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랜드 극심한 노사갈등…50여일 가까이 파업, 노동자 천막ㆍ로비 농성

   

퍼시픽랜드 노동자=슈퍼맨

쌩쌩 달리는 자동차에 이 한몸 내던져 차를 세워 할인권을 돌려야만 하는 퍼시픽랜드노동자는 진정한 슈퍼맨

비옷을 주지 않아도 억수같은 비 맞으며, 휴게공간을 주지 않아도 38도가 넘는 땡볕 아래서 꿋꿋하게 정문을 지키는 퍼시픽랜드 노동자는 진정한 슈퍼맨… 

- 퍼시픽랜드 조합원들이 작성한 대자보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어려워진 경제사정으로 고향을 찾은 사람들의 손에는 선물 꾸러미가 줄어들고, 동부지역은 수해피해로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는 등 예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한가위 추석이 다가왔다.

하지만 이런 풍성한 한가위에도 50여일 가까이 차가운 천막과 로비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퍼시픽랜드 노동조합 20여명의 조합원들이 그들이다.

지난 8월9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는 퍼시픽랜드노동조합은 현재 사측인 퍼시픽천마㈜가 직장폐쇄 등 강경대응을 하면서 회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중이다. 또한 16일부터는 로비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퍼시픽노조는 지난 6월부터 사측과 임금협상을 진행했지만, 사측의 무성의한 협상으로 조정과정도 결렬돼 8월9일부터 쟁의를 시작했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조정기간에 이미 대체인력을 미리 선발하고, 중문관광단지 전체를 대상으로 집회신고를 내 파업을 무력화시키려고 했다.

또한 노조가 1인시위와 피켓 등 연월차 등을 이용해 준법투쟁을 하자 사측은 10일도 8월17일부터 직장을 폐쇄하고 노조 조합원들을 회사 밖으로 내쫓아버렸다.

노조측은 사측이 노동조합을 없애기 위해 작정하고 나서고 있는 같다며 사측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다.

양성도 위원장은 “조정기간에 이미 사측은 모든 준비를 해 놓고 파업을 유도한 것 같다”며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집회신고를 먼저 하고, 대체인력을 준비해 놓을 수 있겠느냐”며 사측의 행동을 비난했다.

   
대체인력 문제는 결국 노조가 노동부에 신고해 결국 9월초에 행정지도를 받고 사측은 대체인력을 철회하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또 “대졸 7년차 임금이 연봉 1600만원도 안될 정도로 열악한 임금을 받고 있다”며 “몇 차례 협상과정에서 우리는 정액제로 정규직.비정규직 10만원 인상을 타협안으로 요구했지만 사측은 정률제로 기본급 6.5% 인상안만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사측이 조합원과 비조합원간의 노노갈등을 부추겨 각종 폭력행위를 자행하고 있고, 여성노동자에게는 ‘성희롱’ 등 인권침해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조합원을 앞세워 합법적인 집회나 시위를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일에는 유인물을 배포하고 있는 노조 김미순 총무부장을 비조합원인 정모씨가 유인물을 빼앗으려고 밀쳐 김미순 총무부장은 10일 넘게 서귀포의료원에 입원하고 있다.

게다가 노조측은 “로비에서 농성장 주변에 화장실을 폐쇄하고, 전기도 차단하는 등 노조탄압이 도를 넘고 있다”며 “교섭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오히려 노조측이 폭력과 불법파업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며 거액의 손배소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노조의 주장에 대해 사측은 폭력은 오히려 노조가 했고, 회사는 성실히 교섭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노조가 해고자 원직복직을 내세우며 교섭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의 교섭대표인 허옥석 감사는 “우리는 성실히 교섭에 임하고 있다”며 “임금도 노조가 주장하듯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림공원과 비교해서도 낮은 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허 감사는 “회사의 부채비율은 2003년 기준으로 1113%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인데 노조가 회사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또한 노조측은 비조합원인 홍모씨를 폭행했고, 파업으로 영업손실이 엄청나게 많이 나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허 감사는 “노조는 이번 임금협상에서 해고자인 김모씨의 원직복직을 내세우고 있어 사실상 불법파업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모든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거듭 주장했다.

   
노사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중 지난 23일 노조는 제주지방노동사무소의 주선으로 김정온 대표이사를 면담해 해결가능성을 찾았다.

하지만 노조와의 면담에서 김 대표이사는 “경영은 전무와 감사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있다”며 “이번 노사분규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말해 노조측의 실망만 남긴 채 아무런 성과없이 끝나고 말았다.

현재 노사 양측은 폭력과 불법파업에 대해 고소고발이 남발되고 있는 등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양성도 위원장은 “쇼만 진행되고 돈만 벌어들이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게 바로 회사의 입장”이라며 “회사측은 작년보다 매출액이 7% 하락했다고 말만하고 구체적인 자료나 성의있는 교섭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양 위원장은 “언제까지 이렇게 농성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추석에도 차가운 천막과 로비에서 농성을 계속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