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크칼럼] 말이 아닌 실천하는 제주도정을 보고싶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오전 취임했습니다. 지난해 여야 격렬했던 대선에서 국민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의 시대가 화려하게 열렸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차로 국회 정문 앞에 도착해 연단까지 200여m를 시민 참석자들 사이로 걸어서 입장했습니다. 전용차를 차고 단상 바로 앞에서 내렸던 과거 취임식과는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대통령의 5대 국정과제인 ‘섬기는 정부’를 대통령 직무 첫 출발부터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이 역사적인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는 제주에서도 김태환 제주지사와 양대성 도의회 의장, 고충홍 강창식 부의장, 김영훈 제주시장과 김형수 서귀포시장 등 일반초청대상자 6명, 그리고 특별초청대상자 33명도 함께 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초청자는 윤태정 전 강정마을 회장이었습니다. 윤 전 마을회장은 대천1통장 자격으로 제주도(서귀포시)가 추천했습니다. 1월말로 통장 임기가 만료됐으나 제주도는 추천당시 대천1통장이던 그를 모범 통반장 기준에 따라 추천했다고 합니다. 

대통령 취임행사라는 영광스런 자리에 윤 전 회장이 초청된 것을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옵니다. 마을주민들의 찬반논란 속에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하고, 그 때문에 불신임까지 받은 강정마을 갈등의 한 가운데 선 인물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그는 지금도 강정마을해군기지추진위위원회 위원장 명함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찬반갈등의 한 복판에 서 있다고 해서, 해군기지 유치에 찬성했다고 해서, 마을주민들에 의해 불신임을 당했다고 해서, 지금도 유치위원장 직함을 갖고 있다고 해서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해군기지 반대측 속마음이야 좋지 않겠지만 제주특별자치도정 입장에서 보면 그는 ‘모범 통장’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윤 전 회장이 사익이 아니라 강정마을 발전을 위해 해군기지 유치에 나섰다는 것도 의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원했던 원하지 않던 갈등의 희생양이었습니다. 갈등의 희생양을 오늘과 같은 국민대화합의 장에 초청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해 보입니다.

그러나 TV를 통해 생중계된 취임식을 봤을 강정마을 주민들, 특히 강동균 마을회장의 마음은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영 기분이 개운치 않습니다.

강동균 마을회장. 그는 주민들로부터 마을회장으로 두 차례나 뽑혔으나 ‘행정당국(대천동-서귀포시-제주도)’은 그를 대천1통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리통 및 반 설치조례’와 ‘제주특별자치도 이장 통장 반장 임명 등에 관한 규칙’은 마을운영규약에 따라 선출된 자는 읍면동장이 이장, 통장, 또는 반장으로 임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만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그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윤 전 마을회장을 불신한 후 강정마을주민들은 8월 임시총회에서 강동균 현 마을회장을 선출했지만 대천동장은 ‘마을통장 임면권은 동장의 재량권’이라며 윤태정 대천1통장을 자신이 해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회장을 통장으로 임명할 수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임기가 남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마을주민들은 윤 전 회장 임기 만료까지 기다렸습니다. 지난해 2009년 12월 29일 임시총회에서 강 회장을 재선출하고, 대천1통장으로 임명해 줄 것을 요청하자 다시 요청하자 이번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거부’했습니다. ‘현재 (강동균 회장은) 강정 해군기지유치만대위 상임위원장 직을 수행하고, 마을내 불법광고물(깃발)을 개시하고 있어 통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해군기지를 찬성하다가 주민들로부터 불신임당한 전 마을회장은 ‘모범통장’으로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초청한 반면, 해군기지를 반대한 마을회장은 ‘미운 털’이 박혀 계속 보이콧 되고 있는 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제주해군기지 갈등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다 제주도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양측을 다 껴안을 것임을 강조해 왔습니다. 또 제주사회를 향해 ‘도민통합’과 ‘도민화합’을 외쳐왔습니다.
손가락에 꼽을 수도 없을 정도로 반복된 김 지사의 발언은 현재로서는 ‘립서비스’ 였습니다. 아무리 ‘동장 재량권이라고 하지만 도백 생각에 반대 깃발을 들 강심장 가진 동장은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을 동장 혼자 결정했다고 믿는 공무원도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해군기지를 찬성한 한쪽은 ‘좋은 통장’으로 대통령 취임행사에 초대받고, 반대한 사람은 초대는 고사하고 통장에 임명될 자격조차 갖추진 못한 ‘나쁜 통장(마을회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럼 ‘나쁜 마을회장’을 뽑은, 그것도 두 차례나 회장으로 선출한 강정마을주민들은 무엇이 되겠습니까? 행정당국의 눈에 비친 강정마을 주민들은 좋게 말해서 ‘무지몽매(無知蒙昧)’ 이 정도 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TV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을 보는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비쳐진 제주도정은 어떻겠습니까?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려 그에 걸맞은 상급을 주는 ‘좋은 도정’이거나, 아니면 주민들은 내편 네 편으로 나누고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나쁜 도정’ 둘 중 하나이겠죠. 

‘섬기는 정부’를 선언한 이명박 대통령은 말이 아니라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습니다.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국민 성공시대’를 열어 줄 것을 기원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김태환 제주지사에게 보고 싶은 것도 ‘실천하는 도지사’입니다. '별을 따 오라'면 '별을 따오겠다'고 입으로는 무슨 말인 들 못하겠습니까. ‘도민통합’ ‘도민화합’은 말(言)이 아닌  실천(行)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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