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시작되는 25일 제주공항 귀성객들로 '북쩍'

"할머니, 저 왔어요!"
"어이구, 내 새끼 얼마나 컸나보자!"

25일 오전 공항은 여기저기서 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있었다.

1년만에 손녀와 손자를 만나는 강순자씨(56·북제주군 조천읍 와산리)는 아들 내외가 짐을 찾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

강씨는 손녀와 손자를 빨리 보고싶은 마음에 도착 게이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며느리와 손자의 모습이 보이자 강씨는 얼른 뛰어가 손자부터 안아본다.

못 본 사이 손자가 얼마나 컸나 여기저기를 살피고 만져본다.

올해 7살 난 손자는 1년만에 만나는 할머니가 반가우면서도 조금 쑥스러운지 할머니 품에서 몸을 삐죽거려본다.

▲ 부산에서 고향을 찾은 임근수씨 가족.ⓒ제주의소리
서귀포시가 고향인 임근수씨(36·부산시)는 부인과 아들을 동행하고 고향을 찾았다.

고향 제주에는 부모님과 형님이 계시다.

임근수씨는 "부모님이 고향에서 감귤 농사를 짓고 계신데 갈수록 감귤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걱정이다"며 "자주 찾아뵈야 하는데 생활하다보니 그러지를 못해 늘 죄송하다"고.

바쁜 생활에 쫓겨 고향을 자주 찾지 못하는 임근수씨는 "명절만큼은 빠지지 않고 부모님을 찾아뵙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추석을 쇠러 남편과 자녀들과 제주를 찾은 강정순씨(33).

남편과 마찬가지로 고향이 제주인 강씨는 "4명이 고향을 방문하는데 항공료가 70만원이나 소요됐다"며 "요즘 같이 어려울 때 항공료 인상폭이 너무 커 고향방문에 큰 부담을 주는 것 같다"고 말해 항공료 인상으로 인해 귀성객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 경기도 고양시에서 고향을 찾은 강정순씨.ⓒ제주의소리
강정순씨는 "부모님의 계시니 명절에 찾아뵙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러지를 못했다"며 "경제적 부담이 컸지만 고향 방문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휴가도 못 갔다왔는데 부모님과 추석도 지내고 휴가를 대신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며 웃는다.

계속된 경기 침체로 서민 경제가 바닥에 이를 지경인 이 때에 맞는 추석. 예로부터 추석은 풍요로움과 넉넉함을 상징했는데 올해 추석은 어떨지.

힘들 때일수록 가족만큼 힘이 되는 것이 없는 듯 하다.

그래서 고향을 찾은 이들의 얼굴에서는 장기화된 경기침체의 그늘도, 50만명에 이른다는 청년실업의 문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일까?

고향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은' 그런 추석을 보내길 바란다.

▲ 25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는 추석연휴를 맞아 고향을 방문한 귀성객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제주의소리
이번 추석연휴기간에는 11만여명의 귀성객과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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