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공동기획] ⑤ 반영관 연구조사팀장 “과거사 해결 세계적 선도 사례”

평화롭던 제주 섬에 불어닥친 4.3의 광풍이 제주 전역을 휩쓴 지 7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다. 진상규명에 이어 국가 보상금 지급, 재심 재판을 통해 현재까지 1191명이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했다. 이제 제주4.3은 화해와 상생으로 국가폭력을 극복, 전 세계 과거사 중 모범적인 해결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완전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아직도 의도를 알 수 없는 명예훼손과 역사왜곡 발언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75년 통한의 세월을 관통하는 4.3기록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가폭력의 직접적인 기록과 함께 진상규명과 화해, 국가의 보상으로 이어진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미디어제주·제이누리·제주의소리·제주투데이·헤드라인제주)는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공동으로 75년 간의 기록과 역사에서 제주4.3이 세계에 전하는 진정한 평화를 짚어본다. / 편집자 주

지난 2020년 1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진행된 주요 기록물에 대한 아카이브 특별전 '기록이 된 흔적'. / 사진=제주4.3평화재단<br>
지난 2020년 1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진행된 주요 기록물에 대한 아카이브 특별전 '기록이 된 흔적'. /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의 기록들을 우리나라의 기억을 넘어 ‘세계의 기억(Memory of the World)’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남기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제주4.3기록물은 단순히 4.3당시의 기록을 넘어, 4.3 이후 진상규명의 과정과 제주사회의 화해와 상생의 기억을 담고 있다.

이 화해와 상생의 기억을 ‘세계의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최일선에서 분석 작업을 진행해 온 사람 가운데 한명인 반영관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 팀장은 제주4.3기록물이 “세계사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반 팀장은 “제주4.3기록물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후 약 반세기 가까운 시간동안 지속된 냉전이 이제 막 시작되는 시점에, 그러한 정세 변화가 어떻게 한 마을 공동체까지 전화되는지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기록물”이라며 “4.3이후 국가폭력에 대한 국가의 공식조사와 사과를 이뤄낸 시민사회운동과 유족들의 자발적인 화해운동에 대한 기록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기록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초기 시점에서 냉전, 국가폭력, 민간인 학살 관련 자료들을 한 사건을 통해 한눈에 모두 보여주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기록”이라며 “미국과 소련, 남한과 북한, 군과 경찰, 우익청년단 등 진압측과 저항세력, 그리고 일반 제주도민들의 자료 등 국내외 정세, 가해와 피해자 등 사건 관련 당사자들 각각의 기록들이 모두 존재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영관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 팀장이 4.3당시 미군 방첩대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nbsp;<br>
반영관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 팀장이 4.3당시 미군 방첩대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또 “4.3기록물은 과거의 역사를 딛고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는 유족과 제주도민 노력의 기록물로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선도사례에 대한 것”이라며 “공동체적 삶을 회복하기 위한 희생자와 가해자의 공동 노력 유일무이한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 팀장은 특히 “4.3기록물이 특이한 점은, 화해와 상생, 진상규명의 과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세계적으로 보면 과거사 문제 해결은 국가에 의해 주도되는 경우가 많지만, 제주4.3의 경우 수십 년의 세월을 유족과 시민단체들의 끈질긴 요구를 통해 진상규명이 이뤄졌고, 그 과정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과거사 해결 사례를 보면, 가해자를 특정하고 처벌하는 과정이 이뤄졌는데, 이를 통해 정의가 실현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로 인해 사회가 분열되는 측면도 있다”며 “그런데 법을 통해 피해를 인정받은 4.3유족과 제주도민들이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자’고 뜻을 모은 정신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저는 4.3유족이 아니지만, 제 부모님이 그렇게 희생됐다면 가해자를 찾아가 속 시원하게 한 마디라도 하고싶었을 것”이라며 “다른 과거사 사례를 보면 국가기관 등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억지로 한 자리에 앉게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제주4.3은 아무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화해한 것으로, 정말 흔치 않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반 팀장은 “제주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도내 학계‧시민사회로부터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공론화되기 시작됐다”며 “2019년부터는 제주4.3사건과 관련된 문서, 기사, 사진 총 4만9635건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시행, 기록물들을 시대별, 주제별로 분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 소장 기록물 수집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해 약 400여건의 소장 기록물을 추가 확보했고, 지난 2020년 1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주요 기록물에 대한 아카이브 특별전 ‘기록이 된 흔적’을 개최했다”며 “현기영 작가 등 진상규명운동 주요인사 19명에 대한 영상 녹취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반영관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 팀장이 제주4.3 희생자 및 유족 심의.결정 요청서 등 4.3기록물을 소개하고 있다.<br>
반영관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 팀장이 제주4.3 희생자 및 유족 심의.결정 요청서 등 4.3기록물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분류한 3만303건의 기록물은 지난 2월 27일, 문화재청에서 진행중인 국내심사 공모에 접수를 완료했다”며 “지금은 유족, 도민분들과 국민들에게 제주4.3기록물의 등재 소식을 알리고, 성원을 부탁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 팀장은 “제주4.3사건 기록물은 국가폭력에 의한 집단희생을 딛고 자발적인 피해자와 가해자 간 화해와 상생을 이루어 낸 과거사 해결의 선도 모델로써 역사적 비극이 가해자와 피해자 간 감동적인 화해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은 총체적 기록물”이라며 “최근 제주4.3에 대한 폄훼가 시도되고 있으나, 대통령의 3번에 걸친 사과뿐 아니라 희생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불법 재판 무효를 위한 사법부의 특별재심, 초중고 교과서 수록 등 대한민국의 역사의 거대한 흐름으로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픈 과거를 딛고 화해, 상생으로 나아간 제주4.3사건의 위대한 정신을 세계인과 공유하고자 추진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며 “온 국민의 성원을 마음을 담을 수 있도록 온라인 응원 캠페인도 진행 중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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