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빽'동원 않고-3년 '外道' 말며-정치는 ‘뚝’

공석중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공모가 시작됐다. 올 1월초 국무총리실이 JDC를 특별감사 할 때부터 후임 하마평이 나돌았다. 김경택 이사장이 중도하차 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벌써부터 10명 가량이 자의반 타의반 거론되고 있다.

다 알다시피 JDC는 제주에서는 유일한 정부출연기관이다. 올해 예산규모가 4000억에다 직원만도 237명인 제주에서는 가장 큰 공공기관이다. 무엇보다 제주국제자유도시를 만들어가는 핵심프로젝트 추진기관이다. 국책사업인 영어교육도시를 비롯해 첨단과학기술단지, 휴양형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헬스케어타운, 관광미항이 JDC 어깨에 달려있다.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이 투자되는 매머드 프로젝트다.

성공여부에 따라 제주 미래가 달라진다. 향후 1~2년이 그 미래를 가늠할 아주 중요한 시기다. 차기 이사장에 제주사회는 물론, 정부차원에서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JDC 이사장 공모에 도민사회가 ‘기대’보다 ‘우려’를 보내는 게 현실이다. ‘어떤 유능한 인물이 올지’ 가슴 설레며 희망을 품기 보다는, ‘또 그런 사람들이 오면 어떡하지’란 불안한 기운이 JDC를 감싸고 있다는 게 우리를 당혹케 한다.

JDC 이사장 후보군 면면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물론 이들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이들에 대한 평가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또 JDC가 제시한 자격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이보다는 도민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적 기준’이 더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꺼내 보자.

# 1. 바깥에 한 눈 팔지 말고, 3년 임기동안 JDC에 ‘올인’ 할 인물

JDC는 이사장과 관련해 부끄러움이 있다. 지금까지 4대 이사장을 배출하면서 단 한 차례도 법이 정한 임기(3년)를 채워 보질 못했다.

초대 정종환 이사장(현 국토해양부 장관)은 고속철도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대 강윤모 이사장은 임기 1년 5개월을 남겨두고 내국인면세점 비리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3대 진철훈 이사장은 지방선거에 나서기 위해 몇 13개월 만에 조직 문을 나섰고, 임기를 채울 것으로 예상했던 김경택(4대)이사장마저 7개월을 남겨두고 중도하차 했다. 나름대로 이유와 변명은 있었지만 JDC 사업추진과 이미지에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겼다. 초대와 3대는 본인의 ‘의지’로 나갔다. 2대와 4대는 외압이긴 했지만, 그 단초는 본인이 제공했다. 이사장이 떠날 때 마다 JDC는 휘청거렸고, 차기 이사장이 임명될 때까지 몇 개월씩 사업은 표류됐다.

JDC에서 앞으로 1~2년은 정말 중요하다. 이제 삽을 들어야 할 영어교육도시가 그렇고, 외자를 착실히 끌어와야 할 휴양형주거단지와 신화역사공원 등도 마찬가지다. 이 소중한 시간을 또 다시 이사장 교체로 허비할 여유가 없다.

# 2. 차기 지방선거에 나설 인물은 JDC가 아닌 정치판으로 가라

제주도외 인물이 1~2대 이사장이 당시 문제는 ‘제주정서’였다. JDC 본사가 서울에 있던 탓도 있었지만 지역민심을 읽지 못한 문제가 더 컸다. 그래서 3대부터는 제주출신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문제는 제주출신 이사장들은 하나같이 JDC를 정치입신 지렛대로 삼았다.

진철훈 이사장은 차기 도지사 선거를 1년2개월 앞둬 JDC에 들어왔고, 우려대로 선거 두 달여를 앞둬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1년1개월만에 나갔다. 김경택 이사장도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임 후유증이 심각했던 탓에 ‘선거행보’는 자제했지만, 정치권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으로 봤고, 일부 행보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이 불안한 ‘정치행보’가 외압이긴 했지만 결국 중도하차의 빌미를 줬다.

진철훈-김경택 이사장의 행보를 본 제주사회는 5대 만큼은 지방선거에서 자유로운 인사가 돼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이 번 만큼은 전임 ‘복사판’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물론 ‘JDC 이사장은 지방선거에 나가선 안 된다’고 못 밖을 순 없다. 하고 안하고는 본인 뜻이다. 하지만 바로 코 앞 1년 후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고, 몇몇은 선거에 나설 뜻을 공공연히 밝히는 상황에서 도민들의 요구는 당연한 게 아닐까? JDC 이사장도 하고, 지방선거에도 나가고? 제주도민은 결코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 3. ‘빽’ 없이 스스로 할 능력이 없으면, 아예 도전도 하지 마라

지난해 JDC 상임감사 자리를 놓고 도전자들이 보인 행태는 완전히 ‘이전투구(泥田鬪狗)’였다. 중앙정치권의 ‘있는 빽, 없는 빽’을 총동원한 사생결단이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홍보와 검증은 뒤로 한 채 상대방의 흠집만 파고드는 네거티브였다. 여기에다 중앙정치권은 자기 사람들을 한 자리라도 더 앉히기 위해 흙탕물 싸움을 서슴지 않았다. 자신이 일해야 할 JDC, 자신이 봉사해야 할 제주도민은 안중에 없었다. 오로지 서울뿐이었다.

“너희들 왜 그래?” “제주 도대체 왜 그래?”란 부정적 평가가 서울에서, 중앙정부와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다. 된 것이다. 자신들의 능력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할 후보군들이, ‘실세(實勢)’란 이유만으로 아무런 권한-검증도 안된 그들에게 매달리니 제주가 중앙정치권의 ‘조롱거리’가 된 셈이다.

물론 자리경쟁은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JDC 역시 처음은 아니었다. 문제는 정도 차이였다. 이번 이사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은 상임감사 싸움에 비해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주사회에 팽배해지고 있다.

후보군들의 싸움은 능력에 대한 경쟁이 아니라 정치 제 세력 간 힘겨루기가 되고, 이사장은 특정세력의 보은을 입든 안 입듯 현실적으로 그 ‘대가’를 줄 수밖에 없게 된다. 줄다리기 하는 동안 JDC사업이 표류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또 하나, 우리끼리 밥 싸움을 하면 할수록 그렇지 않아도 JDC이사장 자리를 노리는 중앙인사들에게는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굴종(屈從)할 필요가 없다. 제주특별자치도라고 하면서 남에게 굽실되는 인사는 결코 JDC 이사장 될 자격이 없다.

지금까지 말한 첫째, 바깥에 한 눈 팔지 말고, 3년 임기동안 JDC에 ‘올인’ 할, 즉 중도에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외도'하지 않을 인물. 둘째, 기 지방선거에 나설 인물은 JDC가 아닌 정치판으로 가라. 셋째, ‘빽’ 없이 스스로 할 능력이 없으면, 아예 도전도 하지 마라는 최소한의 기준이 제주도민의 목소리라고 한다면 누가 “주제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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