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 4월의 시, 4월의 그림(4)

   

 

신들은 어디로

(김영미)

흙보다 돌이 많은 땅에서
일만 팔천의 신의 힘을 빌려서라도
씨감자 같은 새끼들과 숨비소리로 하루를 사는 여자와
어떡하든 살아야겠기에
발밑에 엎더져 숨죽여 조아리며 연명한 죄밖에 없는데
그날,
그 많던 섬의 신들은 다 어디로 가버리고
어미의 손톱 밑에 잡히던 서늘한 핏방울 닮은
붉은 동백 혼자 흐느끼다 정수리로 땅을 치며
온 섬을 적시던 그날,
신들은 섬의 절규하는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물오른 사월에도 세차고 마른 바람 불 수 있다는 것을
섬은 앓으면서 알았다
신들도 무서워 눈을 감아버렸던 이념을
무자년, 신들이 부재였던 섬
한라산 흰 사슴도 핏빛 홍역을 앓았던 그날,

신들이 떠나버렸던 그 해
그리고 다시 그 해
일만 팔천의 신들은 여기에 와 있는가

* 김영미 : 1962년 제주 출생. 2005 『제주작가』 시 부문 신인상. 2006 『에세이스트』  수필 부문 신인상.

* 부양식 : 보롬코지 창립전 / 4.3넋 살림전 / 4.3미술제 / 탐미협 정기전 / 2000년의 나 그리고 우리전 등 다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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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가 제주4.3 60주년 위령제를 맞아 기획연재하고 있는 '진혼 4월의 시, 4월의 그림'은 (사)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 (사)민족미술인협회 제주지회 탐라미술인협회 협조를 얻어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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