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춘 교수, 이라크학살 논의 때 '한국전·4.3' 반드시 제기해야

▲ 김동춘 진실화해위 상임위원 ⓒ제주의소리
미 대선이 끝난 후 제주4.3의 미국 개입문제를 제기하고 국제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마련되며, 이 때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4.3의 국제적 네트워크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4일 제주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4.3 6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서 둘째 날 프로그램인 ‘제주4.3의 과거·현재·미래의 의미와 과제’의 라운드 테이블에서 김동춘(진실화해위 상임위원) 성공회대 교수가 제안한 내용이다.

김 교수는 이제 막 전국화로 나가려는 제주4.3에 대해 세계적인 학살 논의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인 Chalmers Johnson가 그의 저서 에서 쓴 제주와 관련된 내용을 먼저 소개했다,

Chalmers Johnson는 이 책에서 ‘미국의 승인 아래 벌어진 제주도 양민 학살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제주4.3을 거론하면서 “미국이 동아시아 지배의 새로운 교두보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제주도민 3만명이 희생됐다. 1948년 4월 3일 제주에서 벌어진 봉기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이 보인 반응은 인도네시아 군이 동티모르, 그리고 세르비아가 코소보와 보스니아를 다루는 방식과 같았다. 이승만의 군은 무자비한 공격으로 제주도민 3만에서 6만명을 살해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4만명은 일본으로 도피했다.

이후 조사위원회가 만들어져 1만4504명의 학살자 이름이 나왔다. 위원회는 제주도 인구의 10% 가량인 3만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섬의 마을 약 70%가 불에 타고 3만9000 주택이 파괴됐다.

제주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제주도민 3만명이 희생된 무덤위에서 악수했다. 그러나 4.3 문제를 기억하고 지적하는 단 한사람의 기자도 없었다는 게 비극이다.”

김동춘 교수는 Chalmers Johnson 교수가 에서 지적한 문제를 국제적인 차원에서 제주4.3의 문제를 어떻게 위치 설정할 수 있을 것이냐는 문제로 연결시켰다.

김 교수는 “제주 문제, 4.3의 문제이자 한국적 학살문제를 국제화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이후 민주당 또는 공화당 어느 쪽이 집권하든 이라크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며, 이라크 전쟁 평가 중심에는 ‘민간인 학살’ 즉 아브그라이브 학살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내년 이후 벌어지게 될 것으로 봤다. 그렇게 될 경우 아브그아이브 학살에 대한 전사로서 베트남 개입문제가 나오고, 베트남 전사로서 한국전에서 미군의 개입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김 교수의 판단이다.

김동춘 교수는 “제주4.3은 한국전쟁기 학살의 전사이자, 사례이며, 원형으로 이라크전 학살에서 미국의 책임이 거론될 때 한국전과 4.3의 학살문제를 제기해야 하야만 4.3학살문제가 국제화 될 수 있다”며 “그렇지 못하면 4.3의 국제적 네트워크는 실패하게 된다”며 지금부터 이 문제를 주체적으로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 김동춘 진실화해위 상임위원는 미 대선이 끝난 직후 이라크 민간인 학살 문제와 관련해 한국전쟁, 제주4.3에서 미국의 개입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며 이에 대한 주체적 준비 필요성을 당부했다. ⓒ제주의소리

김 교수는 4.3의 전국화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4.3특별법을 만들고 4.3위원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제주도민의 공동체·강력한 연대가 4.3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었다”면서 “앞으로의 문제는 4.3을 전국화 시킬 수 있는 동력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4.3유족의 한과 슬픔을 어떻게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중간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4.3연구가인 강창일 의원의 국회진출을 정치화의 한 사례로 본 그는 “이는 개인의 정치화로 끝날 우려가 있으며, 제주정치·전국 정치 변화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변화는 자라나는 세대들에 대한 교육의 문제, 경제화는 4.3과 평화의 섬 문제를 어떻게 경제적 자원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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