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의 쓴소리 단소리] 항공료 연례인상은 물론, 제주지하수까지...

'푸른 노다지, 생수’

전 지구적으로 향후 물 ‘수요량’이 공급 가능한 양보다 56%가 초과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미 ‘물은 수지맞는 상품’, ‘물은 푸른 노다지’가 됐다.

이 사실은 다국적 기업에 의한 생수시장의 급격한 확장에서도 확인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생수 판매회사인 ‘네슬레(Nestle)’는 이미, 안심하고 마실 물이 매우 부족한 제3세계에서 생수 틈새시장을 개발하여 성공했다. 네슬레는 2000년에만 자그마치 약 220억 달러의 생수를 판매했다.

‘코카콜라’나 ‘펩시콜라’도 생수시장에 전격적으로 뛰어들었는데, 이들은 샘물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두 회사의 甁入(bottling) 공장이 있는 지역)의 수돗물을 역삼투압 여과장치에서 거른 후 약간의 미네랄을 첨가시킨 정제수를 팔았다. 두 기업은 각 지역에서 보통 1ℓ당 1센트도 안되는 값을 지불하고 물을 사용하며, 정제수를 팔때는 1ℓ당 1달러에 판매했다.  ‘봉이 김선달’도 기가 찰 노릇이다.

한국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국민 비율은 1% 이하로 추락한 상황.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수기 시장 규모는 2004년 1조원, 먹는 샘물 시장은 7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수기에서 대장균 및 세균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국내 정수기 시장이 추춤하는 사이 생수시장은 날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자 서울신문에는 “제주개발공사(삼다수), 진로, 동원, 하이트맥주, 풀무원, 해태, 롯데칠성에 이어 ‘대한항공’ 등 대기업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미 대한항공이 생수시장 진출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 중앙언론사들 사이에는 퍼져 있던 것이다.

'돈벼락'에 즐거운 비명,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대한항공은 지난 15일 올 3ㆍ4분기에 매출 1조9,865억원, 경상이익 1,206억원, 순이익 854억원의 영업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또한 수출 기업들이 환율 하락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는 반면 외화 부채가 많거나 달러 결제가 많은 대한항공은 앉아서 ‘돈벼락’을 맞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최근 환율이 50원 하락할 경우 대한항공의 경상이익은 3천2백39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대한항공의 영업실적 호조와 '가외소득'에 힘입어 한진그룹은 최근 3.4분기 누적매출액이 12조660억원으로 16.8% 늘어나 초호황을 누리며 순익이 작년 동기 2천82억원에서 8천51억원으로 재벌그룹 중 286.72%라는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엄청난 이익을 보면서, 제주도민의 육지나들이나 제주관광에 치명적인, 항공료 인상을 연례행사처럼 반복하던 한진그룹이 이제는 제주생수 시장에 본격적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제주도와 도의회, 도민의 눈을 의식하라

이거 장난이 아니다.

한진그룹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연간 3천톤의 지하수 중에 생활용수로 사용하던 1천 8백톤 가량을 자회사를 설립 고유브랜드로 국내 특급호텔이나 수출용으로 판매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우리가 알기로는 기내 및 그룹사 공급용이란 명목으로 이용되던 1천2백톤 또한 년간 40억여원에 달하며 시중가격보다 30% 비싸게 내부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한진그룹의 주장은 사실상 허가받은 3천톤 전량을 자사브랜드로 판매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방계회사의 등록도 마쳤다고 하며, 공장 증설 소문마저 들리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한진그룹으로서는 사실상 제주 지하수의 양산체제 및 판매를 목적으로 이번 요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외 생수시장에서 삼다수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이며, 더욱 심각한 것은 제주도민의 공공재인 지하수가 재벌의 사유화와 돈벌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있다. 비록 현재 취수되는 양이 삼다수에 비해 적은 양이지만 이를 계기로 점차 취수량의 확대와 국내외 판매시장의 확대를 노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한진그룹의 생수시판 허용 요구에 대하여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현 도정과 의회는 제주지하수의 공공성을 훼손한 도정과 의회라는 비판을 두고두고 면치 못할 것이다.

이지훈 편집위원은 현재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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