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이 만난사람] 평화재향군인회 표명렬 상임대표
‘김익렬 장군’ 동상 건립추진...“대한민국 군인의 표상”

▲ 얼마전 중앙일간지 등에 김익렬 장군 동상을 육사교정에 세우자는 칼럼을 쓴 평화재향군인회 표명렬 상임대표가 6일 제주에 왔다. ⓒ제주의소리

표명렬 장군. 육사 18기로 중위시절이던 1965년 제1차 파월 맹호부터 소총중대 요원으로 죽음을 넘나드는 전투를 경험했다. 광주민주화운동당시 군의 만행을 비판하고 대통령이 하사한 ‘삼정도’를 쓰레기 통해 버렸다. 육군 정훈감(준장)을 거쳐 1987년 예편했다. 군사평론가이자 한국정신교육연구원 원장으로 기업체 임직원들의 의식개혁 강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 수석자문위원, 문화시민운동 중앙협의회 교육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지도위원, 천주교 인권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별을 단 대한민국 준장출신이라면 당연히 성우회 멤버로 재향군인회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을 법 하지만 성우회는 고사하고 재향군인회에서조차 그를 볼 수 없다. 그는 거꾸로 성우회와 재향군인회에 맞서 지난 2005년 6월 평화재향군인회(가칭)를 만들어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그가 평화재향군인회를 만든 것은 재향군인회와 성우회 등 일부 예비역 고급간부들이 마치 대한민국의 군을 대표하는 것처럼 떠들어 대고,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또 군의 평화 통일시대에 맞게 새롭게 개혁하려는 뜻이 담겨져 있다.

표명렬 상임대표는 특히 최근에는 4.3 60주년을 맞아 <경향신문>과 <오마이뉴스>에 제주4.3당시 평화협상을 주도했던 김익렬 장군(당시 9연대장) 동상을 육사교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6일 평화재향군인회 임원들과 함께 제주를 찾았다. 제주에 남겨진 김익렬 장군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다. 제주민예총에서 주관하는 ‘평화의 길 걷기’에 함께 하기 위해 제주에 왔다. 이왕이면 김익렬 장군이 당시 무장대 총책인 김달삼과 평화협상을 벌였던 대정읍 구억초등학교를 가고 싶었지만, 이제 그곳은 과수원이 돼 버렸고, 또 이날 평화의 길 걷기가 동부지역에 집중돼 ‘4.3평화기념관’에서 그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조천읍 함덕초등학교 선흘분교장에서 점심시간을 마치고 평화기념관으로 떠나기에 앞서 표 대표를 잠시 만났다.

▲ 육군 정훈감(준장) 출신의 표명렬 대표 ⓒ제주의소리
- 제주에는 처음인가.

“그렇지는 않다. 기업체 세미나 강의를 하기 위해 자주 제주에 내려온다. 그러나 평군(평화재향군인회) 일로 오기는 처음이다. 우리 군이 표상으로 삼아야 하는 김익렬 장군의 행적을 따라가기 위해서 임원들과 함께 내려왔다.”

- 얼마 전에는 일간지에도 김익렬 장군의 동상을 육사교정에 세우자는 기고를 했다. 평군에서 김익렬 장군을 주목하는 이유가 뭔가.

“그가 대한민국의 참군인으로 군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4.3당시 그는 9연대장으로 역사의 현장에 있으면서 참혹한 학살을 막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단신으로 적진에 들어가 무장대총책인 김달삼과 평화협상 단판을 지었다. 또 나중에는 ‘초토화작전’ 명령을 거부하다 미군정에 의해 해임됐다. 김익렬 장군은 1969년 예편한 후 집필한 회고록(4.3의 진실)에서 4.3의 성격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또 왜 유고록을 써야 했는지도 밝히고 있다. 김 장군은 ‘4.3의 기록들이 너무 왜곡되고 미군정과 경찰의 실책과 죄상이 은폐되는 데 공분을 느꼈기 때문’에 기록을 남긴다고 했다. 그는 당시 정치지도자들이나 군경책임자들의 수만명의 선량한 양민을 공산주의자와 구별없이 살해하고 자신의 보신과 공명만을 꾀하기 위해 진실을 은폐한 것은 민족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족애와 정의감에 불타는 참군인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 육사교정에 김익렬 장군 동상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왜 육사인가.

“만약에 4.3이 끝난 이후에라도 그 책임을 묻고 이를 교훈삼아 전장윤리교육을 실시했더라면, 최소한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김익렬 장군의 정의로운 행동을 알게 했더라면 그 후에 일어난 여순사건과 수많은 민간인 학살, 6.25 직후 보도연맹 학살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광주학살을 저지른 전두환 정호용은 나오지가 않았을 것이다.”

- 육사에서 4.3은 어떻게 보나.

“육사에서는 제주4.3은 빨갱이가 일으킨 반란이라고 가르쳐 왔기 때문에 아직도 군은 그렇게 알고 있다. 지금의 육사 교육은 잘못된 교육을 가르치고 있다. 전쟁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전략은 가르치지만 우리나라처럼 ‘주적론’을 가르치는 곳은 지구상에 아무데도 없다. ‘주적론’은 적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는 정치교육이다. 군을 이용해 정치적 힘을 키우려는 세력이 이용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는 교육을 시키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육사교정에 군의 표상인 김익렬 장군의 동상을 세우고 싶다는 것이다.”

- ‘빨갱이들의 반란’이라는 왜곡에서 벗어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어느 정도 이뤄지는 단계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또 다시 우익들이 준동하고 있다. 뉴라이트 진영에서는 남로당이 일으킨 반란이라는 주장을 또 다시 펴고 있다. 평군에서는 어떻게 보나.

“최근에 뉴라이트진영에서 펴낸 현대사 교과서에서 제주4.3을 남로당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적고 있는데 이는 4.3의 실상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학살을 저지른 자들이 자기변명과 근거로 삼고자 만들어낸 내용에 불과하다. 아무리 편협된 시각에서 기술하더라고 객관적 사실 자체를 무시해 왜곡 조작한 것은 역사가 아니다. 광주학살 때도 12.12 쿠데타 세력들이 엉뚱하게도 북한의 지령을 받은 적색분자들이 조정해 일으킨 폭동이라고 국민을 속여 살육을 감행했다. 늘 써먹던 수법이다.”

▲ 표 대표는 정권이 바뀌자 다시 극우세력들이 제주4.3을 반란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만행을 감추기 위해 변명하는 지금까지 써먹어 온 뻔한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제주의소리
- 왜 이렇게 군의 역사가 계속 왜곡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나.

“해방 후 일제에 대한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3 때도 보면 알겠지만 양민을 학살한 최경록(훗날 교통부장관·주일대사) 송요찬(2공화국 내각수반) 함병선(국방연구워장) 이들은 전부 일제시대 일본군 지원병으로 준위를 했다. 이들은 만주에서 광복군과 중국군들을 무자비하게 참살했던 군인들이다. 해방 후 국내에 기반이 전혀 없는 이승만이 ‘물리력을 확보해야 이긴다’는 것을 알고는 미군정에 ‘광복군은 마적이나 마찬가지다. 정규훈련을 받지 않았다. 정규훈련을 받는 군과 경찰이 필요하다며 일제당시 군과 경찰을 그대로 썼기 때문이다. 그 이후 한국군이 왜곡됐다.”

- 앞으로 그렇다면 김익렬 장군 동상을 세우는 문제는 어떻게 추진되나.

“이제 제안을 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다. 먼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 이 문제는 제주에서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앞으로 김익렬 장군을 좀 더 알리고, 동상을 세우기 위한 조직과 성금 마련에 주력해 나가겠다.”

- 이 기회에 평군에 대해 설명해 달라.

“국민에게 신뢰받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제대군인 단체를 마들어 자주국방 밑거름이 되고 주국의 평화통일에 기여하고자 하는 단체다. 기존의 재향군인회는 일반 제대군인들과 유리된 채 고급간부 출신들 중심으로 운영된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구태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기득권과 이권확보에 주력하고, 반민족 반통일 반자주국방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평군은 병출신을 망라한 자발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 표 대표는 일제에서 해방된 후 일제청산을 제대로 못한 채 일제에 협력한 군과 경찰이 계속 해방후에도 우리군에 들어왔기 때문에 우리 역사가 왜곡되고 있는 것이라며 친일잔재 청산을 역설했다. 표 대표와 함께 제주에 온 평군 회원들. ⓒ제주의소리
- 재향군인회나 우익진영에서는 좌파라고 한다. 반미라고 선동도 한다.

“평군은 국군의 사명인 조국의 평화통일에 이바지 한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평군은 헌법에 명시돼 있는 대한민국 정통성의 뿌리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 광복군 정신에 기초를 두고 있다. 반 헌법적인 친일세력의 잔재청산 또한 평군이 지향하는 바다. 평군은 미국을 반대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의 국가이익과 민족적 자존심에 반하는 미국 정책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우리보고 좌익이라고 하지만 내 스스로 보수주의자이자 우익이다. 원래 민족주의자 자체가 우익이다. 그런데 그들은 민족주의자라고 하면 ‘빨갱이’로 내본다. 한참 잘못된 것이다. 지금 자신들이 우익이라고 하는 세력들은 극우세력들이 ‘우파’를 참칭하는 것일 뿐이다.”

- 제주도에서 평군 제주지부가 있나.

“전국적으로 평군지부가 70여군데나 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제주지부는 없는 상태다. 우리 평군은 군간부를 따지지 않는다. 장병출신도 대환영이다. 어느 누구든지 우리 평군의 목적에 동의하면 함께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군의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제대군인들의 동참을 기다린다.” 평화재향군인회 홈페이지(http://www.pcorea.net/).<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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