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만명 탐방 이벤트, 조급성이 화 부를까 걱정

▲ 거문오름
한 우화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진 농부가 거위의 뱃속에 많은 황금알이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나머지 거위의 배를 갈랐다. 그 결과 거위를 죽이고 뱃속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황금알도 얻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주의 한라산과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일출봉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지, 1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1년 동안 제주도에 세계자연유산총괄관리본부(이하, 세계자연유산본부)가 만들어지고 세계자연유산을 보전하면서 이용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 가장 핵심적인 것이 올해 말까지 예정된 자연유산지역에 대한 조사 용역이다. 보전과 이용의 공존을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이 노력이 올해 말까지 만이 아니라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하지만 등재 1주년을 맞아 현재 계획 중에 있는 행사들은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매우 걱정된다. 세계자연유산본부에서는 7월부터 ‘거문오름국제트랙킹대회’ 등 등재 1주년을 기념하는 굵직한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 행사는 7월과 8월 두 달간에 걸쳐 해외와 국내, 제주도민을 포함하여 3만 명을 이 대회에 참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7월 10일경에는 제주도교육청을 통하여 도내학생 1000명이 동시에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추진되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대규모의 탐방은 거문오름의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행사의 트랙킹 코스는 거문오름 정상을 거쳐 거문오름 분화구를 돌아 나와서 가시딸기 군락지와 뱅뒤굴을 거치는 10km구간이다. 특히 거문오름분화구 구간은 3km 정도이다. 거문오름은 지금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뱅뒤굴, 만장굴, 김녕사굴, 용천굴, 당처물굴을 형성한 용암이 분출한 곳이다. 그래서 분화구 내부는 이 동굴들과 더불어 핵심보전지역으로 되어 있다. 분화구내부는 다른 오름에 비해서 면적이 광대할 뿐 만 아니라, 다양하고 희귀한 식생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지질학적으로도 중요한 연구자원이 밀집한 곳이다. 또한 숯가마터와 일제전적지 등 문화역사적인 자원도 밀집해 분포하고 있다. 특히 이 곳의 식생은 분화구이면서도 곶자왈의 성격을 가져서 개방 이전에 더욱 철저한 조사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거문오름을 모니터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삼광조와 환경부 보호종인 두점박이사슴벌레, 다양한 양치식물 등이 관찰되었다. 총괄적으로 보자면 이 곳은 일시에 대규모 탐방행위가 이루어질 경우 훼손되는 것은 너무나 명확한 결과다.

대규모 탐방으로 훼손된 한라산 일부 등산로는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복원되지 않고 있다. 훼손되는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이를 되돌리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아직 세계자연유산지역에 대한 연구용역도 끝마치지 않은 시점에서 대규모적인 무원칙적인 탐방은 이 지역의 훼손에 대해서 계량조차 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다만 이 행사가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사로 이후에 탐방원칙을 새로 세우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번 무너진 원칙을 다시 세우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성공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런 탐방행태가 관행화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자연유산 1주년을 맞아 가시적 이용성과를 보이고자 하는 의도는 지나친 조급함의 결과다. 체계적이고 정밀한 조사와 이용에 대한 도민의 합의된 원칙을 세우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거위의 배를 갈라 황금알을 꺼내고자 하는 어리석음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고유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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