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경의 일본야구 A to Z] 일본 야구 聖地 ‘고시엔’

▲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 고시엔대회에 참가하는 자체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다. 사진출처=일본 불로그
# 일본 야구 聖地 고시엔(甲子園)

‘고시엔(甲子園) 야구장을 ’야구의 성지(聖地)‘라고 부른다.

일본 사람들은 야구와 관계가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야구와 관계없는 사람들 까지도 ‘고시엔’이란 단어에 이상한 감정이 우러나온다.

‘고시엔(甲子園)’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고등학교 야구이다.

일본의 고교 야구 전국대회는 봄과 여름, 두 번밖에 없다. 그 두 번의 본선 경기 야구장이, 한 많고 눈물 많고 사연 많은 고시엔(甲子園) 야구장이다.

치열하고 땀나고 피나는 지방 예선을 우승한 학교만이 고시엔에 설수 있다.

지방예선에서 우승해 고시엔에 간다면 야구선수는 말 할 필요도 없고, 그 학교 일반 학생들은 물론이요, 졸업한 선배들, 그 학교가 있는 동내는 며칠간 축제 분위기가 된다. 동내 여기저기에 ‘우리 동내 어느 고교 고시엔 출전’이라는 현수막이 수도 없고, 심지어 그 동내를 달리는 택시들도 「우리 동내 고교 고시엔 출전‘이라는 큼지막한 표어를 윈도우에 부치고 운행한다.

'가문의 영광이 아닌, 동내의 영광, 학교의 영광' 이다. 그저 고시엔에 간다는 그것만으로. 그 학교가 고시엔에서 경기가 있는 날은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학생과 선배들, 지역주민들을 고시엔으로 데려간다. 고시엔에서 가까운 곳이라면 전세버스 몇 시간으로 동원이 가능하지만, 먼 곳은 밤을 세운 전세 야간버스로 이동하고, 더 먼 곳은 배(선박)를 이용하면서 그 많은 관계자들을 고시엔으로 이동 시킨다. 학생과 선배들 동내사람들까지 합친 그 많은 사람들 동원하려면 몇 대의 대절버스로는 어림도 없고, 수 십대 버스가 줄을 서야 한다.

몇 년 전 교토(京都)의 대표로 미네야마(峰山)고교가 고시엔에 진출 했다.

미네야마 고교가 있는 동네는 교토후(京都府)에서도 아주 시골이고, 고시엔까지는 버스로 4∼5시간(왕복 8∼10시간)은 이동을 해야 되는 그런 곳이다. 고시엔에서 경기가 있는 날 TV방송이 그 동네에 남은 사람들을 취재했다. 젊은 사람은 거의 없고, 할아버지도 거의 없다. 할아버지들도 소실적에는 야구에 관심이 많았을 터이다. 야구에 관심이 없는 할머니들만 동네에 남아 있었다. 그 할머니들도 모여서 야구 중계 TV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들도 그 유명한 고시엔에 가고 싶었지만, 집안 서열에 밀려서 못가고 모여서 TV중계로 마음을 달랜 것이다.

   
그러면 그 비용은 어떤가? 걱정 할 필요가 없다. 기부금이 산처럼 모인다.

모인 기부금이 쓰다 남아서, 남은 돈은 앞으로 야구부 육성 지원금으로 쓰겠다는 통지 종이장 하나로 끝난다. 동네에 있는 내로라하는 기업들, 선배들, 이때 돈 제대로 기부하지 않았다가는 동네에서 동창회에서 왕따 당하고 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은 고시엔서 경기가 있을 때까지는 '하느님'처럼 모셔진다. 본선에서 한 경기라도 이겨서 조금 이라도 더 고시엔에 남게 된다면, 남아있는 시간은 계속 '하느님' 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더 높은 하느님이 된다.

그럼 그 학교 야구 감독은 어떨까? '하느님의 선생님' 이다. 고시엔 진출 감독에게는 '고시엔 감독' 이라는 칭호가 붙고, 감독과 야구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고시엔 감독' 은 항상 윗자리다.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고시엔 승리 감독' 이라는 말이 있다. 고시엔에서 한번이라도 승리를 한 감독에게는 죽을 때까지 '고시엔 승리 감독' 이란 훈장이 달리게 된다.

지방예선을 돌파해서 고시엔에 가는 감독에게 TV 인터뷰를 한다. 감독이 말하는 첫소리가 '우선 고시엔 1승' 라는 말을 한다. 진출한 팀 중 절반은 초전에서 패배하고 만다. 그러나 1승이라도 올렸을 때는 감독에게 더 높은 명예와 훈장이 붙는다.

선수 부모들은 어떤가?

이것이야 말로 '가문의 영광' 이다. 당분간 아들 고시엔에 출전하는 것 때문에 바빠진다.

버스 수십대를 동원해서 고시엔으로 갈 때, 학교에서는 부모들을 각 버스로 분산 시킨다. 이러다가 우리 아들이 경기에서 혁혁한 전과를 세우고 이기는 날에는 그야말로 '하느님의 아버지 어머니' 가 되는 그 순간이다. 내 아들이 고시엔 마당에서 전과를 세우고 팀이 승리를 한다면 '하느님 부모' 로 승천하는 날이다.

이렇게 고시엔에 진출해서 온 동내가 잔치분위기를 만들지만, 올라간 팀 중에 최후로 웃는 팀은, 우승 팀 오직 1개팀 만이다. 패배해서 돌아오는 그 순간부터, 동네 잔치는 끝나고, 선수는 일개의 고교야구 선수, 한명의 고등학생이 되지만, 고시엔이라는 ‘평생 훈장’은 죽을 때까지 붙어 다니며 ‘평생 유명인’이 된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는 전체 약 7백명. 그러나 고시엔에 출전했던 선수는 약 반수정도다. 나머지는 지방 예선 때 패배한 게 된다. 프로야구 세계에서도, 선수를 소개할 때 고시엔에 출전한 선수에게는, ‘몇 년도 고시엔 출전’ 이라는 계급장이 붙여진다.

# 고시엔에 가기까지

일본 사람들은, 고등학교 때 야구를 했고 또 명예롭게 고시엔(甲子園)까지 출전했다는 사람에게는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어른이 된 후에도 “나는 고시엔까지 갔다왔다” 라는 것 하나만으로 조그마한 유명인 된다. 동네에서도 ‘고시엔에 갔다 온 사람’으로 다들 알고, 그 집 앞을 지나가게 되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고, 그 사람이 보이면 먼저 인사를 하게 된다, 또 술자리에서는 그 사람은 어느덧 술자리 중심 된다. 어쩌면 그 사람은 고시엔때문에 항상 주목 받게 돼 더 불편한 생활이 될 런지도 모른다.

▲ 고시엔에 출전하는 그 자체만으로 선수들은 거의 '하느님' 대접은 받는다고 한다.
그러면 고시엔에 갈려면 어떤 길을 걸어야 갈수 있는 걸까?

2007년 일본 전국 고등학교수는 약 5천3백개가 있다. 이 중에서 여자고등학교는 약 380개. 또 남학생만 재학하고 있는 남자고등학교는 약 160개 학교,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남녀공학이인 학교가 4800개나 된다. 야구부가 있을 수 있는 남녀공학 및 남자고등학교는 약 4900개 고교이다.(일본 문부과학성 자료에서)

이 중에서 고등학교 야구팀은 일본 전국에 약 4천여개의 팀이 있다.(2008년 여름대회에 참가 팀은 4081개교) 물론 1개교 1개팀이다. 4900개 고등학교 중에서 약 4000 학교에 야구부가 있다는 것이다. 이 숫자를 보면, 일본의 國技(나라의 스포츠)는 야구이다. 일본사회에서도 國技를 일본 스모라고 하는 사람, 또 유도라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일본 國技 는 ‘야구’라고 말할 수 있는 통계 숫자다. 스모부 유도부가 있는 고등학교수는 일본에서 얼마나 될까? 야구부의 몇 분의 1도 않된다. 그것뿐인가. TV스포츠 뉴스에서는 야구에 관한 기사가 전체시간의 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명실상부 일본 국기는 야구다.

고등학교 야구 전국대회는 1년에 봄과 여름 두 번 있다.

여름대회가 더 재미있다. 여름대회는 불더위 8월에 열린다. 정식 명칭은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 아사히(朝日) 신문사와 일본고등학교야구연맹이 공동 주최한다.

그 더우디 더운 7월부터 각 현(懸) 별로 지방예선을 거쳐 우승한 팀만이 성지(聖地) 고시엔에서 열리는 본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4천여개 팀중에서 고시엔에 갈수 있는 팀은 49개 팀 뿐이다. 지방의 각 현에서 1개팀씩이면 47개 팀이지만, 고등학교가 많은 東京과 北海道는 2개교가 출전해 모두 49개팀이다.

약 100개 팀에서 1개팀이 나간다는 계산이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난다. 200개 학교가 넘어야 2개팀을 본선에 올린다는 것이다. 250개 학교가 넘는 東京과 北海道는 2개팀이 되지만 150개 학교가 있는 지방은 1개팀만 출전하게 된다. 그래서 매우 좁은 문이 되고 만다. 그러나 지방에 따라서는 50개이하의 학교가 있다. 이런 지방도 1개팀이 출전하게 된다. 학교수가 적은 지방은 고시엔에 출전 할 수 있는 아주 넓은 문이 열려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움직인다. 그저 고시엔에 출전하고 싶다는 일념때문에 가족과 부모를 이별하고 ‘야구 유학’을 한다. 고교가 많은 지방에서 적은 지방으로, 또 강호가 많은 지방에서 적은 지방으로 고등학교때부터 유학을 간다, 이런 야구유학생들 때문에 울고 웃는 문제들이 일어난다.

봄 대화는 명칭이 ‘선발고등학교야구대회’다. 마이니찌(每日) 신문사와 일본고등학교야구연맹이 공동 주최한다. 일본고등학교야구연맹 은 봄 여름 대회를 개최에 당연히 들어가지만, 신문사가 틀리다. 봄대회는 마이니찌, 여름대회는 아사히신문사다.

봄 대회 특징은 지방예선에서 토너멘트로 올라온 팀이 아니라, 일본을 10개지역으로 나눠 지역대회 성적에 따라서, 본선에 올라 갈 수 있는 팀을 선발한다. 고교야구연맹의 간부들이 모여 출전팀을 선발한다. 그래서 '선발대회'다. 또 출전교는 32개 학교이다. 여름대회처럼, 지역 예선에서 1등 한 학교가 출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지역대회 성적을 토대로, 지방 분포 등 이것 저것 보고 출전교를 선발한다.

그래서 가끔 고개가 갸우뚱하는 선발이 이뤄져 물의를 빚는 경우도 왕왕 있다.

▲ 패배한 선수들은 고시엔 대회장 흙은 손으로 파서 학교 화단이 뿌린다. 이런 흙이 한해만 트럭 2대분이 없어진다고 한다. 사진출처=아사히신문 홈페이지.
또 다른 특징은 3월말에 열린다. 일본은 4월1일이 신학기이다. 3학년이 졸업식을 마친 후 고시엔 대회가 열려, 1학년 2학년 학생들만 가지고 고시엔 대회를 하는 것이다.

봄 대회에 출전을 해도 여름 대회와 다름없는 고시엔 출전 선수가 된다. 본선 고시엔에 출전한 팀도 최후에 웃는 팀은 우승한 1개팀이다. 패배한 팀 선수들은 고시엔 흙을 손으로 파서 가져온다. 그 흙을 가기 학교에 가지고 와서 학교 화단에 뿌린 후, 그 화단에는 ‘몇 년도 고시엔에서 가져온 흙이 있는 화단’이라는 명예로운 간판까지 붙인다. 이 학생들이 가져가는 흙이 대회 한번을 하는데 트럭 2대분이라고 한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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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경 교수 ⓒ 제주의소리
1955년 제주시에서 출생했다. 제주북초등학교,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 한양공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한일방직 인천공장에서 5년간 엔지니어를 한 후 1985년 일본 국비장학생으로 渡日해 龍谷大學대학원에서 석사·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京都經濟短期大學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京都創成大學 經營情報學部 교수로 있다. 전공은 경영정보론이며, 오사까 쯔루하시(鶴橋)에 산다.  jejudo@nif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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