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1%가 아닌 1/16로 보는 인식전환을

설을 전후해 내각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개편론이 현실화되고 있다.

벌써 누가 어느 장관 유력후보고, 어느 인사가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 자리에 옮길 것이란 하마평이 무성하다. 청와대 역시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어 굳이 설을 전후 하지 않더라도, MB정부 출범 1년을 전후해 새로운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이 선을 보일 것은 기정사실로 전망된다.

# 군사정부에서도 가장 큰 인사원칙은 ‘지역안배’

이 시점에서 진짜 MB정부가 ‘제주의 소리(民心)’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보다 단도직입 적으로 지난 1년 MB정부 인사정책에 과연 ‘제주(濟州)’는 있었는지 묻고 싶다. 역대 정부와 비교해서도 내각이나 청와대 등 정부 주요 요직에 지금처럼 제주, 제주사람이 소외된 적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무리 뒤적여 봐도 “아니다”란 답 이상이 나오지 않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정권마다 정권의 색깔을 보여주는 인사기준이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이른바 ‘386세대’로 통칭되는 개혁세력을 전면에 내세웠고, 1년 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강부자 내각’, ‘S라인’이란 꼬리표가 1년 내내 정권의 발목을 잡긴 했지만 그래도 ‘경륜’을 강조했다. 개혁세력이든, 경륜이든 원칙은 정부를 이끌어나갈 만한 ‘꾼(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군사정권이나 민간정부나, 보수든 진보든을 떠나 역대정권이 거부하지 못하는 인사 대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지역안배’다. 이에 대해선 전근대적 기준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혈연 지역 학연 등 연고정치에 유난히 얽매이는 한국사회현실에 비춰볼 때 아직까지는 어떤 명분보다도 우위를 점하는 기준이다. 누가 어느 자리에 갔느냐에 따라 해당지역 발전이 좌우되는 현실에서 지역안배는 균형발전의 척도이자, 국민화합의 가치이기도 하다.

# MB정부 제주인맥 눈 씻고 찾아야 할 판...제주인물은 줄줄이 낙마

제주는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명박 정부 하에서만큼은 이런 대명제에서 제외되고 소외 받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각은 고사하고 청와대 비서관은 물론, 행정관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제주출신이라곤 김인종 대통령 경호처장과 대통령을 수행하는 임재현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이 고작이다. 그나마 있던 천세영 교육비서관도 중도하차한 상태다. 경호실장과 수행비서는 대통령의 그림자다. “이처럼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모신 경우가 역대 어느 정권에 있었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또 양치규 방위사업청장도 있다. 그러나 실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이번 검찰 인사에서도 제주는 완전히 물을 먹었다. 그나마 유일한 제주출신이었던 박영수 서울고검장도 이번 인사에서 퇴임에 검찰조직에서도 제주는 ‘제로’다.

MB정부 출범에 밑그림을 그렸던 현인택 강성진 고려대 교수, 홍재형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 송용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등 제주출신 인사들은 지난 1년간 MB정부 인사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제주가 추진하려는 정책을, 제주의 어려움을, 제주가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 제주민들이 현 정부에 바라는 게 뭔지를 전해 줄 ‘창구’가 없다는 것이다. MB정부와 제주는 지금 ‘소통’이 아니라 ‘먹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 지역안배 인사는 균형발전 척도이자 국민대화합 기준

전 정부와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그 차이가 너무 큰 탓에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정부 때는 그래도 내각은 물론 공기업에 제주인사가 두루 포진했었다. 특히 청와대에는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있었다. 여기에다 윤태영(48. 애월) 대변인을 비롯해 문용욱 제1 부속실장, 김태영 부속실 행정관, 박진우 사회정책비서실 행정관, 정동수 경제정책비서실 비서관, 오종식 비서실장실 행정관, 강정권 기획조정비서실 행정관, 강순희 노동비서관, 현길호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김성대 행정관 등이 있었다. 여기에다 각 부처에서 파견 나온 인사도 있었다. 청와대에 행정관 비서관으로 있는 제주출신 인사만도 12명에 달했다.

이들로 인해 제주 발전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정부 역시 제주도민과 많은 교감을 쌓고 정부 정책의 이해도를 높였음은 당연하다. 이들이 있었기에 제주도민들이 청와대로 초청된 가운데 대통령과 함께 ‘세계평화의 섬’을 선포할 수 있었고, 대통령이 제주에 와서 제주4.3에 대해 도민들에게 사과하는 단초를 만들 수 있었다.

이건 뭘 말하는 가? 전 정권이 유독 제주를 사랑해서, 유난히도 제주사람과 자주 어울려서 그런가. 물론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역안배’가 근본적 이유다.

# 제주를 ‘전국 1%’가 아닌 ‘1/16 광역자치단체’로 보는 인식 전환을

광역자치단체는 그 지역의 인구, 흔히 정치적으로 계산하는 표가 많고 적음을 떠나, 광역자치단체 그 자체로서 위상과 존재가치가 있다. 제주는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하나다. 1/16을 대표한다. 그러나 MB정부에선 제주를 그저 1%로만 보는 모양이다. 제주에 주는 것을 ‘떡 고물’이나 ‘시혜’를 주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하고 싶다.

만약 MB정부 내각이나 청와대에 제주인이 적재적소에 지역안배 원칙에 포진해 있더라면 지금 MB정부와 제주 사이에 놓여진 ‘소통부재’와 ‘어색함’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으리란 게 경험상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제주4.3문제는 물론이고, 광역경제권 하에서의 제주의 위상 등등 복잡하게 얽힌 과제들을 그렇게 난리법석을 떨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것도 이미 해답이 내려진 상태다.

제주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정부에 대한 ‘소외감’에 휩싸여 있다. 제주도민 혼자서 그렇다는 게 아니다. 통계 수치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MB정부에서는 쓸 만한 제주출신 인사들이 정말 그렇게 없는 지”, 아니면 “표를 확 몰아주지 않아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뽑아주지 않아서 이렇게 괄시하는 것인지” 정말 묻고 싶다. 이번 설 전후한 MB정부의 인사를 두고 볼 것이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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