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헌신적 청소행정, 공무원 편견 털어냈다” 고백
서귀포시 강명균 청소행정계장과 미화원들 수고로움 '글 속에서' 감사 표시 '화제'

▲ 서명숙의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걷기여행' ⓒ제주의소리
요즘 출판가에서 여행분야 주간베스트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걷기여행’ 책자가 화제다. ‘제주에 느림의 길을 만드는 여자’인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이 저자다.

정치부 여기자 1세대 출신인 저자 서명숙 올레 이사장은 제주출신으로 <시사저널> 편집장과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지낸 깐깐하고 날카로운 기자로 이름을 날린 언론인 출신이다. 그런 그가 제주의 ‘올레’길을 개척하면서 서귀포시 공무원들을 극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서명숙 이사장은 제주올레를 만드는 과정에서 “서귀포시 청소행정담당(부서) 및 환경미화원들이 펼쳐준 청소행정은 공무원에 대한 오랜 편견을 털어냈다고” 소고하며 ‘청소에 신들린 우리 강 계장’, ‘환경관리인은 명품 관리인’이란 소제목으로 자신의 책에서 밝고 친절한 청소 분야 공무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서 서명숙 이사장이 지칭한 '강 계장'은 서귀포시 청소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강명균 계장으로 강 계장을 대표로 통칭했을 뿐, 부서 내 모든 직원들을 아울러 지칭한 것. 다음은 서명숙 씨의 책 본문내용 중 일부다.

# 청소에 신들린 우리 강 계장

▲ 강명균 서귀포시 청소행정담당 계장. 그는 서명숙 씨가 자신의 책에서 '청소에 신들린 강 계장'으로 소개한 주인공이다.  ⓒ제주의소리
  김형수 서귀포시장에게서 강명균 생활환경과 계장을 소개받았다. 처음 만나기로 한 날, 그는 법환포구에, 나는 외돌개에 있었다. 그는 직원들을 이끌고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일일이 청소구간을 점검하면서 오는 길이었고, 나는 반대 방향에서 걸어가면서 그에게 길을 설명해야 했다. 가뜩이나 길치가 전화로 설명하려니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강 계장은 끈질겼고, 내내 목소리가 밝았다. 이 친절한 공무원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마주보면서 걸어오던 우리는 한 시간여 만에 돔베낭 산책로에서 마주쳤다. 그는 인사를 나누자마자 탁구공처럼 통통 튀는 억양으로 말했다.
  “이 길, 딱 제 체질이네요. 저, 걷는 거 되게 좋아해요. 백두대간도 다 다녀보고, 오름도 웬만한 데는 다 올라봤으니, 와우, 올레 길 정말 좋으네요.”
  순간 짜증이 휘리릭 증발하고 감동이 밀려들었다. 미화원 숫자가 워낙 부족한 탓에 서귀포시청에서는 경승지 주변이나 주요 도심 구간에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었다. 올레 코스는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는 무명의 해안이나 오름이 대부분이었다. 할 일 많은 그로서는 제주올레가 부담스러운 일거리일 수밖에. 그런데도 그는 새로운 놀잇감을 찾아낸 소년처럼 눈을 반짝였다. 한결 마음이 놓였다.
  나중에 주변에 알아보았더니 그는 몇 년 전 공무원들이 ‘기피부서’로 여기는 생활환경과에 배치된 두 오직 쓰레기만을 붙들고 용맹정진해온 공무원이었다. 여러 차례 공동작업을 하는 사이에 친해진 그에게 참 대단하다고 칭찬했더니, 이제는 내가 고향 누님처럼 느껴지는지 제주어로 대답했다.
  “연구허멍 허당 보민 이 일도 잘도 재미져마씸. 아맹해도 해사 될 일 아니우꽈. 덕분에 서귀포 바당이 깨끗해지난 나도 막 지꺼져마씸(연구하면서 하다 보면 이일도 꽤 재미있답니다. 어쨌거나 해야 할 일 아닙니까. 덕분에 서귀포 바다가 깨끗해지니까 저도 굉장히 기뻐요).”

서명숙 이사장은 이처럼 1~2개월 단위로 잇달아 개장되는 올레 8개 코스 120여 km에 대해 코스개장 전과 매 구간별 사전 답사 후에 청소계획을 수립, 환경정비 및 폐기물 수거로 깔끔한 걷기코스를 제공한 서귀포시 청소행정 담당부서와 환경미화원들의 노고에 한껏 박수를 보냈다.

특히 청소인력이 턱없이 모자란 가운데서도 ‘제주 올레길’ 청소에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완벽하게 청소작업을 맡아준 데 대해 서명숙 이사장은 환경미화원들을 두고 ‘명품관리인’이라고 꼬리표를 붙였다.

▲ 제주올레 길 제4코스로 발굴된 대평리 해안 전경.  ⓒ제주의소리
# 환경미화원은 명품 관리인

  코스가 하나, 둘 늘어가면서 갈수록 높아지는 올레꾼의 눈높이에 맞추려다 보니 올레지기들은 원시상태에 더 가깝고 찻길과 부딪치지 않는 길을 자꾸만 욕심 내게 되었다. 이는 쓰레기를 치우는 생활환경과에서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강 계장은 얼굴 한 번 붉히지도, 짜증 한 번 내는 법이 없었다.
  그저 코스를 최대한 빨리 확정지어서 청소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달라고 읍소할 뿐. 그는 제주올레 홈피에도 직접 글을 올려서 ‘청소를 일차 하고 난 뒤에라도 걷다가 쓰레기가 많은 구간이 발견되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 고 올레꾼들에게 부탁했다. 피하고 싶은 일을 자청해가면서 하는 강 계장을 보면서 나는 공무원에 대한 오래된 편견을 털어냈다.
  한번은 그의 부탁으로 환경미화원 소양교육을 맡았다. 장학사와 교육공무원, 새마을부녀회, 지역발전협의회, 생활개선협의회 회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적은 있어도 환경미화원은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에게 올레는 일거리만 잔뜩 떠안기는 미운 시누이 아닌가.
  1백 명이 넘는 미화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교육관에 떨리는 마음으로 섰다. 미안하다고, 교육은 핑계일 뿐 오로지 감사인사를 전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딱딱하게 굳은 그들의 표정이 다소 풀리는 듯했다.
  그들에게 역설했다. 제주의 명품을 찾는 캠페인이 한창이지만 진정 최고의 명품은 제주 자연 그 자체라고. 오죽하면 세계유네스코위원회가 제주섬 전체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겠느냐고. 여러분이야말로 그 명품을 책임진 명품 관리인이라고. 흐뭇한 미소가 그들의 얼굴 위로 번져나갔다.

결국 서명숙 이사장은 ‘제주걷기 여행’을 통해 “쌩얼 미녀도 얼굴은 씻어야지~!”라는 말로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쓰레기 관리가 되지 않으면 그 가치가 빛바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서귀포시가 역점 추진하는 ‘친절하고 청결한 서귀포시 만들기’의 숨은 일꾼은 바로 이들 청소행정을 맡고 있는 공무원들과 환경미화원이라고 방점을 찍은 것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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