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하지만 쉽게 부러지지 않는 들국화를 닮은 언니에게
연약하지만 쉽게 부러지지 않는 들국화를 닮은 언니에게
  • 김진숙 (-)
  • 승인 2009.04.23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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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야!
엊그제까지도 추웠는데 오늘은 날씨가 따스해서 참 좋다.
예전에는 더운 것 보다 추운날씨를 좋아했는데, 언니가 만성신부전증으로 투석을 받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추운날씨가 싫어진 것 같애. 언니가 아픈 후 부터 추위를 잘 타잖아.
언니가 아프고 나서야 언니의 소중함을 깨달은 바보 같은 동생은 오늘도 이렇게 언니 생각에 가슴이 아프고 저려온다.

어렸을 적에 언니와 나는 한살차이라서 유난히 말싸움도 많이 하고 서로에게 지기 싫어하며 정반대의 성격으로 자라났지. 
언니는 차분하고 깔끔해서 집안일 하기를 좋아했고, 나는 수수하고 털털해서 밭으로, 들로, 바다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었잖아.
그리고 언니는 첫째라서 늘 새 옷을 입었고, 나는 항상 물려받아 입곤 했잖아.
나는 그게 불만이었지만 대 놓고 얘기할 수는 없었어.
그래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에는 많이 소심하고 울기도 잘 했던 것 같애.

그렇게 티격태격 싸우면서 성장했는데 스물셋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언니를 웃으면서 보내주지 못했어.
결혼식 전날부터 기분이 우울했는데, 급기야는 결혼식장에서 사진도 못 찍을 정도로 넘 울었던 거 기억나 언니야!!!  
왜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이 나던지... 
나는 가끔 지금도 그런 생각한다. “그때 내가 너무 울어서 우리 언니의 삶이 슬프고 아프고 힘든 걸까” 라고

그렇게 결혼을 하고 남부러울 것 없이 형부랑 세 아이와 함께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가던 언니네 가정에 서서히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은 ○○가 중학생이 된 후 형부가 가출하면서부터였어.  그때부터 언니는 가장 아닌 가장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했었지. 

형부도 행방불명이 된 상태에서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을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식당에서 열심히 일 하는 사이 언니의 몸은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던 거야.
자신의 건강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식들을 위해 올인 하는 언니가 참 바보처럼 느껴졌어. 
언니는 항상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늘 아이들만 생각하고 챙기곤 했었지. 
아이들만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댓가로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고 일주일에 세 번, 하루 4시간씩 혈액투석을 받아야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도 울고, 나도 울고, 언니도 참 많이 울었어... 
특히 아버지는 어쩔 줄 몰라 많이 방황하고 헤매었잖아.
아픈것도 힘든데 살던 집 마저 경매로 넘어가고... 몇 년 새에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큰 일을 겪어 많이 야위어버린 언니 모습을 보면 내 가슴이 미어진다.

언니야!
그래도 언니가 그런 아프고 힘든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아간 덕분에 아이들은 반듯하게 잘 자라주었지.
요즘처럼 취직이 힘든 가운데서도 ○○가 서울에 있는 호텔에서 빵 만드는 기술자로 근무하고 있고, 또한 ○○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발령 받았잖아.  “축하해 언니야”
그리고 ○○이도 대학교에 열심히 다니고 있고...
작지만 아담한 아파트도 새로 마련하고... 정말 언니는 나보다 항상 한수 위 거든

또한 혈액투석을 받은 이후에 새롭게 달라진 언니 모습도 보기 좋은 거 알아
아프기 전에는 전혀 하지 않던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사람들 많이 만나고,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가끔 여행도 다니고, 오름도 오르고....
이제부터라도 이렇게 언니 자신을 위해서, 더 열정적으로 언니의 삶을 사는 거야.  

언니야!!!
70세가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매일 매일 마늘 밭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어머니,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언니가 잘 견디고 이겨내야돼.
언니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는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최소한 20년, 앞으로 65세까지는 꼭 살아있어야 돼, 알았지
그 투석이 정말 힘들고, 어려운 거라는 건 알지만 꼬옥~~~ 부탁할게.
그래야 언니가 사랑하는 아들 딸 시집 장가 보내고, 내 아이들도 결혼 하는 거 볼 수 있지.

언니야!!!
“들국화는 약하고 금방 부러질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수많은 꽃과 나무에서 해마다 당당하게 꽃을 피우는 강하고 억센 꽃 이래” 그리고 고목이 부러질 때도 부러지지 않는...
언니도 부러질 것처럼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이 있었지만 들국화처럼 고난을 극복했잖아.
언니가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겉으로는 약해 보이지만 속은 강하고 단단한 언니 파이팅!!!
언니가 병마와 싸우면서도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낸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들국화처럼 고난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그렇게 세상을 향하여 늘~~ 당당하고 꿋꿋하게 이겨내고 살아나가자.

<제주시 용담1동  김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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