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경의 일본야구 A to Z] 고교 야구 장학생

일본 고교야구에서는 한국에서 보면 이해하기가 곤란한 점이 있다.

야구 장학생 문제이다. 야구를 잘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장학생이라 부르지 않고, 특대생(特待生) 이라고 부름)

저 학생은 야구를 잘해서 우리학교로 데려오고 싶은데, 데려 오려면 등록금 면제 등 특전이 있어야 그 학생이 우리학교로 온다. 등록금 면제 등의 제도도 장학금에 포함돼 그런 제도를 쓰지 말라는 것이다. 이 제도는 대학도 마찬가지다.

만약, 야구선수가 공부를 잘해서 공부로 받는 장학금은 괜찮지만, 야구만 잘해서 받는 이른바 ‘야구 장학금’은 인정하지 않는다.

왜 이럴까?

고교·대학야구에서는 '일본학생야구헌장'이라는 독특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그 규정 속에, '우리는 야구를 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먼저 학생이다. 학생이라는 것 을 잊어서는 야구도 할 수 없다'는 전문(前文)이 있고, '학생이기에 돈을 받거나, 프로야구 관계자와 만나면 안된다'라는 제한도 두고 있다. 그래서 야구를 통해서 돈을 받으면 안되고, 학교에서 지급하는 장학금도 받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스포츠는 어떨까?

다른 스포츠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은, 야구부도 있고 배구부도 있고 다른 스포츠부도 있으며, 입학시험

판정회의에서 장학생을 선정한다. 나도 그 회의에 참석한다. 다른 스포츠의 학생들은 장학생으로 선정돼 등록금이 면제되고 있으나, 유독 야구부 학생만은 등록금 면제 등의 장학금이 없다.

야구에 재능이 있는 중학생을 어느 고등학교에서 스카우트하고 싶어도 장학생이 아닌 일반학생으로 데리고 가라는 것이다. 또 고교선수가, 대학선수가 특출하게 잘하고 있기에 프로야구 어느 팀에서 탐이 난다고 할지언정 절대로 만나서도 안 되며, 더욱 더 학생으로 있을 때 돈을 받는 등의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실제는 그렇게 지켜지고 있을까?

뚜껑을 열고 보니, 전연 틀린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위반한 학교가 하나 둘이 아니라 떼거지로 있었다. 2007년 일본고교야구연맹이 일본 전국 고등학교를 조사 했더니 위반한 학교가 380개교, 위반한 학생이 약8천명으로 나타났다. 이 8천명이란 숫자는 정직하게 대답 한 학생들이다. 다른 명목으로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고교야구연맹도 8천명이란 학생들을 처벌할 수가 없었다.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고, 또 정확히 말하자면 학생들이 나쁜 것이 아니다. 주지 말라는 장학금을 주는 학교가 나쁘다면 나쁜 것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처벌이란 게 해당학교에 '1개월간 시합 출전금지' 조치에 불과했다.

일본의 사립고교와 공립고교에 대하여 좀 살펴보자.

2008년의 일본 고등학교수는 5243교. 이중에서 국·공립고교는 3922교, 사립고교는 1321교이다.(일본 문부과학성 자료)

공립고교 등록금은 연간 24만엔 정도(지방에 따라 차이가 있음), 사립고교는 연간 70만엔 이상(학교에 따라서 차이가 있음), 그리고 비싼 고교는 100만엔 가까운 고교도 있다.

사립대학 등록금과 그리 큰 차가 없다.

야구명문은 사립고교도 있지만, 공립고교도 있다. 그러나 사립이 더 많다. 사립고교는 운동장시설, 체육관시설 등 특정스포츠인 야구에만 투자하기가 쉽고, 또 장학생 제도를 이용해서 먼 곳에 있는 재능 있는 학생을 데려오기도 쉽다.

학생·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가까운 곳에서 고등학교를 다녀주면 좋으련만, 야구를 하겠다고 먼 곳의 고교를 간다면 학비와 생활비에 큰 출비가 된다. 고등학생 때 사립학교 등록금으로 연간 약 100만엔, 기숙사비와 용돈으로 월 10만엔(연 120만엔), 그에 야구 용품 등 잡비까지 합하면 연간 300만엔 계산은 어림잡아 나온다. 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렇게 투자해서 프로선수가 된다면 좋지만1년에 프로로 가는 선수가 몇 명 정도 인가? 프로가 아니라 야구로 대학 진학, 실업팀으로 갈수만 있어도 좋다.

야구를 잘해서 등록금을 면제받는 장학생으로, 더 잘해서 기숙사비까지 면제해주는 특별 장학생이 된다면 부모로서는 그런 효자가 없다. ‘야구를 하면 효자가 될 수 없다’고 일본 야구연맹이 못을 밖아 버린 것이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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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경 교수 ⓒ 제주의소리
1955년 제주시에서 출생했다. 제주북초등학교,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 한양공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한일방직 인천공장에서 5년간 엔지니어를 한 후 1985년 일본 국비장학생으로 渡日해 龍谷大學대학원에서 석사·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京都經濟短期大學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京都創成大學 經營情報學部 교수로 있다. 전공은 경영정보론이며, 오사까 쯔루하시(鶴橋)에 산다.  jejudo@nif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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