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단속강화에 ‘발끈’...시청 항의방문 “우릴 살려라”“수십년 아무 사고 없었는데 갑자기 무슨 위험?” 단속 항변

▲ 제주시 동문시장 김약국~중앙사거리 사이 인도변에서 야채등을 팔고 있는 노점상 할머니들이 지나친 노점상 단속을 그만두라며 12일 제주시장실을 항의방문했다. ⓒ제주의소리
법질서를 택하자니 생존권이 울고, 생존권을 택하자니 법질서가 우려된다? 법질서와 생존권이 공존할 순 없을까. 12일 한낮 제주시청 김영훈 시장실에 한무리의 할머니들이 들이닥쳤다. 제주지 동문재래시장 김약국 주변에서 주로 야채등을 팔아온 노점상 할머니들이 용역반원들의 노점단속에 항의한 방문이다.

무엇이 그토록 억울하고 서러운지 목소리에 분함이 실렸다. 연신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시장님이라도 만나서 담판지어야 겠다”고 이구동성으로 항의해본다. 이날 시장실을 항의방문한 할머니는 15명 가량이다. 대부분 70~80대의 고령이다. 게중에는 다리가 불편한 분도 있었고 허리를 곧게 펼 수 없을 만큼 ‘꼬부랑’할머니들도 대다수였다.  그러나 이날 김영훈 제주시장은 서울 출장중이어서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 "새벽 얼음장같은 날씨에 캐온 쑥 한다발 단속반 빼앗아 가" 눈가에 눈물...

이날 시장실 바닥에 주저앉았던 양 모(80.도련동) 할머니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얘기를 한번 들어보라고 했다. “어제 새벽 얼음장같은 날씨에 손톱이 시리도록 애써 뜯어다 내놓은 쑥 한다발을 그 노점 단속반들이 빼앗아 가버렸다”며 눈가에 눈물을 훔친다.

그래서 집에 갈 차비가 없어 다른 할머니에게 시내버스비를 빌려 겨우 집에 돌아갔단다. 양 할머니는 “내다팔면 만원어치 쯤 일 쑥을 뺏긴 것도 억울하지만 힘없는 노인네들에게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다루고 물건을 막 뺏어가니 그놈들은 부모도 없나?”고 항변했다.

▲ 이날 제주시를 항의방문한 노점상 할머니들은 대부분 70~80대의 고령이었다. 허리도 제대로 펴지못한채 불편한 몸으로 제주시 공무원들을 항해 항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또 다른 김 모 할머니는 “우린 오늘 시장님을 꼭 만나 이래도 되는 건지 물어야 겠다”며 “우린 이 자리에서 죽을 각오로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어느 할머니도 “얼마전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니까 노점 단속이 본격적으로 강화된 것 같다”며 “양말, 콩, 야채 등을 빼앗아다 고아원에 갖다 줬다는 단속반의 말이 더 괘씸하다”고 격한 감정을 토해냈다.

#제주시 "차도변 아닌 상가변서 장사 권유" VS 할머니들 "비싼 임대료 낸 상가서 가만 있나?"

제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무조건 할머니들을 단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제주은행 본점 앞에서부터 동문시장 김약국에 이르는 인도에서 장사하는 이 할머니들이 자동차도로변인 인도 끄트머리에서 좌판을 벌여 교통사고 위험 등이 있어 인도 남측인 상가변으로 자리를 이동해 장사할 것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해 무조건 단속은 하지 않는다는 항변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점상 할머니들은 “상가 건물쪽으로 자리를 옮겨달라니 말이 안된다”며 “건물에 몇 천만 원씩 임대료 내고 장사하는 상인들이 우리 노점상들이 건물앞에서 장사하는 것을 허락할 일이 있느냐?”며 되레 반문한다.

▲ ⓒ제주의소리
이들은 또 “몇십년씩 그 자리에서 야채를 팔아왔지만 아무 사고도 나지 않았는데 무슨 교통사고가 난다고 호들갑이냐. 대통령선거 끝나니까 왜 갑자기 단속이 강화돼 근근이 하루먹고 하루 살아온 할머니들을 내쫓느냐”고 항의했다.

한편 제주시는 노점상 단속을 위해 올해 사업비 9000만원을 들여 용역업체인 ‘유한회사 JS’와 계약, 용역반원 4명이 지난 3일부터 단속활동을 매일 벌이고 있다.

노점상 단속은 도로법 40조 (도로의 점용)에 의거해 모든 노점은 단속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생계를 위해 영업하는 노점상들에 대한 유연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 제주 대표뉴스 '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