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경의 일본야구 A to Z] 본선진출 기부금이 몇억엔

고시엔 대회는 봄 고시엔 대회보다 여름 고시엔 대회가 더 볼만하다.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 흥미진진한 지역예선을 치러야 한다. 더워지는 7월부터 일본의 각 현(한국의 道에 해당)에서 예선전이 치러진다. 이 지방 예선에서 우승을 해야만 본선에 간다.

여름 대회에서, 지방대회에서는 오사카(大阪府) 인 경우 약 200여교가 출전한다. 토너먼트로 7회전에서 우승해야 갑자원(甲子園) 본선에 나간다. 토너먼트 단판승부이기 때문에 실력 있는 야구명문교가 어디 이름도 없는 학교에게 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승을 해서 본선에 진출이 가능해진 순간, 선수 감독은 물론이요, 응원에 나선 학생들까지 눈물바다다. 또 결승까지 진출해서 아깝게 진출을 놓친 선수들의 그 눈물이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뜨겁고 안타깝다.

지방대회지만 준준결승부터는 TV 생중계까지 해주니 지방대회가 아니라 전국 큰 대회 본선을 방불케 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이 있는 곳은 교토(京都)부 이다. 교토도 오사카와 마찬가지로 고교야구 격전지역이다. 이곳도 2백여 고교팀들이 예선에 나선다. 그 중에는 클럽활동 수준의 팀들도 있지만, 죽기 아니면 살기로 야구만 하는 팀들도 있다. 현 대회의 16강쯤에 들어가는 고교들은 야구의 명문교다. 4강쯤에 들어가는 학교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의 명문교다. 4강쯤에 들어가는 고교에서 야구를 해야 1년에 봄 여름 2번, 3년간에 어쩌다가 운이 좋으면 한번쯤 고시엔에 갈수 있을까 말까하는 희망이 보인다. 3년에 2번 이상 고시엔 본선에 진출을 한 학교는 몇 년간 야구 전국구가 된다.

갑자원 야구 기간에는 일본전국이 갑자원 야구를 위해서 있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전국의 관심이 모아진다. ‘저 할머니까지도?’ 할 정도로 야구와는 관계없어 보이는 사람까지도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곤 한다

본선 경기에서 이기면 이긴 학교 교가가 경기장에서 불려지고, 교가 열창은 TV로 일본 전국에 중계된다. 자막으로 교가 가사까지 나오게 돼 고등학교수준으론 천하의 명예다. 패배한 학교는 패배의 눈물을 흘리면서 갑자원 흙을 미리 준비한 주머니에 손으로 파서 넣고 간다. 이 흙을 가져가서 갑자원 흙이라고 학교에서는 학교의 보물인 교보(校寶)가 되고, 매년 파서 가져가는 흙 양이 트럭으로 2대분 이라고 한다. 갑자원에 나올 때에 질 것을 각오한 것처럼 주머니는 잘들 준비하고 온다.

경기는 단판승부인 토너먼트식이기 때문에 볼만하다. 프로 야구에서 볼 수 없는 죽기 아니면 살기의 플레이가 있다. 어린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생각지도 않은 에러를 범하기도 하고, 그 에러 때문에 시합이 뒤집히는 경우도 왕왕 본다. 9회에 지고 있는 팀의 마지막 공격에서 아웃 된 마지막 타자는 거의 가 땅에 머리를 박고 원통해서 울고 만다.

경기에서 1회전부터 제일 좋은 주력 투수가 던지게 마련이다. 1회전 2회전 때에는 이기고 나서도 다음 시합까지 충분한 휴식기간이 있어서 괜찮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시합 간격 날짜가 짧기 때문에 주력투수는 혹사당하게 된다. 어제 연장전까지 힘들게 던진 투수가 오늘시합에도 선전하는 것을 보면 승부에 관계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볼을 잡는 손가락 힘이 다 빠져도 기력으로 던졌다고 말하곤 한다. 이런 혹사 때문에 투수 생명이 단축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결승전이나 준결승까지 올라간 팀 투수는 혹사당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하고도 프로에서 잘 던지는 투수도 있지만, 고등학교에서 선수생명이 끝나는 투수도 많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의 고등학교가 그 어려운 지방예선에서 1등을 하고 고시엔에 진출을 하는구나!’ 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기부금 통지' 가 날아온다. 잘 했다고 박수를 쳐야 할지, 돈 받아갈 일 만들었다고 성질을 내야 할지, “기부금이야 안내면 그만 아니냐”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분위가 그렇지 않다. 다들 내는데 내 혼자서만 빠질 수가 없다.

기부금도 상당액수가 들어온단다. 학교 경리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졸업생이 적은 역사가 오래지 않은 고교에서 일본돈 몇 천만엔 정도, 졸업생이 많은 역사가 있는 고교는 억단위 기부금이 모인단다. 이 돈을 가지고 응원에 들어간다. 학교 관계자 말에 따르면, 고시엔 본선에는 올라가고, 본선 1차전에서 져 주는 게 학교 경리에는 ‘최고 효자’란다. 계속 이겨서 올라가면 한번 응원에 동원시킬 때마다 일본돈 천만엔 단위 돈이 들어간다. 고시엔에 올라가면 그 학교는 전국구 야구명문교가 된다. 전 경기가 일본 전국으로 TV 방영되고, 야구 경기만이 아니라 학교 소개도 같이 방영되기 때문에 학교 선전효과에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1차전에서 깨져 버리면 전국방송을 한번만 타지만 계속 이기고 올라가면 이긴 숫자만큼 선전효과가 있다. 이쯤 되면 경리담당자는 울상이다.

학교 효과도 대단하다. 우선 입학을 하려는 수험생이 몰린다. 전국 야구 명문교가 되었으니 야구를 하려는 수험생들이 전국에서 몰려온다. 야구와는 무관한 일반 수험생들도 늘어난다. 최소한 몇 백명 정도 수험생이 증가한다.

1학년 정원 300명 정도인 학교가 고시엔 덕으로 수백명의 수험생이 덤으로 늘어난다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이 효과는 몇 년간 지속된다. 그러니 학교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은 고시엔에 올라가 주길 바란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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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경 교수 ⓒ 제주의소리
1955년 제주시에서 출생했다. 제주북초등학교,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 한양공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한일방직 인천공장에서 5년간 엔지니어를 한 후 1985년 일본 국비장학생으로 渡日해 龍谷大學대학원에서 석사·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京都經濟短期大學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京都創成大學 經營情報學部 교수로 있다. 전공은 경영정보론이며, 오사까 쯔루하시(鶴橋)에 산다.  jejudo@nif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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