상 전용을 제한하고 산지의 절개면 수직 높이가 15m를 넘지 않도록 한 규제를 완화 △골프장 총 건설 면적을 시도별 임야면적의 5% 이하 범위에서 건설하도록 한 규정을 폐지해 시도 자체 실정에 따라 골프장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함△현재 그린벨트 내 시설규제 강화로 사실상 골프장이 들어서기 곤란하므로 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 완화△대체 상수원을 개발할 경우 상수원 보호구역, 취수장 등의 일정 거리 안에 골프장이 들어서지 못하게 한 거리 제한을 완화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이를 요약하면, 그동안 골프업계에서 골프장 조성비가 적게드는 농지에도 개발가능하도록 해달라는 로비가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보전임지도 골프장 전용이 가능하도록 하며, 그렇지 않아도 골프장 건설로 파괴되는 산림파괴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산악지역에도 마음대로 골프장 건설이 가능하도록 풀어준다는 것이다.

또한 주민들에게는 엄격한 건축 규제로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켜온 그린벨트 지역에 골프장 건설은 가능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 엄격히 보호돼야 할 상수원 보호지역 인근에도 골프장시설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발상이다.

또한 제주도당국이 오매불망 기대하던 임야 5%제한 규정의 폐지방침도 들어있다. 오래전 부터 정부를 상대로 7%로 확대 완화시켜달라고 로비하던 제주도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원스톱서비스(?) 제공

다음으로 '인허가 절차의 합리적 개선'이란 명목으로 제시하고 있는 대책이다.

△골프장 사업 승인시 시장 군수를 경유하지 않고 시도지사가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 △골프장 건설을 위한 도시관리계획 수립 시 거치게 돼 있는 시군의회 의견 청취 폐지 △교통영향평가 대상을 현행 9홀(15만m²)에서 27홀(45만m2) 이상으로 상향 조정 △사전 환경성 검토시 골프장 사업 전문가 등 의견 청취 절차 제도화 △골프장 건설 민원 신청시 관련 부서가 모두 참석하는 '골프장허가 협의회' 구성, 일괄 협의 처리. 시범적으로 '기업애로 해소센터'에서 골프장 인허가 '원스톱 서비스' 제공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단국대 조명래교수는 "이는 도시계획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며, 다른 사업들은 놔두고 골프장사업에만 일괄처리협의회를 만드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전환경성 검토시 골프장 사업가들의 참여를 제도화하는 것은 이해당사자의 원칙을 최대한 배제해야하는 공공정책의 원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교통영향평가 대상을 9홀에서 27홀로 상향조정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골프장이 18홀을 기준으로 지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교통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민원일괄처리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현행 26개 절차 중 유사 중복돼 있거나 불필요한 9개 절차를 축소·통폐합하여 행정절차를 밟는 데 걸리는 기간을 평균 3~4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일본의 경우 4~6년이 걸리고 있는 것에 비교해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을 위해 특혜로 제시하던 정책이 골프장 사업자를 위한 특혜로 둔갑한 느낌이다.

골프장 세금인하, 제주지역 골프장 경쟁력 약화

다음은 '골프장의 세제 및 운영 개선' 방침이다. 이에 따르면,

△지자체 별로 실정에 따라 취득세 및 등록세 등 지방세 세율을 탄력적으로 완화 △회원제 골프장 입장시 1인당 1만2000원인 특별소비세를 폐지 또는 지방세제 개선과 연계해 단계별로 완화 △회원제 골프장 입장시 부과, 연간 300억원 이상 조성해 생활체육시설 건설 등에 사용해온 체육진흥기금을 대중골프장 건설에 사용하는 방안 검토 △농약사용 저감 대책 마련 및 무농약 사용운동 전개 등 골프장의 '친환경적' 관리 운용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조명래교수는 취득세와 등록세 등 지방세 세율 완화 방침은, 지방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정부의 골프장 규제 완화 취지와 어긋나고 골프 이용료에 대한 특소세 폐지 방침은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직 사회체육시설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데도 사회체육시설 건설에 사용하던 체육진흥기금으로 대중골프장을 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지방세 인하 및 회원제 골프장 입장시 특별소비세 완화 정책은 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의거 유일하게 제주에만 적용되던 그린피 인하 정책이 타 지역과의 경쟁에 의해 실효성을 상실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전국 230개 이상의 골프장을 만들고, 육지부에 대단위 골프레저단지를 구상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제주지역의 골프장 경쟁력은 더욱 낮아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골프장 비상이 걸린 셈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