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취재] 국립제주박물관 ‘조선 궁(宮)’ 특별전가다60점 엄선, 광화문.경복궁 전각.영친왕 고국방문 사진 등

▲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모습 ⓒ제주의소리 /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제공
국립제주박물관이 올해 두 번째 특별전으로 마련한 ‘궁(宮)-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궁궐사진전’이 지난달 30일부터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다음달 23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사진전은 유례가 드문 ‘유리건판(琉璃乾板)’ 사진전이다.

일제가 훼손하기 전의 조선시대 궁궐모습을 담은 유리건판 사진들이 처음으로 제주를 찾은 것이다. 3일 개천절에 짬을 내어 국립제주박물관 기획전시실을 찾았다.

이번 전시회에는 1902년 일본인 세키노 타다시가 고적조사를 시작하고 1914년부터 1940년까지 본격적인 조사사업을 실시해 그 결과를 조선총독부에 사진과 함께 제출했던 사진들과, 토리이류조가 1911년부터 주로 인류학적 조사에 치중한 조선의 인물에 대한 방대한 사진자료를 총독부박물관에 남겼던 것들이다.

일제에 의해 남겨진 사진자료들이 조선총독부 박물관을 거쳐 오늘날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다. 모두 유리건판 사진으로 단일 컬렉션으로는 세계적 규모로 평가받는다. 일정한 시대와 지역에 대한 영상기록으로서도 방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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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 근정전 ⓒ제주의소리 /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제공
그러나 이 모든 사진들은 일제가 조선을 철저히 식민지로 바라본, 지배자의 시각에서 피지배자를 다룬 사진들이다. 따라서 이 사진들을 우리의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고, 한 장 한 장의 사진에 남겨진 기록과 역사를 해석해 낼 필요가 있다. 근대 한국문화를 해석해내는 중요한 사료(史料)로서 엄청난 가치를 갖는 사진들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궁궐사진은 약 60여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유리건판 사진 3만8000여장 중 궁궐사진은 800여점. 다시 엄선해 60여장을 제주에 초대했다.

궁궐은 국가의 상징이자 심장 같은 곳이다.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일제는 우선 궁궐을 철저히 파괴했다. 궁궐 전면부에 총독부 건물을 보란 듯이 지어 올린 것을 비롯해 명성황후를 시해했고, 그 현장인 건청궁을 철거해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박물관을 건립했다.

경복궁의 영제교나 광화문을 헐어 엉뚱한 곳으로 옮겨 놓기도 한다. 권위의 상징이었던 궁궐전각들을 헐어내는 것도 모자라 궁궐 전각 앞마당에 박석들을 걷어내고 갖가지 화초로 서양식 정원을 조성하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그밖에도 팔작지붕들이 줄이어 처마를 맞댔던 숱한 전각들이 일제에 의해 뜯기고 헐려졌다. 같은 시기 제주 목관아지가 훼철되고 제주읍성이 헐려 읍성 울타리에 쓰였던 돌들이 산지항 축항공사 용 건설자재로 바다에 묻히고 만다. 조선 역사의 철저한 파괴였다. 우여곡절로 남아있던 궁궐 건물들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다시 손상되고 파괴됐다.

▲ 1922년 영친왕(이왕세자)이 고국을 방문한 기념으로 인정전 앞에서 순종과 의친왕 등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 ⓒ제주의소리 /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제공
▲ 1922년 이왕세자 내외의 창덕궁 체류 때 후원 나들이를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 사진의 건물은 영화당이며 맨 앞부터 순정효황후, 이왕세자, 이방자, 덕혜옹주 등이 보인다. ⓒ제주의소리 /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제공
유리건판 사진으로 남아 당시 웅장했던 옛 조선궁궐을 볼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말해야 할지 혼돈스럽다. 분명한 것은 이제 빼앗겨서는 안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선명하게 각인되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근대 한국문화.역사에 대한 무수한 정보들이 이 사진들 속에 배어 있다.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관람도중 유독 시선을 붙잡는 사진 두 장과 만났다. ‘NO無 1021-13’과 ‘NO無 1021-1’이란 분류번호가 선명한 이 사진은 이왕세자(영친왕)가 1922년 고국방문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다. 영친왕 일행이 일본 동경으로 돌아가기 전 어느 날 경복궁 인정전 앞에서 기념 촬영한 사진이다.

단체사진 맨 앞줄에는 중앙에서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당시 순종과 이왕세자, 의친왕, 사이토 총독, 정무총감이 앉아 있고, 다시 중앙에서 왼쪽 방향으로 순종효황후, 이방자 여사, 의친왕비, 사이토총독 부인, 정무총감 부인이 서열에 따라 앉았다. 뚫어져라 사진을 바라보다 서글픔이 울컥거렸다. 기세등등 서있는 당시 일본인들 모습에서 백성들이 느꼈을 패망의 쓰라림이 얼마나 컸을까!

이번 전시는 우리가 망각하고 잃어버렸던 과거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 근래 보기 드문 역사기록전이 되고 있다. 조선궁궐이 일제에 의해 유린되어 우리의 문화유산 가운데에서도 파괴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에 이번 유리건판 사진이야 말로 역사적 고증의 가장 정확한 사료이자, 또한 아름다운 우리 궁궐의 가장 훌륭한 전달자가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건춘문과 중학천 ⓒ제주의소리 /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제공
▲ 경희궁 정문 흥화문 ⓒ제주의소리 /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제공
▲ 경희궁 숭정전 돌계단 소맷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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