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임의 제주의 오름기행] 바람이 쉬어가는 바늘오름

봄의 초입 3월입니다. 경칩을 며칠 앞둔 남쪽나라 제주에도 봄이 꿈틀거립니다. 겨우내 얼었던 기생화산에도 잎 몸을 내미는 새싹들의 아우성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일 오후, 지인 2명과 함께 바늘오름 숲속기행에 나섰습니다. 제주 숲의 특별함은 기생화산에 많습니다. 인공 조림한 삼나무 숲과 해송 숲, 화산분출로 인한 식생대의 어우러짐은 제주만의 멋이지요.

▲ 등산로 오름 등산로는 가파르고 척박한 제주땅 그대로 입니다.  ⓒ 김강임  바늘오름

거칠고 가파른 바늘오름 등산로

제주시에서 번영로를 따라 남조로에 접어들었습니다. 자동차의 창문에 3월 하오의 봄볕이 내려와 앉습니다. 얼굴이 따갑습니다. 쥐꼬리만큼 짧았던 겨울해가 봄볕에 꼬리를 잡혔나 봅니다.

제주시 조천읍 돌문화공원 후문에서부터 시작되는 오름 가는 길은 제주의 정취가 그윽합니다. 돌담과 어우러진 삼나무 길을 따라 대나무 숲을 지났습니다. 드디어 바늘오름 숲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산불조심이라 써진 깃발이 숲속기행에 나선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바늘오름은 척박한 제주 땅의 전부입니다. 검은흙과 범벅이 된 돌멩이 길이 바늘오름의 등산로입니다. 그 착박한 길은 급경사를 이뤄 해발 552m까지 이어졌더군요. 심심한 등산로에 밧줄이 놓여 있습니다. 하늘 향해 곧게 뻗은 삼나무 가지에 몸을 의지해 봅니다. 가파르지만 숲속에는 안식처가 많습니다. 

▲ 숲속 기생 죽은 나무가지에도 생명이 잉태합니다.  ⓒ 김강임  바늘오름 

해발 552m, 생명을 잉태하다

죽은 듯 살아 있는 나뭇가지에도 생명이 잉태합니다. 이렇듯 숲에서는 기생과 공생이 조화를 이룹니다. 하지만 자연의 생태계 또한 강자만이 살아남지 않았던가요? 삼나무 가지를 감고 올라가는 식물의 강인함이 있는가 하면, 죽은 생명을 잉태하며 사는 식물도 있습니다. 바늘오름은 생명의 숲입니다.

▲ 바늘오름 정상 바늘오름 정상에서 만난 산불감시원은 분주하기만 합니다.  ⓒ 김강임  바늘오름 

“야호! 빨리 올라 와!”

30분쯤 올랐을까요. 등에서 식은땀이 흐릅니다. 삼나무 숲은 해발 552m에서 끝이 났습니다. 몸이 가벼운 친구가 먼저 정상에 도착했나 봅니다. 고요한 숲속에 외침이 들리니 말입니다.

바늘오름 정상에서는 산불감시원 박철옥(제주시 조천읍사무소 소속)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건조한 날씨로 인해 대지가 메말랐으니 요즘은 산불나기 쉬운 계절이지요. 그러니 요즘 경방초소에서 대기 중인 오름 산불감시원은 분주하기만 합니다.

▲ 한라산 오름군 바늘오름 정상에서 본 한라산과 그 오름군  ⓒ 김강임  바늘오름 

분화구 능선 걸어보면 풍경이 주렁주렁    

▲ 검은이 오름과 선흘곶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검은이 오름과 선흘곶이 아스라히 떠 있습니다.  ⓒ 김강임  바늘오름  

▲ 쥐똥나무 열매 분화구에는 쥐똥나무와 윤노리나무,찔레나무가 서식합니다.  ⓒ 김강임  바늘오름 

“바늘오름 정상은 제주 오름 40여개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동쪽으로 성산일출봉과 우도, 제주바다와 해안선, 제주시의 풍경, 한라산 오름 군이 보이시죠?”  

산불감시원 박철옥씨의 손끝에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제주의 곶자왈도 한눈에 펼쳐집니다. 한라산 정상에서 본 조망이 이만큼 시원했을까요?

오름 정상의 능선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누렇게 늙어버린 억새와 띠 위로 눈 덮인 한라산이 고즈넉하게 누웠습니다. 오름 등성이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합니다. 원형을 이룬 분화구 안에는 온갖 잡초들이 겨울을 나고 있었습니다.

흙 진주 같은 쥐똥나무 열매와 루비 같은 청미래덩쿨 열매가 분화구의 터줏대감인 양 자태를 뽐냅니다.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는 찔레나무에 허벅지를 긁혔습니다. 윤노리 나무 끝에는 북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가 형성되었습니다.   

▲ 바늘오름 분화구 바람도 쉬어가는 바늘오름 분화구 ⓒ 김강임 바늘오름

언뜻 보기에는 바늘오름은 원형분화구 같지만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능선을 걷다 보면 또 하나의 말굽형분화구가 보이지요. 다시 말해 바늘오름 분화구는 쌍둥이형 복합화산체입니다.

“생명이 이만큼 강렬한 것인가요?”  

▲ 복수초 군락 해발 552m에는 봄의 진통이 시작됩니다.  ⓒ 김강임  바늘오름

우리는 분화구 안에서 잎 몸을 내밀며 봄을 연출하는 복수초를 발견했습니다. 잡초로 어우러진 화구의 능선에도 복수초가 깨어납니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헤치고서 말입니다. 생명이 이만큼 강렬한 것인가요? 겨우내 언 땅을 헤치고 가냘픈 새싹을 틔우니 말입니다.

무리를 이룬 복수초의 군락은 나그네의 발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까치발을 딛고 걸어야 한 판입니다. 잘못하다가는 복수초의 어린 싹을 다 밟아버릴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20여분 동안 걸었던 분화구 능선 끝에 다시 경방초소입니다.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 제주의 풍경이 아스라이 가슴에 남는 순간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해발 552m에서 봄을 잡았습니다. 비록 복수초 노란 꽃잎을 보진 못했지만 노란 꽃잎이 피기까지 바늘오름 숲속은 또 한바탕 진통이 시작되겠지요. 언 땅을 녹이고 숲속의 바람을 잠재워야 할 테니까요.  바늘오름 숲길 끄트머리 분화구 안에서 말입니다.

 바늘오름

 ▲ 바늘오름 

바늘오름은 바농오름리라 부르며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 108번지에 소재 있다. 표고 552m, 비고 142m의 쌍둥이형 복합화산체이다. 분화구는 원형화구 형성돼 있으나 서쪽 능산이 조금 내려간 북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화구를 가지고 있다.

오름 기슭에는 삼나무 숲을 이루고 있고, 해송과 낙엽수림. 잡목이 우거져 숲을 이루고 있다. 풀밭 이룬 원형화구에는 해송.쥐똥나무.찔레나무.청미래덩굴.윤노리나무 등이 식생하고 말굽형 화구 안에는 보리수나무와 잡목 등이 우거져 자연림 숲을 이루며, 동쪽에 동북쪽으로 깊은 골이 패어 있는 곳에 상록수림이 형성되어 있다.

* 불조심기간 중 입산통제 오름 안내 바늘오름은 산불조심 기간(봄철 : 2월1일~5월15일, 가을철 : 11월1일~12월15일)에는 입산통제 되는 오름이므로 사전에 해당 읍∙면∙동사무소에 확인하여 탐방하시기 바랍니다. 조천읍사무소 : 064) 783-6003 - 제주특별자치도청 관광정보 중에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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