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평론가의 '한국형 저가항공사 출범에 거는 기대'

지난 25일 제주도의 지역항공사인 ㈜제주에어가 법인설립등기를 마치고 공식 출범한 이후 지역항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8일자 청와대 국정브리핑에 '한국형 저가항공사 출범에 거는 기대'라는 제목으로 교통평론가 한우진씨가 글을 게재해 눈길을 끌고있다.

한우진 씨는 이 글에서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과점체제 때문에 우리 국민들에게는 지역항공의 개념은 생소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지역(저가)항공은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대형항공사들이 미처 커버하지 못하는 수요를 적절하게 공략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중요한 것은 저가 항공이 단순히 기존 항공의 수요를 뺏어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라 주장하면서, 저가항공이란 무엇이며 항공업계에서의 역할, 승객들에게 이익이 되는 점 등은 무엇인지 세밀하게 전문가적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제주에어의 공식 출범에 즈음하여 그의 주장 중 경청할 대목이 많다고 생각되어 그 내용을 요약 게재한다.[편집자주]

저가(저운임)항공이란?

저가 항공이란 한마디로 기존보다 가격이 싼 항공수송서비스를 말한다. 예를 들어 현재 서울과 제주를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비행기로 왕복하는 경우 주말운임은 17만 원대에 이른다. 하지만 새로 출범하는 제주에어는 이 가격의 70%면 수송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 세계적인 저운임항공사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
유럽에서는 더욱 극단적이어서 이지젯이라는 저가항공사를 이용하여 런던에서 파리로 가면, 2만 5000원이면 갈 수가 있다. 배나 열차보다도 싼 것이다. 심지어, 파리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데 1340원(0.99유로)만 받는 항공사(라이언에어)조차 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러한 저운임이 가능한 것일까? 우선 저운임항공은 대도시에서 가까운 공항을 이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공항은 공항이용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대도시에 좀더 떨어진 한산한 공항을 이용한다.

또한 저가항공은 시간표를 매우 빡빡하게 작성하여 비행기를 절대로 놀리지 않고 항상 하늘에 떠 있게 한다. 이를 통해서 원가를 절감한다. 유럽의 저가항공은 목적지에 도착한 후 10분만에 다시 승객을 태우고 이륙한다고 한다.

비행기는 소규모의 값싼 비행기를 이용하며 차내설비는 최소화한다. 제트기 대신 프로펠러기를 이용하는 식이며 1등석이 있을 리가 없다. 서비스도 물론 최대한 줄인다. 기내식이 없는 것은 당연하며 수화물도 공짜로 싣지 못한다.

예약은 전화 없이 인터넷으로만 받으며 복잡한 자리배정은 하지도 않는다. 그냥 먼저 타는 사람이 아무데나 앉는 방식이다. 심지어는 보험료도 옵션이다. 사고가 나서 죽더라도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보상을 받지 못한다.

결국 저가항공은 날아다니는 시외버스나 마찬가지이다. 비행기라는 개념을 완전히 버려야 하는 것이다.

틈새시장 노리는 저가항공

과연 이러한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결론은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인기리에 운항되고 있다.

이러한 저가 항공은 값이 싼 만큼 철저한 수익성을 원칙으로 한다. 비행기의 겉과 안을 광고로 도배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항이용료가 싼 아침에 자주 출발하는 것도 특징이다.

또한 철저한 수요예측을 하는 것도 핵심요소이다. 즉, 저가 항공은 매우 오래전에 예약을 하면 정말로 싸다. 하지만 출발일에 가까워올수록 가격은 급등하게 된다. 또한 예약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려면 커다란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승객수요를 미리부터 예측할 수 있고 승객변동을 최소화시킬 수 있어 이로 인해 발생되는 손실이 최소화된다. 즉 비행기를 항상 꽉꽉 채울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수요에 따른 요금탄력제를 철저히 시행한다. 앞서 소개한 0.99유로짜리 항공권은 승객이 적은 요일의 요금이라고 한다. 주말이라면 물론 요금이 급격히 올라간다. 이러한 방식으로 승객을 평일로 유도할 수 있으므로 비행기가 비어서 날아다니는 일이 없어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의 가능성

제주에어의 경우 기존 항공사의 비싼 운임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원가 절감을 통한 철저한 저운임 정신으로 무장하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기존 항공사와 차별화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울러 저운임 항공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필요하다. 저운임 항공은 저운임을 지상목표로 삼고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라는 점을 국민들이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빠른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KTX를 이용하듯, 싼 것을 선호하는 사람은 저가 항공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의 관심사는 시간이 아니라 돈이다. 아무리 불편하고 오래 걸려서 제주에 간다고 하더라도 싸게만 갈 수 있다면 되는 것이다. 저가 항공이란 이런 것이다. 유럽은 이러한 방식으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 일본 홋카이도 기반의 지역 저가항공사 AirDo.
두번째 저가항공의 가능성은 바로 국제선의 취항이다.

마지막으로 저운임 항공은 기존 대형항공과 달리 소규모 항공기를 이용하다보니 안전하지 못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편견일 뿐이다.

기존의 ‘터보팬’기와 달리, 저운임 항공기가 많이 사용하는 ‘터보프롭’기도 계기나 전자 장비들은 대형항공기와 다르지 않으며, 모든 항공기는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등의 승인을 받게 되어 있으므로, 승인을 받은 이상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터보프롭기는 측풍에 강하여 제주도처럼 바람이 많은 곳에 더욱 적합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 인식 전환과 법제도의 보완이 시급

저운임 항공의 모토는 “무조건 싸게”이다. 극도의 원가절감을 시행하는 저운임항공사의 노력,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면서도 싼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승객의 자본주의적 자세, 그리고 저운임 항공사가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정비해주는 지자체와 정부의 노력. 이 3박자가 맞아들어 간다면 저운임 항공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제선 취항을 위해서는 항공사의 설립조건을 완화해주고 소규모 지방공항도 국제선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기 때문에 저운임 항공이 뿌리내리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기존 대형항공사의 텃세도 문제이다.

하지만 저운임 항공이 제대로 뿌리내린다면 항공 서비스의 다양화, 지방공항의 활성화, 국제선 좌석수 확대라는 여러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제주에어와 한성항공이 기존 대형항공의 아류작에 머물지 말고 철저한 차별화를 통하여 국내선, 국제선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를 기원해본다. [국정넷포터 한우진 (교통평론가) ian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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