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6) 3월 봄날, 내가 할수 있는 것은...
3
월
봄
날
별이 지는걸 보았습니다.
그토록 어둠을 밝히려 애쓰던 희망이
동녘 땅 움트는 붉은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말없이 자리를 내주고
허허로이 시린 살갗을 비비며
이른 새벽, 한 걸음 한 걸음
쓸쓸히 떠나가는 별을 보았습니다.
별이 진 뒤로,
나는 앞을 보지 못합니다.
우주를 찬찬히 들려다 보고
상상이 초롱하게 맺혔던 눈은
한낱 시계視界에 가려
흐릿한 몇 걸음 앞을 바라볼 수 있을 뿐…….
이제 그도 과분하단 생각이 듭니다.
별이 진 뒤로,
새들이 대숲의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온전히 내 것이었던 앞마당을
특히 휘파람새에게 강탈당하고는
뭐라 한 번 항변도 못해본 채
나의 귀는 막막하여 저 신비한 전설과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별이 진 뒤로,
절반의 밤, 한계를 모르고 시공을 유영하던
나의 육신은
한 발 한 발, 소요逍遙의 자유 감을 잃고
꿈을 잃고 체온을 잃었습니다.
기운을 불어넣으려 애쓰는 바람의 몸짓에도
원리 감으로 세상을 느낍니다.
별이 진 뒤로,
내 창에 드리운 햇살 따라
마음의 그림자는 점점 자라나
긴 밤
굳은 맹서를 무상의 강물에 떠나보내
환희나 슬픔도 말라버린
휘휘한 가슴에 햇살이 아릴뿐.
3
월
봄
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얼굴에 묻고
다만,
조는 것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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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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