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추석 앞둔 제주시 오일장…평소의 반도 안찾아

▲ 추석 대목인데도 불구, 오일장에는 평소보다 사람들이 훨씬 적었다.
추석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4부터 1시간 일정으로 오일장을 찾았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추석을 앞두고 서민경제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 오일장이 아닌가 기자 스스로 판단해 오일장을 찾은 것이지요.

하지만 ‘아차!’였습니다. 오일장은 생각보다 분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평소보다도 더 사람들이 없었고, 상인들도 3분의 1은 철시를 해버렸습니다.

왜 그런지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퉁명스레 “내일이 추석이잖아요. 상인들도 명절준비를 해야할 것 아닙니까”하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에게 면박을 줬습니다.

▲ 그나마 제수용품을 파는 과일판매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래도 오일장은 오일장이었습니다. ‘골라! 골라! 무조건 1000원’ ‘떨입니다. 사시면 다 드릴께요’ ‘너무 비싸요, 2000원만 깎아줘요’ 등 물건을 흥정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한바퀴 휘 둘러보니, 오늘 장 판세를 알 수 있겠더군요. 포목점이나 의류, 철물, 가구점, 약재 등은 거의 파리를 날리고 있었습니다. 반면 과일과 생선, 야채 등 제수용품을 판매하는 곳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특히 과일판매점은 입구에서부터 시장 곳곳에 자리를 잡아 손님들의 이목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몇몇 상인들에게 대목을 좀 보셨냐는 질문에 거의 이구동성으로 “아니다”란 답을 들었습니다. 예년에 비해 손님들이 물건을 많이 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절대 사질 않는다는 얘기도 많았습니다.

▲ 상인들이 철시해 버린 오일장
오일장에서만 28년째 인사장사를 하신다는 박환순(64.여)씨는 “지난 장(22일)에는 그나마 장사가 됐는데 오늘은 정말 장사가 안된다”며 “점점 더 추석대목이 사라지는 것 같다”며 철시준비를 하고 계셨다.

▲ 오일장에서 28년간 장사를 했다는 박환순씨
연동에 장사를 한다는 강아무개(56.여)씨는 “장사 때문에 오늘 제수용품을 사러 늦게 나왔다”며 “아무리 어려워도 조상 차례는 지내야 되지 않겠느냐”며 오일시장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기자가 보기에도 손님들의 물건을 산 장바구니는 그다지 무거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민경제가 어려운 것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다지 어두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곳곳에서 흥정하는 소리와 왁자지껄하는 소란스런움이 시장 전체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