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임의 제주 오름기행] 제주시 봉개동 민오름

▲ 민오름 억새 눈속에 억새 군락 이뤄 가을정취 느껴  ⓒ 김강임 

우수를 앞둔 제주도는 아직 겨울입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누워 있는 368개의 기생화산도 겨울입니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절기지만 봄은 아직 멀리 있습니다.

2월 17일 아침 9시,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오름트래킹을 떠났습니다. 혹독한 겨울바람이 자칫 몸을 움츠리게 하는 날씨지만 기생화산을 걸으며 자연의 속살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더군요.

우리의 오름트래킹 목적지는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민오름과 족은절물오름을 거쳐 큰절물오름입니다. 자동차가 번영로를 지나 제주시 절물휴양림 입구에 도착할 즈음, 오름길라잡이 오식민 선생님은 “오늘 트래킹은 2시간 이상 걸어야 합니다. 모두 아이젠은 준비했지요?”라며 겁을 줍니다.

▲ 트래킹 코스 민오름 등산로는 눈길 트래킹코스를 이룬다,  ⓒ 김강임  

▲ 조릿대 눈밭에 피어난 조릿대  ⓒ 김강임  

민오름 트래킹, 기생화산 속살 걷다

 

 

 

“기생화산 눈길을 걷고 있다니!” 내 마음은 벌써 눈밭에 가 있습니다. 민오름 입구는 그동안 내린 눈이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농로에 서서 덩치 큰 민오름은 속살을 훤히 드러냅니다. 계절에 지친 나무들이 이파리를 떠나보냈으니 겨울 민오름은 나목만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지요. 기생화산도 잠시 휴식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뽀드득- 소리를 내며 들판을 지납니다. 겨울 숲이 이어집니다. 하얀 솜털이 벌거벗은 나무를 에워싸고 있더군요. 속살을 드러낸 기생화산의 몸통이 몹시 추워 보입니다.

민오름 가는 길은 트래킹 코스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등산로에 깔아놓은 매트도 등산로 계단도 모두 하얀 눈으로 덮였습니다. 그렇지만 트래킹 모두 등산로가 이어진 것은 아닙니다. 50cm나 될까 말까한 좁은 길에 가시덤풀이 우거져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다닌 길이 바로 등산로입니다.

발끝에 걸채이는 찔레나무가 아직도 무성하게 겨울을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청미래넝쿨 가시가 자꾸만 옷을 잡아당기기도 합니다. 벌거벗은 나무 사이로 겨울바람이 세차게 불어옵니다.

▲ 억새숲 트래킹 코스는 억새와 띠가 군락을 이룬다.  ⓒ 김강임 

▲ 정상 정상까지 이어진 억새군락 ⓒ 김강임  

자지러진 억새 가을 정취 느껴

 

 

 

민오름의 유래는 ‘나무가 없어 민둥산’이라지만 유래와는 달리 민오름은 자연림이 울창합니다. 표고가 651m나 되니 민오름은 제주도 기생화산치고는 높은 오름이지요.

트래킹의 묘미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어야 제 맛이지요. 때로는 흙길을 걷는 것도 포근하고요. 민오름 가는 길 역시 급경사가 있는가 하면 완만한 길도 있습니다. 등에서는 벌써 땀이 납니다. 눈밭에서 흘리는 땀, 겨울바람 속에서 흘러내리는 땀이야말로 트래킹의 소금입니다.

30분 정도 올랐을까요? 추위에 자지러진 누런 억새와 띠가 기생화산을 덮었습니다. 눈밭에 피어나는 늦가을의 정취가 묻어납니다. 억새는 숲을 이뤘습니다. 한라산에 자생하는 키 작은 조릿대도 눈 속에 새싹처럼 피어나고 있더군요. 

▲ 정상 능선. 정상의 능선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 김강임 

능선 걷는 재미 쏠쏠

2-3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민오름 능선을 걸어봅니다. 자연림이 울창합니다. 신발에 아이젠을 찼지만 돌에 걸채이고 눈길에 미끄러지는 해프닝이 계속됩니다. 그러나 왜 그리 즐거운지 모르겠습니다.

드디어 정상에 섰습니다. 표고 651m에서 보는 세상, 정상은 늘 지나온 길을 회고하고 가야할 길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지요. 한라산 성판악과 주변의 오름들도 모두 발아래 있는 느낌입니다.  

▲ 말굽형분화구 말굽형 분화구에는 자연림이 울창하다  ⓒ 김강임

▲ 정상-주변오름들 정상에서 본 주변 오름들  ⓒ 김강임 

▲ 정상에서 본 풍경 민오름 정상에서 본 제주풍경  ⓒ 김강임

말굽형분화구 자연림 울창

 

 

 

겨울에 떠나는 오름기행은 죽은 듯한 자연 속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리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동쪽으로 터진 말굽형 분화구에 빼곡히 서 있는 서어나무와 물참나무, 때죽나무가 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민오름에 서식하는 소나무는 기생화산 푸르미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화구를 둘러싸고 있는 보리수나무 아래에 하얀 눈이 이불을 깔았습니다. 70cm나 되는 말굽형화구가 제법 깊어 보입니다.

▲ 하산 억새와 띠로 이뤄진 하산길  ⓒ 김강임 

트래킹 묘미, 자연 속살 포근함 느껴

정상에서 시린 손으로 커피 한 잔을 마셔 봅니다. 오름 위에서 마시는 커피는 화산폭발의  잔해물처럼 뜨끈했습니다. 하산 길은 비록 급경사지만 억새 숲 자지러진 길을 택했습니다. 나무 사이 밧줄이 쳐 있고 그 밧줄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보는 느슨함도 트래킹의 묘미입니다.

발에 걸채이는 돌부리와 바지를 잡아당기는 가시넝쿨은 자연의 꿈틀거림, 나도 덩달아 꿈틀댑니다. 화산쇄설물을 밟으며 족은절물오름으로 향하는 우리는 자연의 속살이 얼마나 포근한지를 느껴보는 순간입니다. 

민오름

▲ 민오름 제주시절물휴양림 앞에서 본 민오름  ⓒ 김강임 

민오름은 제주시 봉개동 산 64번지 일대에 있으며 표고 651m, 비고 136m의 말굽형분화구입니다. 제주도 오름 중 민오름은 모두 5개가 있다. 제주시 봉개동 민오름과 제주시 오라동 민오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민오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민오름,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민오름 등 5군데가 있습니다. 민오름 식생대는 물참나무, 졸참나무, 때죽나무, 왕벚나무, 쥐똥나무, 국수나무 등이 서식하며 억새와 띠가 덮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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