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이장선출 ‘법정소송’ 비화...2개월 여 마을행정 ‘마비’

▲ 국토 최남단 마라도가 최근 개발바람과 함께 마을공동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장선거를 둘러싸고 법정소송으로 비화되는 등 주민간 심각한 갈등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국토최남단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가 이장 선출문제로 2개월 넘게 법적공방을 벌이는 등 평화로웠던 섬마을 공동체가 심각한 갈등으로 위기에 처했다.

직접적인 문제의 발단은 지난 2월27일 치러진 마라리장 선거에서 비롯됐다. 이날 선거에는 마라도 출신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마라도에 거주해온 기호1번 송 모씨(61)와 마라도 원주민인 기호2번 김 모씨(50)가 후보로 나섰다. 투표결과 유효투표 40표 가운데 송 씨가 19표를 득표했고, 김씨가 20표, 무효 1표로 공식 집계됐다.

▲ 마라도 남쪽 끝에 세워진 '대한민국 최남단 비' ⓒ제주의소리
이번 선거는 선거전부터 마라출신 이장이 선출될지, 아니면 처음으로 비(非)마라도 출신 주민이 이장에 선출될지가 관심사였다. 결국 이날 40표의 유효 표 중 마라도 출신 김 씨는 20표를 얻었고 송 씨가 19표를 얻어 ‘박빙’의 선거전을 보인 가운데, 무효 처리된 1표가 논란을 촉발시켰다.

마라리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시 개표직후 과반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선거규정에 따라 20표의 득표를 논의 끝에‘과반수’로 해석해 김 씨를 이장 당선자로 발표했지만, 송 씨는 이에 반발해 무효처리된 1표가 자신을 지지한 표일 뿐만 아니라 투표 부적격자가 선거인명부에 포함되는 등 이날 선거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제주지방법원에 ‘선거무효확인소송’과 ‘이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제주지법은 지난달 24일 조정을 통해 6월16일까지 재선거를 치르도록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송 씨는 선거인명부가 새로 작성되지 않는 한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본안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간 몇 차례 대정읍사무소의 중재도 허사였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 직전 임기 만료된 K이장에 대해 대정읍사무소가 현재 사표를 수리하지 않아 법적으론 이장이 존재하는 상황이지만, 사실상 K이장도 선거잡음 속에서 이장직 수행이 어렵다며 손을 떼 현재 마라도는 마을행정이 마비된 것이나 다름없다.

마라도의 한 주민은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이번 이장 선거파문의 근본 배경에는 마라도에 불고 있는 개발바람과 그에 따른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다. 특히 과열경쟁을 보이고 있는 골프카 운영문제도 이번 갈등에 한 몫했다”라며 “평화로웠던 섬 공동체가 어느 순간부터 개발바람과 함께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더니 자정능력을 잃고 곪았던 갈등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대정읍사무소 관계자도 “이장 선거에 출마했던 송 모씨와 김 모씨 모두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행정공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도 저도 못하고 법원의 판단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런 와중에 그동안 주민 여러 명이 공동형식(골프카 운영협의회)으로 운행해오던 전기자동차(골프카) 30여대가 운행을 멈췄고, 그사이 일부 주민들이 개인별로 골프카를 추가로 들여와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자 주민들간 갈등과 불만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행정공백으로 인한 마라도 내 각종 시설물 관리에 허점 발생은 물론 각종 폐자재와 쓰레기들이 곳곳에 방치되는 등 최남단 청정 마라도가 그 명성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 제주 대표뉴스 '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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