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경의 일본야구 A to Z]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

요즘 일본야구는 한국만 보면 으실으실 추워지는 오한증 증세가 생기고 말았다. 2년 전 WBC 대회에서는 반쯤 묵사발 되더니, 지난 北京올림픽에서는 완전 묵살발이 되고 말았다. 이제 3월에 WBC대회를 앞두면서 오한증 증세가 더 심해지고 있다. 매스컴 은 물론이요, 감독 코치들까지도 '강팀 한국, 한국 강팀, 우선 한국을 이겨야, 한국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라는 말부터 시작하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오한증 증세이다.

'이번에도 WBC우승, 2연패' 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은 지난 北京올림픽때 한국에게 깨져 개망신 일본야구를, 이번에는 한국에게 이겨 명예회복이 먼저이고, 더 나아가 우승까지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 이들의 본마음인 것이다.

WBC 또 北京올림픽 이전의 일본야구는 한국과 타이완 야구에 대해서 기고만장 했다. 자기들은 아시아 최강자, '아시아에서는 우리를 이길 나라가 없다' 는 등 오만불손 한 행동과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홈페이지 ⓒ http://web.worldbaseballclassic.com

가장 촐싹대다가 개망신 당한 선수가 '이치로'였다.

'이치로'. 지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 그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꽤 알려져 있다. 그 이치로가 지난 제1회 WBC 전에 '확실히 이겨 버려서, 앞으로 30년간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심어주고 말겠다.' 며 방자하기 그지없는 말을 주의 없이 해 댔다. 결과는 3경기 중 두 차례나 한국에게 깨졌고, 더더욱 한국에 깨져서 그 원통해 하면서 까부는 모습,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 바로 그 모습이었다. 그 후 北京올림픽에서는 어떤가?

'앞으로 30년간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 주겠다' 가 아니라, '앞으로 30년간, 일본 야구는 한국야구만 보면, 으스스 떨리는 오한증 병까지 얻게 되었다'가 바른 말이다.

이치로는 아시아 사람으로서 또 선수로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대단한 기록을 만들면서 활약하고 있다. 미국에서 그의 활약에 같은 아시아 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생각도 있다. 그러나 그를 보면, 먼저 한국야구에 대한 그 오만방자한 발언과 행동이 먼저 생각난다. 조그만 더 스포츠맨십을 가지고 행동 했더라면 아시아의 스타가 될 뻔 했으나, 한 번의 촐싹으로 일본의 스타로 내려앉고 말았다.

일본의 명포수로서 후루다(古田) 라고 있다. 야쿠르트의 명포수 직을 유감없이 발휘, 일본챔피언을 몇 번 했고, 마지막에는 선수겸 감독까지 한 최근에 보기 드문 명선수이다. 그가 한국과의 경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제일 경기하기가 힘든 상대가 한국이다'. 타자가 볼을 맞겠다고 덤빈다. 피처의 볼이 좋아서, 치기 어렵다고 생각이 되면, 이젠 인코스의 볼을 앞으로 나서서 맞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타자와 가장 가까운 포수라는 자리에서, 타자가 맞으려고 꿈틀거리는 행동을 보면, 인코스의 볼을 요구할 수 없으며, 그러니 아웃코스나 중앙에 볼을 요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투수의 좋은 볼을 다 던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맞으려고 반걸음 앞으로 나가는 주제에 투수가가 데드볼을 던진다고 심판에게 항의하는 심리전까지 유능하다는 말하고 있다. 역시 지장(知將)다운 이야기이다.

北京올림픽 일본 야구팀의 주장 미야모토(宮本)는 한국전이 끝난 후 이런 말을 했다.

"한국 대 일본전에서, 일본의 마지막 공격 마지막 타자의 외야 플라이를 한국의 우익수는 정확히 볼을 잡은 후에 그 자리에서 주저앉으면서 감사의 기도를 하는 자세처럼 땅에 무릎 꿇어 앉았다. 그 모습은 한국선수들은 볼 하나하나, 순간순간의 플레이, 모두 정신과 혼이 들어간 플레이를 하는 것. 일본 선수들은 이점이 부족했다." 라고 회상하고 있다.

▲ 2006년 1월 9일 잠실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WBC미디어데이 ⓒ http://www.kpbpa.net

국가대표로서 자기나라를 위해서 이기겠다는 일념은 우리도 상대도 같은 마음이다.

그러나 그 일념의 깊이가 어느 쪽에 더 있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한국은 군대면제라는 아주 큰 동기부여도 있다. 이 동기가 이기겠다는 일념을 더 깊게 해주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볼 한번 맞아서 군대면제 된다면, 한국 남자들 너도나도 다들 맞으려고 덤빌 것이다.

요즘에 WBC 일본 수뇌진들이 하는 말이 있다.

'야구는 실력만 가지고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승패를 좌우하는 다른 요소가 깊게 작용하는 경기가 야구. 특히 한 번의 승패로서 모든 것이 결정되는 페넌트시합은 특히 더욱더 이다.'

이 말은 실력은 한국보다 일본이 위인것 같지만, 깨지는 이유는 알 것도 같고 모를 것 도 같다는 이야기이다. 이제야 정신 좀 차렸다는 것. 고교야구를 보아도 그렇다. 대회전에는 어느 고교가 우승후보라고 소문이 자자하지만, 이름 없는 어느 고교에 패하고 마는 경우를 우리는 왕왕 많이 본다. 물론 실력이 제일이지만, 이래서 야구는 재미있다.

3월의 WBC 야구, 이제 일본은 진퇴양난이다. 만약 이번에도 한국에 깨져 버리면, '아시아 최강은 한국' 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한국에게 만들어 주고 만다. 이렇게 되면, 야구대국 일본의 여론이 가만있지를 않을 것이다. WBC 수뇌 진은 물론이요, 야구계의 중진 어른들이 쥐구멍을 찾아야 된다.

일본 야구계는 하나의 통일된 사상이 있다. 지금 뛰고 있는 선수나, 선수가 끝난 중진들도 그 사상 앞에는 누구도 탈모하고 있다. 야구가 가장 인기가 좋은 스포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포츠가 되어서, 야구 인구와 인기가 더 늘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상이다. 사상이라기보다 일종의 종교와 같은 목표를 야구인들은 가지고 있다.

지금의 일본 야구는 일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넘버 원' 스포츠이다. 그러나 지난 北京올림픽처럼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다면, 국민들이 야구에서 얼굴을 돌려 버려 제2 제3으로 타락하고 만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다. 이번 3월 WBC가 제1회 WBC및 北京올림픽에서 떨어진 위신을 올려놓을 최고의 찬스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이나 쿠바에게 깨진다면 변명의 여지가 있지만, 한국이나 타이완에게 깨지게 되면, 야구계는 국민들에게 매 맞을 일만 남아있게 된다.

이러니 이번 WBC에서 일본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한국에 덤빌 것이다. 일본이 도전자요, 한국은 방어자의 자세가 된 셈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몸과 마음과 정신이 혼연일체가 된 플레이 하나 하나를 해준다면 기대된다. 그런데 한국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벌써 군대면제가 돼 버린 것이 영 마음에 걸린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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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경 교수 ⓒ 제주의소리
1955년 제주시에서 출생했다. 제주북초등학교,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 한양공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한일방직 인천공장에서 5년간 엔지니어를 한 후 1985년 일본 국비장학생으로 渡日해 龍谷大學대학원에서 석사·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京都經濟短期大學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京都創成大學 經營情報學部 교수로 있다. 전공은 경영정보론이며, 오사까 쯔루하시(鶴橋)에 산다.  jejudo@nif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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