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

꿈을 만나러 갑니다.

- 이 진 석 -

길을 걸어갑니다.
간간히 새하얀 솜털 날리는
보드라운 하늘색 꿈 아래
다정히 핀 코스모스 길을 걸어갑니다.

걷다가 뒤를
돌아서 보면

은은하게 날려 오는
꽃향기를 느껴볼 틈도 없이

꾀꼬리, 강물이 연주하는
협주곡을 감상할 틈도 없이

꿈 방울 한 번 내리지 않아
사막같이 메말라버린 길을
건은 적이 있었습니다.

가슴에 오래 묵은 공기
새어나갈 틈도 없도록
힘이 들 때면
길을 걸어봅니다.

한 순간 한 순간 새 바람 느끼고
꽃씨를 뿌리며 길을 걸어봅니다.

친구가 감기 든 병아리처럼
힘들어 할 때이면
함께 꽃 핀 그 길을 걸으며
매어뒸던 감기를 날려 보냅니다.

드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나비와 새와 강물과 나무와
손에 손을 맞잡고 같이 어울려
굳게 닫힌 가슴을 활짝 열고
여유로운 길을 걷는 꿈을 만나러 갑니다.

다정하게 핀 코스모스 길을 걸으며
우리 모두는 꿈을 만나러 갑니다.

 

<시 2>

그날이 오면

- 이 진 석 -

하루 지나 내일이오면
내일지나 그날이오면
그대는 떠나갈 것만 같아

뜨거운 햇살에
온몸이 녹아내린다 하더라도
날카롭고 냉철한 비바람에
온몸 구석구석 갈기갈기 찢기고
빗물에 그날의 기억마저 쓸려 내려간다 하더라도
사랑했던 그날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대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야속하게 뒤도 보지 않고 가버리네요...

가슴아팠던 그날
그대가 오는 그날

꼭 기다릴 께요.

 

<시 3>

봄.여름.가을.겨울

- 이 진 석 -


그 아름다운 계절은
그녀와의 만남을
꽃으로 축복해주고
떨어진 어떤 꽃 위를 걸으며
훗날을 도모했지요

여름
그 푸릇한 계절은
그녀와의 사랑이
무르익게 해주고
내리쬐는 태양아래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그녀와의 사랑을 약속했지요

가을
그 오묘한 계절은
그녀와의 사랑을
조금 멀어지게 했고
떨어지는 낙엽아래
처음으로 혼자서 거리를 걸으며
그녀와의 추억을 그리게 했지요.

겨울
그 매서운 계절은
그녀와의 사랑을
얼려버리고 말았고
떨어지는 첫눈아래
나의 부족했던 사랑을 후회하며
다시 봄이 올거라는 믿음을 주고 갔지요

<이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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