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경의 일본야구 A to Z] 일본 최고 술자리 안주

베이징올림픽 때 자신들의 ‘자존심’인 일본야구가 한국과 미국에 잇따라 패하고, 노메달에 그치자 일본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호시노 감독은 거의 죄인이 되다시피 했고, 일본 여론은 충격에 빠져나오질 못했고, 언론은 연일 원인과 대책마련에 지면 대부분을 할애했습니다. 일본야구를 알아야만 일본을 안다고 할 정도로 야구는 유도와 스모를 넘어 일본인 생활 깊숙이 뿌리 내려 있습니다. <제주의소리>가 일본야구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난 3월부터 우리나라 현대사의 또 하나의 아픔인 ‘밀항(密航)’ 이야기를 역사 전면에 끌어올리는 작업을 해오고 계신 제주출신 신재경(53) 교수께서 이번에는 일본야구 이야기를 통해 일본을 우리들에게 전해줍니다. 많은 관심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1, 야구 대국 일본

한국사람 셋만 모이면 정치 이야기를, 한국남자 셋만 모이면 군대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일본은 세 사람만 모이면 야구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에서 살려면 자기가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이 필히 있어야 되고, 또 유명선수 몇몇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사람들과 만났을 때, 화젯거리가 없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화젯거리로는 야구 이야기가 제일 많다.

일본에서는 월드컵축구와 같은 뜨거운 경기가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시합은 월드컵축구 수준으로 온 국민시선이 집중돼 있다. 월드컵 축구는 온 나라가 자기나라 한 팀만 응원하지만, 일본 프로야구는 12개팀으로 나눠 응원하기 때문에 강렬하게 보이질 않는 것뿐이다.

실제 오사카를 홈으로 하는 한신타이거스가 우승을 하면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쏘다녀 경찰이 동원이 되고, 다치는 사람이 나오고, 심지어는 죽는 사람들까지 있다. 야구 우승했다고 부상자, 사망자가 나오는 나라는 일본 이외에 다른 나라에 있을까? 이처럼 일본사람들은 미국사람들 보다 더 야구에 열광한다.

브라질이 축구에 열광 하지만 축구 원산은 브라질이 아니다. 일본이 야구에 열광 하지만 야구 원산은 일본이 아닌 미국이다.

스포츠뉴스 첫 번째는 어느 방송을 막론하고 프로야구부터다. 프로야구가 모든 스포츠의 제일 위인 것을 말해준다.

최근 들어 일본 프로야구 몇몇 선수들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에 진출했다. 이것을 계기로 미국 프로야구에도 일본사람들의 열광이 번지고 있다. 일본 NHK 등의 위성방송에서 미국 메이저 리그를 생중계를 해주고 있으며, 스포츠뉴스에 꼭 미국 프로야구 뉴스를 전하고 있다.

일본의 스포츠는 ‘유도’도 아니요, ‘스모’도 아닌 ‘야구’다.

2, 일본 프로야구 리그

일본 프로야구는 12개 구단이 있다. 12개 구단은 두 개 리그에 소속 돼 있다. 한 개 리그에 6개 구단이 소속 돼 있다.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다.

센트럴리그에는, 요미우리 교진(巨人), 한신(阪神), 쥬니치(中日), 야쿠르트, 요코하마(橫浜), 히로시마(廣島) 6개 구단이다. 퍼시픽리그에는, 소프트 뱅크, 세이브(西武), 니혼 햄, 롯데, 라쿠텐(樂天), 오릭스 6개 구단이다.

경기방식은 1개 팀이 리그내의 5개 팀과 24번 시합을 벌여 리그에서 120 시합, 또 교류시합으로 센트럴리그 팀은 퍼시픽리그 6개 팀과 4번씩 시합해 24경기, 총 144 경기를 한다. (2007년 기준)

각 리그의 우승 팀이 리그 우승팀이 되지만, 리그 우승팀이 '일본 시리즈'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 리그의 '클라이막스 시리즈' 승자가 '일본 시리즈'에 진출, 7전 4승으로 그 해 일본 프로야구 ‘넘버 원' 이 된다.

'클라이막스 시리즈' 는 리그전이 끝난 후, 리그 3위와 2위가 3전 2승제로 한판 승부를 벌인 후, 승자가 리그 1위와 5전 3승제로 또 한판을 벌인다. 이렇게 해서 리그의 '클라이막스 시리즈' 승자가 '일본 시리즈'에 진출 할 수 있는 것이다.

'클라이막스 시리즈' 는 퍼시픽리그는 2004년부터 시행했지만, 센트럴리그는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클라이막스 시리즈는 프로야구 흥행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클라이막스 시리즈' 가 도입되기 전에는 리그우승팀이 결정이 되고나면 나머지 시합은 김빠진 시합이 되고, 나머지 일정은 정해진 시합수를 때려 맞추는 소화시합으로 전락한다. 선수도 팬들도 맥이 빠지고, 야구장에는 파리가 날린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된 후 리그 3위에만 들어가면, 클라이막스 시리즈에 나갈 수 있고, 또 잘 되면 일본 시리즈에 진출해 그 해 '일본 프로야구 넘버 원'이 될 수도 있는 것도 꿈으로 끝날 수 없는 것이다.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의 가장 큰 차이는 투수에 있다. 퍼시픽리그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가지 않고 지명타자가 타석에 들어간다. 센트럴리그는 지명타자제도 없어 투수가 타석에 들어간다. 투수는 타격에는 약하다. 그래도 타석에 들어가야만 한다.

재미있는 것은 공격 중에 가장 중요한 때 투수 순번이 잘 돌아온다. 그때 잘 던지던 투수를 그대로 타석에 서게 할 건지, 아니면 일단 대타를 내 보내 치게 한 후 투수를 바꿀 것인지, 감독도 쩔쩔 맬 때가 왕왕 있다. 이때 관객들은 자기가 마치 감독이 된 양, 자기 머릿속에서 상상하면서 관전하게 된다. 이럴 때 투수 교체를 전제로 한 대타 기용의 성공과 실패, 또 잘 던지는 투수를 그대로 써서 시합을 건지고 버리는, 종이 한 장 차이에 감독이 하늘을 오르기도 하고, 땅에 떨어지기도 한다.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 교류전, 또 일본 시리즈에서 투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홈팀 규정에 따른다. 즉 센트럴리그 팀 구장에서 시합을 하면 센트럴리그 규정대로 투수가 타석에 들어가야 되고, 퍼시픽리그 팀 구장에서 경기를 하면, 투수는 타석에 들어가지 않고 지명타자가 들어간다.

퍼시픽리그는 선발 투수 예고제를 실시하고 있다. 내일 던지는 선발투수는 '누구' 하면서 발표하는 것이다. 관객을 더 부르겠다는 의도이지만, 이 예고제로 시합 당 얼마나 많은 관객이 늘었는지는 모르겠다.

‘실력의 퍼시픽리그’, ‘인기의 센트럴리그’ 라는 말이 있다.

센트럴리그는 인기가 있다. 그래서 많은 관객이 야구장으로 입장할 뿐 아니라, TV 방영권도 비싸다. 그래서 센트럴리그 각 구단은 돈이 많다. 많은 돈으로 유명선수를 데려 올 수 있다. 돈과 유명선수 또 인기의 선순환이 센트럴리그다. 그것뿐 아니다. 각 소속된 선수들의 평균 연봉도 센트럴리그가 높다. <제주의소리>

<신재경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신재경 교수의 '일본야구 A to Z' 중 오늘 첫 연재된 '야구 대국 일본' 등은 <제주의소리>를 통해 한번 기사화된 내용입니다. 하지만 연재 차원에서 다시 한 번 실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 신재경 교수 ⓒ 제주의소리
1955년 제주시에서 출생했다. 제주북초등학교,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 한양공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한일방직 인천공장에서 5년간 엔지니어를 한 후 1985년 일본 국비장학생으로 渡日해 龍谷大學대학원에서 석사·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京都經濟短期大學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京都創成大學 經營情報學部 교수로 있다. 전공은 경영정보론이며, 오사까 쯔루하시(鶴橋)에 산다.  jejudo@nif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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