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JDC 구조조정 ‘자르기’가 능사 아니다

공기업 구조조정이 ‘사람 자르기’로 흐르고 있다. 여론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자 청와대가 나서 “인력감축이 목적이 아니다”라고 긴급히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공기업이 느끼는 반응은 ‘글쎄요!’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9일 브리핑을 통해 “공기업 개혁의 방점은 효율성에 있는 것이지, 단순히 인력을 감축하는 게 아니라”라고 말했다. 그는 “쉽게 말하면 세 명이 할 수 있는 일을 다섯 명이 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기본적으로 10%니, 15%니 하는 목표는 일종의 잠정적 목표치 일 뿐,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 15%가 될 수도 있고 8%도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 해명이 일제히 비중 있게 보도되기는 했지만 각 부처가 산하 공기업에 제출할 것을 지시한 ‘경영효율화 추진계획’과 ‘이사장 경영계획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이미 공기업에서는 “최소한 10%는 줄이겠다는 경영효율화 계획을 내 놓아야지 그렇지 않고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5% 감축계획을 내 놓은 농촌공사에 대해 구조조정의 ‘모범적인 모델’로 치켜세워 모범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변인이 대통령 뜻이 와전됐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자리를 제대로 보전하려면, 어쩌면 농촌공사가 내 놓은 그 이상 직원 목을 잘라야 하는 게 기관장의 생존목표가 됐다.

그렇지 않고선 기관장 자리가 위태위태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1차적으로 공기업 경영효율화 추진실적을 평가하고, 2차로 기관장에 대한 ‘이사장 경영 계획서’에 대한 평가를 하겠다고 밝힌 점은 다분히 겁주기 용으로 해석된다. 기관장을 4등급(우수-보통-미흡-부진)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는 데 어느 기관장이 감히 10% 이하 구조조정 계획을 내 놓을 수 있겠는가?

정부가 말하는 공기업 구조조정은 옳다. 굳이 ‘신(神)이 내린 직장’, ‘철밥통’이라는 공기업에 대한 세간의 비판이 아니더라도,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오래전부터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된 사안이다. 공기업 특성상 땅 짚고 헤엄치는 독점적 사업에서 쉽게 벌어들인 돈을, 마치 공기업이 아주 열심히 해서 벌어들인양 펑펑 쓰는 그들의 행태에 이미 국민들은 레드카드를 꺼내든 지 오래다. 공기업 개혁은 오히려 만시지탄이다. 경영합리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는 정부 인식에 동의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지금처럼 일률적으로 몇 %를 자르라는 ‘조자룡 헌 칼 쓰 듯’ 마구 휘둘러서는 안된다. 가뜩이나 청년실업이 가중되고, 민간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올 판에 공기업마저 거리로 내모는 것은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훼손한다.

구조조정은 해당 공기업 특성에 맞춰야 한다. 농촌공사가 15%를 감원한다고 해서 ‘잘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너무 단세포적이다. 15%가 왜 모범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20%를 감원하더라고 부족한 경우가 있고, 감원이 아니라 오히려 더 충원해야 할 수도 있는 게 공기업이다. 효율성이나 생산성이다. 공기업별 효율성과 생산성이 맞춰 구조조정이 이뤄져야지 무 자르듯 10% 뚝딱 이건 아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만 해도 그렇다. 올해로 100년째를 맞는 농촌공사와 이제 창립 6년째로 겨우 걸음마를 걷는 JDC는 다르다. 전 임직원 해 봐야 257명인 JDC와 몇 만명이 대형 공기업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국가사업인 영어교육도시와 첨단과학단지, 휴양형주거단지 등 지금까지 준비해 온 프로젝트가 내년에 본격화 될 JDC는 구조조정은커녕 오히려 신규사업을 위해 충원해야 할 판이다. 그럴 판에 10%를 줄이라니. 대통령 한 마디에 똥오줌 가리지 않고 자른다면 이 대통령이 말하는 ‘일’은 누가 할 것인가.

정부의 입 맛에 따라 잘려 나가는 10%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실업 문제는 누가 해결할 것인가. 이렇다 할 대기업이 하나 없는 현실에서 차(자치단체 구조조정)떼고 포(JDC 구조조정)떼고 나면 일자리는 누가 만들 것인가. 이들 모두 거리로 내몰고 난 후 공기업 경영효율화가 높아지면 그게 무슨 의미인가?

자르지 않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공기업 노사 모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감원대신 불요불급한 경상경비를 줄이고, 내가 될지, 아니면 누군지 모를 ‘10%’의 그들을 위해 기꺼이 임금을 인하할 수도 있어야 한다.

지금 받고 있는 임금 10%만 줄인다면 모두가 함께 갈 수 있게 된다. 여기에다 줄어든 경상경비 몫으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면 그게 공기업에 주어진 경영효율성일 것이다. 여기엔 JDC도 예외가 아니다.

자르고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내년 예산을 늘려 잡는 것도 경제위기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때문이 아닌가. 경제위기에 맞는 새로운 경영효율성을 찾아야 한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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