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아버지께
  • 강명숙 (-)
  • 승인 2009.04.25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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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하루에는 해 그리고 달이 있습니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뜹니다.
우리의 인생에는 고난과 행복이 있습니다.
고난을 극복하면 행복이 찾아오고, 행복을 놓치면 또다시 고난이 옵니다.
삶을 살면서 고난 그리고 행복을 겪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고난을 겪고, 극복하고, 행복을 누린 자가 진정한 인생의 맛을 느낀 사람입니다.

아버지, 살아생전엔 너무 어려 “아빠~”하며 덤비기만 했던 꼬맹이가 이제는 감히 어른흉내를 냅니다.

편지를 계기로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사진첩을 열어보았습니다.

사진을 보니 친척분들이 제게 “넌, 맨날 아방신디만 붙엉 이서나난 그축 똑닮쥬.”라고 말씀하시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아버지께 찰싹 달라붙어서는 행복한 표정을 짓는 어린 저의모습을 보니 아버지가 그리워집니다.

우리가족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엄마가 식당일을 관두시어 쉬고 계세요.

엄마는 우리가 ‘아빠 없이 자란 애들은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하고자 이제까지 너무나 많은 고생을 하셨답니다.

혼자서 자식 넷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 다른 부모의 두배, 세배 의 몫을 하셨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엄마를 남부럽지않은 여사님으로 만들어 드릴거예요.

저번 달에는 큰언니가 첫 아기를 낳았습니다. 임신 중에는 우울증이 심해서 형부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큰언니가 그러더군요.

자신은 부모 속을 하도 썩여서 부모 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그리곤 매일 아버지 생각이 나서 미안한 마음이 너무나도 크다고 하였습니다.

살아생전에는 제일 못난이였던 큰언니가 이제서야 아버지께 사죄하고 싶다고 몇일을 울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저도, 엄마도 울었습니다. 그렇게 가족이 끌어안고서 운지가 얼마만이였는지....

기억하세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날, 부부가 부둥켜안고서 울며 서로 미안하다는 말만 자꾸 건네셨던 것...

당신의 자식들은 그날 하루에 당신을 미워했던 그 작은 감정들을 모두 씻어 내렸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정말 멋진 분이셨습니다. 은행나무에 그네를 만들어주시고, 산, 강가에 열매를 따다주는 등 당신의 사랑을 한없이 쏟아주셨습니다.

그런데도 아버지께서는 자신이 모자라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고서 떠나셨죠. 울기만 하다 대답을 못 드렸어요.

지금에서야 그 대답을 드립니다. “아니예요. 아버지는 충분하셨어요. 못난 저희가 부족해서 몰랐습니다.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영원히 사랑합니다.”

하늘에서도 우리들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당신을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2009년 4월 22일 수요일

막내딸 명숙 올림

<서귀포시 안덕면 강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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