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표의 제주사랑] 행복은 풍요로운 삶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이 문제다.
나 자신도 그러려니와 우리들 모두가 사랑에 소홀하다.
아니 사랑에 굶주렸는지도 모르겠다.
至難했던 20C 우리 역사가 사랑을 앗아 가버렸다.
처절한 생존과 죽음을 넘나드는 선택의 강요만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사랑이 꽃피울 수가 없었던 거다.

내가 살기위해 남의 불행과 죽음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내가 살기위해 남을 죽여야 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相生과 和合의 논리에 도저히 익숙치가 못하다.
지는 것이 죽음이라 생각해서일까…

이념 창조의 당위성은 너도나도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한다.
보수 우익과 진보 좌파의 갈등도 따지고 보면 과정일 뿐인데…
그러니 'old left'와 'new right'라는 희한한 思潮도 등장한다.
그렇게도 이념에 목매는 이유가 뭘까?
사랑이 부족해서이다.

모두를 아우르는 아량은 우리에게 없는 것일까?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마음은 우리 인간에게 너무 벅찬 것일까?
나의 것을 남과 함께 나누는 정은 과연 손해 보는 삶일까?
크게 멀리 보는 혜안은 先知者에게만 가능한 것일까?
이 모든 것은 사랑이 결핍해서이다.

그래서 한 해가 가는 마당에,
새로운 한 해가 오는 마당에,
우리 2005년의 話頭는 '사랑'으로 삼읍시다.

左右간 이념의 대립도 잠시 멈추고,
개발과 보존의 손익도 따지지 말고,
성장과 분배의 당위성을 논하지 말고,
한 호흡을 멈추고,
잠시 잃어버렸던 '사랑'을 가슴 속에 품고, 이내 뿜어봅시다.

이긴 자는 진 자의 손을 꼭 잡아줍시다.
패자는 승자에게 박수도 쳐주십시다.
세상 이치가 승리가 있으면 패배도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그 반대의 경우도 반드시 생길 것이구요.

그러기에 승자는 패자의 손을 잡고 함께 가야합니다.
혼자만 누리는 성취감은 수명이 오래지 않아요.
또 이기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역사에서 배웁니다만 늘 함께 할 경우에만 새로운 미래가 열립니다.
서로 토론하다가도 양심과 정의의 결론엔 승복하며,
시행착오를 겪으면 잘못을 시인하고,
상대를 너그러이 사랑하는 마음을 가집시다.

한 해 정도는 우리 마음에 아무 생각 없이 '사랑'이라는 단어만 생각해봅시다.

우선 나를 사랑하고,
남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품은 채 내리는 결정은 결코 고독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픔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서민에게 힘든 이 어려운 시기에 철모르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한 해 정도는 '사랑'만 생각하며 우리네 인생을 살찌워봅시다.
행복은 풍요로운 삶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땀 흘리는 노동의 즐거움에서도,
부모님의 주름을 바라보는 속에서도,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속에서도,
직장동료와 나누는 소주 한 잔 속에서도,
자선남비와 불전함에 500원 동전을 넣는 속에서도,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사랑'에서 옵니다.
하여, 2005년 한 해 만큼은
우리 가슴 속에 숨겨왔던 '사랑'을 꺼내,
'사랑'만으로 살아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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