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영 칼럼] 공항민영화는 '나쁜 것'...의료민영화는 '좋은 것'

의료민영화의 본격적인 시발점이 될 영리병원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또 다른 민영화 논란이 제주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바로 제주공항 민영화 논란이 그것이다.

2008년 5월 정부가 발표한 공기업 민영화 계획의 검토 대상에 제주 국제공항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자 제주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공항민영화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제주공항이 매각된다면 당장 공항이용료가 오를 것이고, 공항 시설 투자는 외면될 것이고 서비스 비용의 증가로 제주 관광산업에 큰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공항민영화 정책에 반발한 것은 도의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주도의회는 2008년 8월 4일 입장 발표를 통해 ‘도의회 차원에서 공항민영화를 반대하며 다양한 형태의 반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의회 문화관광위 의원들은 ‘도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항 민영화 문제를 제주도 당국이 너무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철학에 의해 추진되는 것인 만큼 경각심을 갖고 대응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이에 화답하듯 제주도 당국 역시 ‘정부의 공항 민영화계획에 우려되는 부분이 많으며 공항 안전성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재검토되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를 필두로 한 민간과 제주도의회, 제주도 당국이 정부의 제주공항민영화를 반대하는 흐름에 한마음으로 참여하였다. 지역 현안에 대하여 민, 관, 의회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모두가 제주도를 위하고 제주도민의 기본권을 지켜내기 위한 마음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다행히 올해 초 정부는 공항민영화 1단계 계획으로 청주공항을 지정하면서 제주공항을 제외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민영화의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신공항 신축 문제를 포함하여 제주공항 민영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일단은 한고비 넘긴 셈이다.

여기서 필자는 강한 의문이 든다.

같은 민영화 논란인데 왜 공항민영화는 안되고 의료민영화(영리병원)는 된단 말인가?

공항민영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들을 잠시 바꿔 읽어보자!

‘제주공항이 민영화된다면(영리병원이 허용된다면) 민간기업(민간병원)의 지나친 이윤추구에 따라 시설사용료와 임대료(진료비와 병원시설 이용료)인상으로 인하여 주민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반면 공항서비스(의료서비스)의 질은 저하되어 헌법에 보장된 도민들의 이동권리(건강권)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다.’

‘공항민영화(의료민영화, 영리병원)를 시행했던 미국 등 외국에서 조차 그 피해가 너무 막대해 다시 공공기업화하려는 마당에 선진화(의료선진화, 의료산업화)라는 명분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은 제주도민의 이동권(건강권)을 기업(병원)의 이익과 맞바꾸겠다는 것이다.’

공항민영화의 논리를 보면 ‘제주공항은 육지를 연결하는 유일한 관문이기에 민간에 매각되면 경쟁이 배제된 상태에서 지나친 이익추구에 치우쳐 이용하는 비용이 상승하고 서비스와 안전성이 떨어질 것’이라 우려한다.

의료민영화(영리병원)의 문제점도 완전히 똑같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의료기관들의 지나친(!) 영리행위로 인하여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 혹자는 기존의 병원들이 다들 영리행위를 하고 있지 않느냐, 그래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될 게 있느냐고 이야기 한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잘못 보는 정도가 아니라 심각하게 현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는 고도의 전문적인 교육과 수련을 받은 의료인에게 의업을 생업으로 허용하고 사회복지에 기여하려는 비영리법인에 한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한다.

대신에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영리에 치우치지 않도록 각종의 법적, 제도적, 도덕적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

의료법을 비롯한 모든 의료관계법령의 기본정신은 여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

환자의 알선, 소개 행위의 금지, 방송광고 금지, 광고내용의 사전심사, 엄격한 의료인의 윤리규정 등 뿐 만 아니라 건강보험 강제가입, 보험진료수가 준수 등등 열거할 수 없는 많은 규정들이 있다.

그만큼 국민의 건강권의 소중하기 때문에 의료인의 의료행위는 절제되어 수행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국가적 요구가 반영된 사회적 합의인 것이다.

그러나 허준선생의 일대기나 유명한 히포크라테스선서를 알고 있는 국민들은 오늘의 병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감을 느낀 지 오랠 것이다.

과잉진료, 부당한 진료비의 청구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이 정도는 작은 문제일지 모른다.

의료기관들의 지나친 영리추구 행위 중 가장 큰 문제는 고가의 비 보험 진료와 고급 부대서비스의 개발에 치중하는 반면 정작 환자의 건강을 돌보는 일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바로 오늘 개원하는 서울 성모병원의 경우다.

총 1조원이 투자되어 7성급 럭셔리병원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국내 최대병동에는 차별화된(!) 고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첨단 의료장비와 함께 5인 병실마다 전동침대를 갖추었고, 하루 입원료가 400만원이나 하는 VIP 전용병동까지 마련해 항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최고의 의료 인프라를 구현하는 고품격 의료서비스를 기대해도 좋다’는 병원장의 말과는 달리 지난 2002년부터 필수업무에 필요한 인력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사용해오다 그마저도 2006년에는 그들을 간접고용 비정규직(용역 파견직)으로 대체해 환자의 건강권마저 무시하고 있다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온 병원이 바로 서울 성모병원의 전신인 강남성모병원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지난 2월 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제주도에 병원을 설립할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모 척추전문병원은 지난 9년 동안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표준 디스크수술 보다 뛰어나다며 14배의 수술비를 환자들로부터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해당 병원의 시행한 수술은 건강보험을 적용해 14만원의 진료비로 받을 수 있는 표준수술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10배가 넘는 수술비를 감당해 온 환자들 만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영리병원이 도입이 되면 투자가 활성화되고 좋은 병원에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영리병원의 겉모습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병원 앞에서 우리 국민들은 마음이 여려지고 귀가 엷어진다. 일반국민들은 비싼 고급의료가 좋은 의료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면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전문적 영역이고 의료인과 의료기관 만이 알고 있다.

‘당신의 건강을 위해, 소중한 당신 가족의 생명을 위해 이런 진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좀 비쌉니다’라고 말하는 병원 앞에서 냉정해질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의료에서 경쟁이 심화될수록 의료비는 높아지고, 서비스는 고급화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의료기관들의 지나친 영리추구 행위가 지금 현재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영리병원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건강보험 강제가입제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자유로운 영리행위를 추구해 온 의료계의 주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같다.

“현재의 건강보험체계에서 필요한 것은 최고의 서비스가 아니라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것이다.”라는 말은 영리병원 논쟁이 한창인 현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곱씹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왜 미국을 제외한 모든 OECD선진국들이 80%에 달하는 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운영하면서 막대한 국가예산을 쏟아 붇는지, 왜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최우선 국정개혁 과제로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지 이성적으로 들여다 보아야할 것이다.

이러한 때,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네트워크병원협회장이자 모 치과그룹 대표원장인 박인출 회장을 강연자로 초청하여 10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정례의정포럼을 개최하여 지역사회의 빈축을 사고 있다.

   
해당 인사의 그간의 행보와 언행은 인터넷 검색 한번으로 누구나 알 수 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고품격 의료서비스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열심히 홍보하고 다니는 대표적 의료계 인사이자, 영리병원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이해 당사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치면 이야기가 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어서 도의회는 국민건강권을 걱정하며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나 시민사회단체 인사를 초청하여 강연회를 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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