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영 칼럼] 반목과 갈등만 축적한 것은 아닌지

지난 주, 김태환 지사의 공약이행 성적에 대한 두 가지 평가가 있었다. 먼저 23일에는 대학교수와 경제계 인사 등 24명으로 구성된 '김태환 지사 공약 이행평가단'은 김태환 지사의 공약이행평가결과 '대체로 양호'하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바로 다음날 한국 메니페스토 실천본부와 제주도 정책평가자문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김태환 지사의 공약실천점수가 '평균이하'이며, 나아가 '낙제점'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공약실천성적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일은 좋은 점수에서 낙제점 까지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아주 후한 점수를 줬던 공약이행평가단은 김 지사의 공약 209개 중에서 60%에 이르는 130개 공약이 달성 되었으므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24일 토론회에서는 김 지사의 이른바 '10대 공약'에 드는 핵심 공약들의 실천정도를 대상으로 평가 한다면 '평균이하'라며, 질적인 면에서 앞서의 공약평가가 왜곡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무엇을 기준으로 누가 평가했느냐 가 중요한 대목이 될 것이다. 공약이행평가단에 이른바 친 도정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들과 심지어 지난 지방 선거 시기에 김태환 지사 선거참모로 일했던 사람들이 상당수 포함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공약이행평가단은 평가방식을 모든 공약을 나열해 평가함으로써 좋은 점수를 유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즉, 핵심공약사업 평가항목의 이행성적은 낙제점이지만 훨씬 많은 숫자의 부수적인 공약사업 평가항목들에서 우수점을 받아 ‘대체로 양호’라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공약자체가 타당했느냐 하는 것이다. 24일 토론자로 나선 제주대 김동욱 교수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많은 공약 자체가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했었던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예를 들면 △임대산업단지와 역외금융센터 조성을 통한 400개 기업유치와 1만 명 일자리 창출 △2010년까지 관광객 800만 명, 관광수입 3조원 달성 △특별자치도 재정국세 2% 확보 등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제 김태환 도정의 임기가 정확히 1년을 남겨놓고 있다. 3년이 지난 지금에 돌이켜 보면, 김 교수가 지적했던 핵심공약의 내용들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공약의 실천정도를 가늠하는 차원이 아닐 것이다. 바로 오늘, 김태환 지사는 많은 도민의 우려와 도의회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해군기지 MOU를 체결하였다. 그러나 해군기지 문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며, 오히려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강정주민들은 정부상대로 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고, 공군기지건설 의혹마저 풀리지 않은 상태다. 최근 도내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는 아직도 많은 도민들이 해군기지 문제가 제주도 현안의 1순위로 꼽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영리병원 추진논란이 확대일로에 있고, 카지노, 케이블카 등 십 수 년, 혹은 수십 년 해묵은 논란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모두 김태환 지사가 추진하거나 부활시켜 놓은 쟁점사항이다. 왜 이렇게 임기를 1년도 남겨놓지 않은 지사가 무리를 하는 것인가. 이로 인한 도민사회의 갈등과 고통은 김태환 지사의 안중에 없는 듯하다. 해묵은 현안들을 일거에 해결하려 공무원은 물론 유관단체까지 총동원하는 행태가 마치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는 양상이다. 김태환 지사가 내년 선거를 겨냥한 행보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유이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 김태환 지사의 도정운영에 대해 절반이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지사의 도정운영에 대해 도민사회에 불만과 우려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최근 김 지사는 고위급 공무원들이 참여한 성과보고회에서 바로 그 여론조사결과와 후한 점수를 준 공약평가단의 결과만을 들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자화자찬하였다. 참으로 민망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돌이켜 보면, 김태환 도정 출범 이후 지난 3년 동안 어느 한 해도 도의 정책추진과 관련한 논란과 혼란이 끊이질 않았다. 논란 그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논란들이 과연 제대로 해결되었는지, 해를 거듭하며 반복과 갈등만 축적해 오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오늘(27일) 김태환 지사는 해군기지 MOU 체결 직후 외자유치 명목으로 외국출장에 나섰다. 논란이 되는 사안과 관련한 대목에서 외국 출장에 나서는 제주도지사의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를 두고 순수하게 받아들일 도민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스럽다. 친 도정 인사들로 구성된 평가단 평가결과를 두고 "고무적인 일"이라고 자평하는 도지사, 중대한 현안의 중요한 고비 때 마다 도피하듯 외국행에 나서는 도지사. 눈에 보이는 순수하지 못한 행보가 불신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은 아닌지 김태환 지사는 스스로 헤아려 보아야 한다.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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