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겨울이 가고 변덕스러운 봄이 돌아왔네요. 떨어져 지내지만 언제나 서로를 생각하는 우리 가족 모두 아프지 말았으면 해요. 군 복무는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완전한 민간인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힘내고 있어요. 흔히 말하는 ‘멋 없는’, ‘무뚝뚝한’ 제주도 남자의 표본 같은 저로선, 이렇게 글을 통해 제 마음을 전하는게 편해서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네요. 언제나 가족 한사람 한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표현 한번 못하는지, 이런 내가 답답하지만 뭐 별수 있나요. 이런 녀석이 자식, 동생이라고 한숨 한번 푹 쉬고 포기하세요. 하하하.

먼저 홀로 지내시며 고생하시는 우리 아버지. 아버지를 뵐 때마다 점점 여위시는 모습에 제 마음은 표현하지 못할 고통과 미안함이 가득합니다. 아버지는 항상 제게 여러 감정들을 느끼게 합니다. 사랑, 미움, 불안감, 존경. 저는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밉습니다. 아버지의 선택으로(아버지의 선택만이 원인은 아니지만...) 저희는 이렇게 떨어져 살게 되고, 집도 잃었으니까요. 태어나면서부터 있었던 ‘우리 집’ 을 잃어버릴 때의 고통은,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지만 아직도 제 가슴을 한순간 욱신거리게 합니다. 하지만 이 것도 제 철 없음이겠지요. 집을 잃어버린 건 저만이 아닌 아버지도 마찬가지인데... 자신이 일군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고통은 제가 느낀 것보다 훨씬 크겠지요.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꿈과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을 일에 모든 것을 거셨던 아버지. 어머니와 가족들은 언제나 그걸 불안하게 여기고 싫어하셨지만, 조용히 있던 어린 저는 그 모습이 너무 멋져보였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도 제가 바라는 목표도 아버지가 원하셨던 것만큼 이루기 힘든 일이니까요. 제 꿈을 들으시고는 '그 아방에 그 아들'이라며 한숨 쉬시고는 불안해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아버지가 보셨더라면 어떤 반응을 보이셨을까요. 쓴웃음 지으셨을까요, 아니면 사색이 돼서 말리셨을까요. 그래도 아버지. 전 포기기 안 해요. 언제나 바쁘셔서 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저에게 내지 못하셨어도 저는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확실히 배웠습니다. 넘어져 상처투성이가 되도 일어서 가던 길로 다시 걷는 법을요. 그러니 걸어보겠습니다.

그리고, 못난 아들 데리고 사시느라 많이 힘드신 어머니. 날 가장 신경 쓰시는 분이신데 너무 가까이 있다보니 어머니의 소중함을 잊을 때가 종종 있어 정말 죄송해요. 올해로 환갑인 나이에 늦둥이 자식 먹여 살리시려고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에 나가 일하시고, 오후에 일 끝나시면, 일하는 셋째 누나 대신 조카를 돌보러 가시는, 도저히 몸이 편할 날이 없으신 우리 어머니. 언제나 편하게 모셔야 되는데 하고 생각은 계속하는데 아직 그럴 재주가 없고 처지도 안돼서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이라 죄송해요. 게다가 어머니가 걱정하시는 것도 잘 알아요. 현실적인 직업보다 하고 싶은 일을 쫓아 그 곳만을 보는 아들이 아버지처럼 될까 불안하시겠죠. 그렇지만 어머니. 저 아직 젊습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거에요. 어떻게든이요.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가득한 아들이니 그러려니 해주세요.

그리고 우리 착하고 예쁜 4명의 누나들. 한명씩 호명하지 않아 미안. 그러게 누가 4명이나 되레? 너무 많아. 하하하. 농담이고 4명 모두 착하고 이쁜 나한테 정말 과한 누나들이라 하나로 쳐도 되는거야. 믿어. 예전부터 쭉 걱정하게 해서 미안. 내가 철이 들 때 이미 다 사회로 나간 상태라 같이 있어주지 못 한게 늘 미안하다하는데 바보 같은 소리야. 같이 있어주지 못한 만큼 신경 써줬잖아? 내가 둔하다고 해도 그 정도는 느낀다구. 그러니까 내 걱정 그만하구 좋은 사람 만나 시집들이나 가셔. 아 이미 결혼한 셋째 누나는 이미 결혼 했으니 두 번 할 생각 말고 조카 잘 키우도록.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나 모르게 많이 고생하고 있는 내 가족들. 아직 많이 힘든 상황이지만 힘내죠. 꿈만 꾸다 무너질수도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무려 일곱이나 되잖아요! 이건 굉장한 거라구요. 한명이 무너져도 남은 6명이 버틸 수 있어요. 중요한건 무너지지 않는게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것! 그러니까 우리 포기하지 말고, 겁내지도 말고, 언젠가 다시 다함께 살 수 있을 때까지 힘내요.

<제주시 연동 양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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