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 뚝딱비우면 춘곤증이 날아갑니다

어제(3월16일)는 봄볕 따사로운 일요일이었습니다. 우리 부부 워낙에 게을러터져 벼르고 별렀던 겨울옷 정리를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더 게으른 저는 각시의 지시에 따라 옷 정리를 하다 묘수를 생각해 냈습니다. 저는 닭개장 끓이는 것으로 분담하자고요. 각시도 쾌히 승낙을 하더군요. 옷장 안을 일일이 뒤지며 정리하는 것보다는 주방에서 삶고 칼질하는 것이 저에겐 훨씬 쉬우니까요.
 
우리 부부 가사분담의 원칙, 잘하는 것을 하자!

사실 닭요리는 저를 비롯한 우리 집 모든 식구가 좋아하는 것입니다. 찜, 튀김, 볶음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보드라운 살이 입에 척 감기는 백숙에다 그 뽀얀 국물에 끓이는 죽까지… 그러고 보니 이렇게 우리 집 식구들을 즐겁게 해주는 닭에게 여태껏 한 번도 고마운 마음을 표하지 않았으니 더불어 미안한 마음도 가지게 됩니다.

그럼 닭개장 만들기를 시작합니다. (과정은 쉬워도 최소 3시간 걸립니다)

재료: 생닭 한 마리, 삶은 고사리, 삶은 토란줄기, 숙주나물, 대파 세 뿌리, 당면, 양파 양념(고춧가루, 간장, 다진 마늘, 액젖, 들기름 2큰 술, 소금)  

▲ 생닭 꽁지부분부터 배를 가르고 꽁지주위와 목, 어깨죽지부분의 기름을 제거합니다.  ⓒ 강충민

먼저 생닭을 손질합니다. 생닭을 맨 밑에 가위나 칼을 대고 배를 가르면 쉽습니다. 배를 가른 후에 꽁지 주위와 목, 어깻죽지에 있는 기름을 제거합니다. 그다음 생닭을 찬물에 한 시간가량 담가서 핏물을 뺍니다.

이렇게 손질한 닭은 솥에 풍덩 빠트려 삶습니다. 처음에 솥에 넣고 삶는 데 한 번 팔팔 끓으면 그 물은 버리고 닭을 찬물에 깨끗하게 씻고 찬물을 받아 본격적으로 삶기 시작합니다. 이런 과정은 다 아시겠지만 닭의 잡내를 없애기 위함입니다.  

▲ 닭 삶기 양파, 통마늘, 김빠진 소주도 넣고 닭을 삶습니다. 국물에 뜬 노란 기름기는 체로 조금씩 걷어냅니다. 처음 삶은 물은 버리고 두 번째 삶는 과정입니다.  ⓒ 강충민

본격적으로 삶을 때 이때 양파를 하나 넣습니다. 통마늘도 15알 정도 넣습니다. 집에 먹다 남은 김빠진 소주가 있다면 이것도 환영입니다. 

삼십 분 정도를 가장 센 불에서 삶다가 이후 중불로 줄입니다. 중불에서 뽀얀 국물이 잘 우러나옵니다. 은근히 육수를 기다리고 있을 즈음 닭개장에 들어갈 채소들을 준비합니다. 

고사리는 물에 불렸다가 삶은 다음 찬물에 담그고 물을 세 번 정도 갈아줍니다. 작년 봄에 장인어른이 꺾어서 삶고 말려서 보내주신 것입니다.   

▲ 삶은 고사리와 토란줄기 푹 삶습니다. 물러지게... 말린 토란줄기는 물에 불리기만 하면 너무 질겨서 실패합니다. 꼭 삶아서 물에 담궈둬야 합니다.  ⓒ 강충민 

 
닭 뼈를 잘 발라내는 것이 중요해요! 

▲ 데친 숙주나물 숙주나물은 살짝 데쳐놓습니다. 아삭하게...  ⓒ 강충민 
말린 토란 줄기도 물에 불렸다가 한 번 삶고 찬물에 담가 둡니다. 숙주나물은 냄비에 물을 약간 넣고 살짝 데쳐 체에 밭쳐 물기를 빼 줍니다. 물러지지 않게 살짝 데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삶은 고사리, 토란줄기. 숙주나물은 다 한데 모아 양념을 하고 다시 육수에 끓일 것이기 때문에 재료의 특성에 따라 삶아진 정도를 달리하는 것이지요.

대파도 세 뿌리 정도 썰어서 준비합니다. 어슷썰기를 하지 않고 직각으로 2㎝ 정도로 썰어서 충분히 준비합니다. (미리 데치지 않고 그냥 생으로 준비하는 것입니다.)

당면도 삶아서 준비하는데 잡채를 무칠 때보다는 약간 덜 삶습니다. 위에서 얘기했듯 한데 모아 한 번 더 끓일 것이니까요. 그리고 약간 덜 익은 상태에서 재빨리 찬물에 헹궈 준비해야 나중에 오래 끓여도 푹 퍼지지 않습니다.

푹 삶아진 닭도 건져내고 살을 깨끗이 발라냅니다. 닭개장은 정말 뼈를 잘 발라내야 합니다. 혹여 뼈가 아이들 목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큰일 나지요.   

▲ 삶은 닭 살 발라내기 살을 발라냅니다. 너무 삶으면 나중에 닭개장이 완성된 이후 실처럼 가늘어져 씹는 감촉이 없습니다. 뼈는 살을 바른 후에 다시 육수에 넣어 국물을 냅니다.  ⓒ 강충민  

이렇게 준비한 재료를 큰 그릇에 한데 모아 양념을 합니다. 어떤 분들은 닭개장 끓일 때에 고추기름을 만들어서 넣는다고 하던데 전 고추기름을 넣으면 많이 느끼하더군요. 그래서 고춧가루를 넣고 양념하는 방법으로 합니다.

고운 고춧가루, 다진 마늘, 통깨, 조선간장을 기호에 맞게 한데 모인 채소에다 넣고 골고루 버무립니다. 이때 들기름 두 술 정도를 같이 넣습니다. 집에 액젓(새우,까나리,멸치)이 있다면 한 술 같이 넣습니다. 이렇게 양념을 넣은 다음 그것들을 골고루 버무립니다.

▲ 양념넣고 버무리기 고춧가루, 다진 마늘, 간장,통깨.액젖,들기름을 넣고 골고루 버무립니다. 고추기름을 내서 끓이는 것보다 더 담백하고 얼큰합니다.  ⓒ 강충민

골고루 버무린 재료를 넣고 육수에 넣고 다시 20분 정도 끓입니다. 이땐 중불로 해야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왕소금으로 간을 하고 그릇에 낼 때는 후춧가루를 위에 뿌려 주면 닭개장 완성입니다.  

▲ 끓고 있는 닭개장 닭개장이 끓고 있습니다.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지요..  ⓒ 강충민 

참, 처음에 생닭을 삶을 때 넣었던 양파의 행방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냥 삶아진 닭만 건져내었기 때문에 형체를 알아볼 수는 없지만 닭개장속에 온전하게 남아 있습니다. 어차피 맑은 국물을 원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각시는 겨울옷 정리를 다하고, 아들 원재는 숙제를 다 끝내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봄맞이 얼큰한 닭개장을 먹었습니다. 
  

▲ 완성된 닭개장 완성된 닭개장입니다. 한 그릇 뚝딱비우면 춘곤증이 날아갈 것 같지요.  ⓒ 강충민

한 그릇 말끔하게 다 비운 각시가 저에게 한 마디 합니다.

"내 다이어트의 최대 적은 바로 너야."

그럼 애초에 먹지나 말던가요. '뭐 만들라', '뭐 만들라' 요구는 제일 많으면서….  <제주의소리>

▲ 우리 아들 원재 숙제를 하다 말고 사진찍는다고 했더니 좀 특이한 표정을 짓겠다고 했습니다. 원재도 한 그릇 싸악 비웠습니다.  ⓒ 강충민 

<강충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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